`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를 앞두고 대기업들은 앞다퉈 문화산업에 깃발을 꽂았다. 구제금융 한파가 이들을 후퇴시키기 전 문화산업은, 그리고 영상산업은 한때 엘도라도였다. 이제 대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는 그 깃발의 향배가 주목된다.

새해 벽두 <태양은 없다>로 한국영화 질주를 시작한 삼성영상사업단의 경우, `해체’는 기정사실이 됐다. 사업단은 다큐멘터리 채널인

과 영화 채널 <캐치원> 등 두 개의 케이블 텔레비전과 삼성뮤직(음반), 삼성픽쳐스(영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중앙일보 쪽으로 넘어간 은 이미 중앙일보 사옥으로 이사까지 마쳤다. 음반사업의 경우, 지난해 12월 15일께 이 부문 인력 85명 가운데 50명을 삭감했다. 신규투자는 없다.
삼성영상사업단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영화. 삼성전자, 제일기획, 스타맥스 등 계열사들의 영화팀을 95년 사업단 출범과 함께 통합한 이후, 삼성은 외화수입가 과당 경쟁 등의 초기 시행착오를 비교적 일찍 끝내고 한국영화 제작에 힘을 쏟았다. <비트> <처녀들의 저녁식사> <약속> 등 투자작들이 계속 성공한 98년의 경우, 1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98년 투자분 150억원의 이윤은 <쉬리>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등이 개봉되는 상반기에 최종집계 되겠지만 20억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화수입의 경우, `선배급, 후배분’ 형식의 수입방식을 택해 구제금융 사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 저력으로 삼성픽처스는 시네마 서비스, 일신창투와 함께 할리우드 메이저 직배사들과 대칭축을 이루는 주요 국내 배급체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픽쳐스의 앞길이 이 같은 실적과 성과보다 그룹전체 구조조정에 좌우된다는 것. “삼성으로서는 영상산업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삼성의 모든 시각은 자동차에 집중돼 있다”고 한 그룹관계자는 밝혔다.
대우는 지난 16일 영상사업본부 내의 영화사업팀을 통째로 비디오 출시·판매 협력사였던 세음미디어로 넘겼다. 이 사업팀은 현재 <산전수전>을 제작하고 있다. 또 다른 투자작 <어게인>은 원작자의 제작중지가처분신청으로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해외영화로는 뉴라인 등과 독점 계약한 14~15편을 올해 안에 들여온다. 영화사업팀은 외화수입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되 한국영화 제작투자는 <산전수전> 등의 흥행 여부를 보아가며 오는 4~5월께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우의 영상사업본부에는 케이블텔레비전 과 영화관 씨네하우스·부영극장, 2000년 완공 예정인 서울 강남 삼성동 아셈빌딩 안 15개 복합상영관 등이 남아 있다. 대우는 이들도 원매자가 있으면 모두 매각하고 영상분야에서는 손을 뗀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삼성, 대우에 이어 뒤늦게 영상·음반분야에 뛰어든 현대는 재미를 못 봤다. 음반산업에서는 구제금융 사태 이전에 이미 시장이 위축돼 97년 하반기에 엘지와 함께 일찌감치 철수했다. 외화의 경우에도 미개봉 수입작 10여편을 개봉하는 것 외에 신규투자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일손을 놓은 한국영화 제작 투자쪽도 특별한 호조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더이상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케이블텔레비전 <현대방송>과 씨네플러스, 명보극장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실무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가 명보극장의 임대경영권의 구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작 <아름다운 시절>로 명분을 건진 SKC는 이미 독점계약한 외화 5~6편을 들여오는 것 외에 신규투자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익이 남지 않는 것으로 최종 판단되면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 내부의 잠정 방침이다.
드림웍스의 배급권을 쥐고 극장사업에 뛰어든 제일제당은 반대로 배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CGV강변극장이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으면서, 한동안 중단했던 한국영화 제작 투자를 재개했다. 지난해 7억원이던 제작 부분투자예산을 30~50억원으로 늘려놨다. 일산, 분당, 광주 등으로 멀티플렉스사업도 확장해 스크린수를 현재 11개에서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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