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를 받아 온 각료들의 잇단 사퇴로 도덕성과 참신성에 먹칠을 당했던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이번엔 인도네시아에 대한 무기판매를 비밀리에 64건이나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 또 한차례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영국의 <가디언>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판매가 허가된 무기 품목에는 물대포 등 시위진압장비는 물론이고 소화기 지뢰 미사일 로켓과 군용기 등 거의 모든 무기를 망라하고 있고, 97년 8월 이래 1년 동안 거부된 거래는 1%도 안될 정도로 오히려 과거 보수당 정부 때보다 수출허가가 급증했다고 폭로하면서 그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노동당 초선의원 시절 보수당 정부의 무기거래에 대한 비판으로 명성을 얻었던 로빈 쿡 현 외무장관은 97년 5월 취임 일성으로 “국내적 억압이나 국제적 침략을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정권에는 무기판매를 허가하지 않겠다”며 “인권을 영국 외교의 금과옥조로 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쿡이 이렇게 선언한 시점에 노동당 정부는 물대포 등 시위진압 장비의 수출 허가와 7건의 무기와 탄약 판매 승인을 비밀리에 내주면서 이 사실에 대해 `거래신용’을 이유로 세목에 대한 공개를 거부해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45년 이래 노동당과 보수당의 외교정책에 차이가 없었으며,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침해를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면서 특히 무기판매를 진작하기 위해 방위판매 기구를 설립한 것도 과거 노동당 정부라고 지적했다.
영국 무기의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탈냉전 이후 세계 2위의 무기수출국으로 부상한 영국 도덕외교의 시험대로 등장했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가디언>의 이런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동티모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면서 뒷쪽에선 전쟁상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이중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류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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