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정부·기업·시민운동 관계가 새롭게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은 좀 다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체감기온이 천차만별이다.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거나, ‘6공 이전의 분위기’로 되돌아가는 듯한 곳도 부지기수다.
지난 21일 11시. 홍성YMCA 이사장 고광성씨가 운영하는 치과에 군 사회복지 과장과 계장이 불쑥 찾아왔다. 이들은 고광성 이사장에게 “올해부터 군에서 YMCA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상담실을 직영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자리를 떴다. 직영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대진 않았다.
홍성YMCA가 지난 94년부터 매년 2천만원의 도·군 예산으로 위탁운영하는 청소년 상담실은 충남지역 12개 청소년 상담실 중 상담건수가 2천2백여건으로 가장 많다. 자원 상담원도 15명으로 다른 지역의 2배가량 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다른 시군에서 직영하는 상담실도 민간위탁하는 추세다.
이유가 뭘까. 굳이 유추하자면 이상선 홍성군수에게 ‘밉보인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홍성군수는 얼마전 홍성YMCA에 대한 ‘빨갱이 발언’으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전국의 시민단체가 사과를 요구하는 바람에 홍성군수는 이를 받아들여 공식 사과했다. 그 앙금이 가시지 않은 것일까.
홍성YMCA 정형영 총무는 “시·군단위 농촌형 소도시는 그야말로 민간운동에 대한 이해가 천박한 수준”이라며 “자치행정의 파트너십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동원·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 단체가 홍성군으로부터 프로젝트 수행명목으로 지원받은 예산은 총 1천2백만원. 청소년 어울마당·청소년 동아리 지원금·청소년 유해감시단활동 등에 투자됐다. 이들은 또 지역의 작은 기업체들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고, 교보생명재단으로부터는 ‘역재방죽 멸종 희귀종 가시연꽃 생태조사’ 명목으로 5백50만원, 쓰시협 지원금으로 2백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나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방정부와 기업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
거제시를 둘러보자. 지난해 12월 양정식 거제시장은 거제환경운동연합 윤미숙 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시 발언 내용을 문제삼은 것이다. 윤 사무국장은 인터뷰시 “(송진포 골프장 건설 관련) 거제시의 입장은 아예 없어요. 이야기하자면 대우의 무슨 앞잡이도 아니고… 대우의 홍보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가 6공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단체장 개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게 지방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단체의 지난해 지방정부 지원예산은 ‘거제시민 환경한마당’ 행사비용으로 받은 2백만원이 전부. “농협 환경 기금으로 매년 8천여만원씩 모이는 돈도 지방정부 예산으로 흘러들어간다”고 그는 밝혔다.
기업과의 관계는 엄두도 못낼 정도. 지난해 물의 날 행사·여름청소년 환경캠프 행사에 대우·삼성이 1백만원을 협찬한게 고작이다.
하지만 부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부산경실련 이동환 사무국장은 “지방도 민선단체장이 들어서서는 시민생활과 밀접한 복지국·교통국·행정관리국·환경국 등의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버스노선조정위·실업대책위·물가대책위 등 각종 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됐다. 과거 관변단체 인사 자리에 시민단체 인사들이 들어간 것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지점. 물론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과의 관계는 그다지 밀접하지 못하다. 부산 지역은 중소기업이 99.5% 정도. 그나마 대기업도 본사체계이기 때문에 자율성이 거의 없다. 함께 논의할 구조조차 마련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아직도 ‘반쪽 차치’에서 머물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주소. 지방화의 속도에 맞춰 정부와 기업, 시민운동과의 관계도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 김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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