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부정비리 정치인 단죄·추방”·“IMF극복에 최대 걸림돌” 격앙 목소리

“국회가 검찰이 제출한 부정비리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니 기가 막힙니다. 국회가 도둑놈 소굴인가요? 그런 정치인들 아래서 국민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범법자들이 법을 만드는데 누가 지키겠습니까?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할 수 있나요? 국민들이 혼내줘야 합니다. 범법자를 국회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여야가 부정비리 연루 의원 10명에 대해 검찰이 요청한 국회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키로 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의장 명의의 ‘답변서’를 지난 25일 법무장관에게 보낸 것이 이튿날 보도되자 한 시민이 본지에 전화를 걸어 격앙된 목소리로 외친 말이다.

서울서 작은 기업을 경영한다는 이아무(남·50)는 “정치가 이모양 요꼴인데 어떻게 사회를 개혁하고 국난을 극복할 수 있겠냐”며 “범법자 국회를 당장 해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혈세를 수십, 수백억원씩 먹은 대도들은 처벌도 안하고 잡아가지도 않는 나라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자식들한테는 또 뭐라 변명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씨는 결국 “이젠 시민단체가 나서서 정치인들을 혼내줘야 한다”며 ‘정치개혁론’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국회 앞에 몰려가 뭔가 해야 합니다. 서명을 하든, 시위를 하든 그냥 넘어가선 안됩니다. 정치가 깨끗해야 나라가 깨끗할텐데 이래서 되겠습니까? 존경받는 국민대표를 정치인으로 세워야 합니다. 시민의신문이 앞장서 주세요.”

시민사회단체의 비난 성명도 줄을 이었다. 참여연대가 맨먼저 포문을 열었다. 26일 ‘이를 어찌할 것인가’는 논평을 통해 “여야가 합의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하지않겠다니 국회의원은 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스스로 정한 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겠다니 법치주의의 몰락이 두렵다”라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또 “오늘 보이는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일 뿐만아니라 그 극복에 가장 중대한 장애요인”이라며 “이런 사태가 지속돼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국민의 불신이 극대화돼 사회적 해체와 저항의 확산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도층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경실련은 28일 성명에서 “방탄국회 소집으로 직무유기를 거듭하던 정치권이 비리의원 체포동의안에 ‘정치상황을 고려해 불구속기소 결정’을 합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될 수 없다”고 꼬집고,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또 “특정 권력계층이 사법적 특혜를 누리는 것은 법의 정의를 말살하는 처사”라며 “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은 엄중 사법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개혁국민연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국민승리21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여야 총무합의로 비리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뱃지만 달면 무죄’ 냉소주의를 만연시킬 것”이라며 “법 집행은 흥정대상이 아닌만큼 비리 정치인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태정 검찰총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뇌물 면허장’입니까”고 반문한 뒤, “아예 정치권이 ‘검찰이 불구속기소를 안해주면 1년 내내 방탄국회를 열겠다’고 말하면 불구속 기소해 주겠다”고 꼬집어 정치권에 묘한 파문을 던졌다. 국회는 즉각 사무처 명의의 ‘국회 입장’ 보도자료를 내어 “헌법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상식에 비추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검찰총장의 정치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 최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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