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 향기는 치명적이다

아카시아 줄기에 가시가 돋은 이유이다

달 밝은 밤 가볍게 봄바람 불 때

그 일렁이는 달콤한 향기는

칠흑 어둠이라도 안고 싶은 유혹이다

내 어릴 적, 배가 고파 아카시아꽃 주루룩 훑어

한 입 입에 넣고 넘던 보릿고개

청보리 시퍼렇게 흔들리던

허기를 달래던 언덕길을

오늘 너의 손을 잡고 넘는다

선봉령 고갯길 응달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자작나무 하얗게 눈 속에 푸르고

고마나루 옛 성터 오르는 길

굽이굽이 흑비단 강물 속으로 들고

지리산 자락 어디쯤 바위틈에서

야생 찻잎을 따며 슬픈 노래 부르는 밤

꽃잎, 먹어도 먹어도 가시지 않는 허기

아, 어쩌다 오늘이 보름이어서

흐르는 구름 틈틈이 달빛 출렁일 때마다

지독한 향기 더 지독한 유혹 넘쳐흐르고

이런 날 너를 안고 네 속으로 들어

내 허기를 숨길 수 있다면

내 이 밤 아카시아꽃보다 더 달콤한

저 하얀 절망과 입 맞추리

* 그날 우리는 대전 대덕 대한통운 앞에서, 21세기 보릿고개를 넘다가, 하얗고 달콤한 꽃을 단 아카시아 나무에 목을 매고 죽은, 어느 특수고용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했었다. 오늘은 택배노동자를 포함한 화물노조(연대)의 허기진 총파업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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