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신진운수노조
– 시내버스 적자 주범은 서울시의 ‘탁상행정’입니다!
1999.02.12
차유미 기자(매일노동뉴스)
지난 2월 2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시내버스 구조조정 추진 세미나’에서 서울시는 면허취소와 노선조정 등을 통해 현재 서울시내버스 업체 총 86개(차량 8,443대, 운전자 1만7천여여명)를 20여개로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기 지하철의 개통과 자가용 이용자의 증가, 열악한 서비스로 지난 91년 41.4%이던 버스의 수송분담율이 97년에는 29.4%로 떨어졌다. 이같은 버스승객의 감소로 86개 업체 중 자본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19개에 불과하며, 11개 업체는 일부 자본이 잠식됐고, 나머지 56개 업체(8개 업체 부도)가 완전 자본잠식상태라는 것. 이에 따라 서비스 질이 더 악화되고 이는 다시 버스이용승객을 감소와 운송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부실업체를 정리하고 단계적으로 노선조정과 업체 대형화를 통해 2001년까지 20개 내외의 업체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밝인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 소재 60여 시내버스 업계가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최소한 5∼6천여명이 직장을 떠나야 할 형편. 지난해 IMF로 자가용 이용자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자는 오히려 급증해 지난해 대부분 업체들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혹은 삭감할 때도 유독 시내버스 업계는 평균 3% 이상의 임금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이곳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게 되었다.
* 97년 부도…..퇴출대상 1호 업체
서울시의 방침대로라면, 지난 97년 4월 28일 부도가 난 신진운수(서울시 강남구 소재)는 퇴출 대상 1호 업체가 될 처지다.
97년 한해 동안 전체 상여금 600%중 한 푼도 받지 않고,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치 임금도 체불한 채 지금까지 총부채의 반절인 20억원을 갚았다. 이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또다시 상여금을 반납하면서도 파업 한번 안해 봤던 것도, 또 서비스 질을 높여 수입금을 부도 전보다 20%나 올렸던 것도, 사고율을 135%(업체 평균 220%)로 낮춘 노력들도 이제 어쩌면 헛수고로 돌아갈 지 모른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정책에 더 불만이 많다.
신진운수는 수서에서 개포와 남산을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83번과 83-1번, 그리고 흑석동과 용산역을 거쳐 신세계 백화점까지 이어지는 288번 버스 등을 운행하는 업체이다. 그 전에는 주차장이 없어 노상주차를 해오다 보니 차량 1대당 과징금이 1,000만원씩이나 걸려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 확보를 위해 95년초 주차장 부지를 1,100평 갖고 있던 영동교통(70여대)을 인수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장지동에서 고속버스 터미널과 노량진을 거쳐 대방동까지 가는 영동교통 노선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인수한 지 2년만에 부도를 맞고 말았다.
부도 이후 조합원들의 사정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총 수입금 중 50%가 노동자의 임금으로, 그리고 연료비가 25%, 나머지가 제세공과금과 식대, 일반관리비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채권단은 부도 이후 버스 운송수입금의 35%를 차지하는 카드수입금 전액을 압류해 버렸다. 이로 인해 체불임금은 더욱 늘어만 갔다. 1년 동안 상여금 한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임금까지 체불되고 만 것이다.
98년 5월, 부도가 난지 1년 동안 생활고로 이곳을 떠난 사람만 무려 130여명에 이르렀고, 무더기 사직으로 발생한 퇴직금만 11억에 달하게 됐다. 체불임금까지 합하면 20억이 넘지만 채권단의 카드수입금 압류로 임금은 커녕 퇴직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 “조합원도 채권단!”…법원 판결에 숨통
이에 따라 자동차노련 서울버스지부 산하 신진운수 분회의 장관수(53세) 분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냈다. “조합원들도 퇴직금과 임금을 받아야 할 또 다른 채권자”라는 생각이 그것. 따라서 수입금에는 은행채권단 뿐 아니라 ‘조합원 채권단’ 몫도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행 채권단에만 지급하던 카드 수입금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해 7월 법원에 낸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지방법원은 “체불임금 지급을 위해 98년 7월 1일부터 99년 6월말까지 카드대금과 토큰, 회수권 대금을 장 위원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이후 조합원들이 벌어들인 수입금 중 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장 위원장 통장으로 입금됐고, 자연히 체불된 임금과 상여금은 조금씩 조금씩 감소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제 퇴출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 분회장은 “지금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대중교통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파업 한번 없이 정말 열심히 일한 결과 타 어느 회사보다 사고율도 줄고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만 있으면 그 어떤 사업장보다 훨씬 더 탄탄하게 설 수 있는데, 부도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퇴출대상 1호로 꼽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서울시는 책임전가 말아야
시내버스는 공공서비스라는 특성상 정부의 규제에 의해, 서울시가 결정한 노선과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과정에서 매년 부채가 누적됐는데도 그 책임을 개별 회사에만 돌려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특히 서울시가 구조조정의 이유로 밝히고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 제고’를 위해서는, 부도난 업체를 모두 일률적으로 폐쇄하고 시내버스 업체의 대형화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건실한 업체의 ‘소형화’ 육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시내버스의 대형화는 결국 노선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연료의 낭비뿐 아니라 수익성 저하, 관리체계의 허술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98년 12월 현재 서울시내버스업계의 총 체불임금은 438억이나 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구조조정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핵심사항인 임금체불과 각종 부채 등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다며 불평을 터트렸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2일 서울버스지부 산하 부도사업장 분회장들은 회의를 갖고, 우수업체가 고용승계는 물론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보존하지 않을 경우 연대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결의했다. 장 분회장은 “서울시가 확실한 고용보장 방침등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연대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버스업계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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