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이중섭 전과 한산한 변관식 전’.

갤러리현대와 호암갤러리에서 동시에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두 거물 근대화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사뭇 달라 미술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1월21일 갤러리현대(02-734-6111)에서 시작한 `이중섭 전’은 지난달 말까지 6만4천여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힘입어 화랑 쪽은 애초 2월21일까지 열기로 했던 이 전시를 3월9일까지 연장했다. 이로써 `이중섭 전’은 70년 문을 연 현대화랑 29년 역사에서 `최장 기간, 최다 입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지난 2월12일 시작된 `소정과 금강산전'(4월11일까지, 02-771-2381)을 찾는 사람은 하루 300~400명이 고작이다. 이에 따라 호암갤러리는 갤러리현대 쪽에 `이중섭 전’이 끝나는 9일까지 한 쪽의 입장권만 가져오면 서로 무료입장을 시켜주자고 제안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왜 대중의 관심이 이렇게 `편향되게’ 나타나는 것일까. 갤러리현대 쪽에서는 “이중섭이 유명요소를 다 갖췄기 때문”고 설명한다. 요절, 가난, 가족과의 이별 등 이중섭의 극적인 삶이 대중들에게는 마치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예술가적 삶’의 전형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또한 동시대의 다른 근대화가들에 비해 남아 있는 작품이 많고, 대부분 작품 크기가 작아 보관이 쉬웠다는 점도 그가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수년째 이중섭연구에 매달려 올 상반기 <이중섭 평전>(창작과비평사)을 낼 예정인 평론가 최석태씨도 이중섭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화가 이중섭에 대한 솔직한 평가”라고 잘라 말한다. 최씨는 또 이런 대중의 진솔한 감성은 우리나라 평론계의 낙후성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씨는 우리 평론계가 이중섭이 41년 이쾌대·문학수 등과 함께 결성한 `조선신미술가협회’가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민족미술 동인그룹이었다는 중요한 사실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문제는 `한적한 변관식 전’과 비교했을 때다. 변관식 또한 독특한 금강산 그림으로 한국 근대 화단의 큰 산으로 인식되는 인물. 따라서 `이중섭열풍’은 `신화 만들기’의 결과이며 미술사에 대한 우리 대중들의 `얕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비판의견도 만만치 않다.

평론가 김진송씨는 “전시장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가 은지화를 가리키며 `천재가 아니면 어떻게 은박지에 그릴 생각을 했겠느냐, 중섭은 과연 천재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화가는 곧 천재라는 현대의 신화가 이중섭에 대한 대중의 이해 전부”라고 분석한다. 이어 김씨는 “`화가’ 하면 피카소와 이중섭밖에 모르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살아서는 대접을 못 받았던 두 인물, 이중섭과 변관식. 전시회와 아울러 이들에 대한 미술계의 진지한 평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두 화가의 진정한 자리매김은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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