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여성위원회(CAW) 아그네스 쿠

아시아여성위원회(Committee of Asian Women:CAW) 주최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5개국 여성 노동자 및 활동가 12명이 “세계화에 반대하는 동남아 여성노동자 캠페인”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CAW의 사무국장이며 이번 캠페인의 담당자인 아그네스 쿠(Agnes Khoo) 와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뉴스 : 이 사업을 기획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아그네스 : 말레이시아를 시발로 2월 24일부터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필리핀을 거쳐 마지막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아시아 경제 위기와 자본의 세계화 속에서 성적 차별은 물론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교류하고자 이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97년 경제 위기 이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 여성들은 고용 불안정과 생리휴가조차 전혀 보장되지 못하는 노동 조건에 놓여졌습니다. 각국에 따라 상황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세계화에 저항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연대의식을 고취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지도력을 배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인터뉴스 : ‘전국여성노동자대회’등 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 참여하고 다양한 한국 활동가 및 여성운동 단체들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아그네스 : 6일, ‘전국여성노동자대회’와 7일 ‘한국여성대회’에 모두 참가했고 외노협, 여성민우회 등의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6일날 있었던 대회의 경우 여성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다른 지반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행사를 조직한 것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차이와 다양한 스펙트럼을 넘어 여성노동자들에게 제기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뽑아냈다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입니다.

언어의 문제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7일 행사의 경우 몇몇 정부 관료들의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봐서 중간 계층의 여성들이 주도하는 대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성운동이 기존의 정치권력에 접근할 것이냐, 아니면 정치권력 외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일종의 딜레마는 모든 여성운동 진영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뉴스 : 개인적으로는 그 딜레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그네스 : 개인적인 견해라기 보다는 대만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민진당 출신의 타이페이 시장이 타이페이를 국제도시로 만든다는 계획 하에 매춘도시라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모든 사업장을 하루 안에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쫓겨난 매춘 여성들은 고급 룸살롱을 제외하면 거의 40대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아줌마들입니다.

이 아줌마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얼굴을 가린 채 시위를 벌였습니다. 아줌마들은 대부분 문맹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구호조차 쓸 수 없었지만 시위참여 이후 “삶이 무엇인지 정치가 무었인지 이제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자신의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습니다. 대만의 여성노동자연대전선(Solidarity Front for Women Workers’ Unite)이라는 단체가 이 매춘 여성들을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이들은 의료해택을 포함한 법적 보호장치로서 면허증 발급을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일종의 공창을 허용해달라는 주문이었기때문에 이에 대해 일부 지식인과 학생들을 제외한 중간 계층의 여성들이 모두 강경하게 반대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중간 계층의 여성들은 자본주의의 주춧돌인 ‘가족’의 가치를 지켜야한다는 명분 하에 이들 매춘 여성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노동자연대전선 내에도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각각의 국가와 여성운동진영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뉴스 : 이번 캠페인의 명칭이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것인데, 각 지역과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아니 아시아 지역의 여성노동자들 공히 “세계화에 반대”할 수 있는 최소 슬로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그네스 : 최소 슬로건이요? 그야말로 “생존권 쟁취”입니다. 1997년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들은 음식도, 돈도,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이 생존 그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조직하는데도 참가 여성자들은 대단한 곤란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캠페인 참가자 중 한명인 술리옘(Suliyem)은 14살 때부터 도시로 상경해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인도네시아 폭동 이후 직업을 잃어 홈리스 신세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먹을 물과 샤워할 물까지 사야할 형편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여성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 생계를 유지할 뾰족한 대안도 없고 이미 이들이 도시화되었기 때문이죠. 메히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메히꼬 활동가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메히꼬가 경제위기 극복의 전형이라고 선전하는 서방 언론을 비웃었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엄마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변변한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자, 이 엄마들 스스로 공동체 내에 병원을 짓기도 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값비싼 서양의술의 치료를 받지 못하자 전통 의술을 복원해 병원을 세운거죠.

이렇게 각국 여성들의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이 곧 “세계화에 반대”하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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