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시기를 맞아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귀농 인구는 4141가구로, 97년 1년 동안의 귀농 인구 1823가구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
귀농 가구 가운데 20~40대층이 76.6%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귀농,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거름 펴냄)는 이처럼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그러나 농촌의 `고소득’ 직종 따위를 소개하는 안내서는 아니다. 이 책을 엮은 전국귀농운동본부(본부장 이병철)는 지난 96년 “갈수록 심화하는 산업문명과 환경의 위기 속에서 도시의 젊은이들이 농업의 중요성과 생태적 가치를 깨달아 농촌으로 돌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책은 이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귀농학교의 강의록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런 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글쓴이들이 말하는 `귀농’이란 도시 생활을 `때려치우고’ 내려가는 그런 귀농이 아니다. 지은이들은 귀농이 좀더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과 살아가는 방식과 생산양식을 새롭게 뒤바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병철 본부장은 `왜 귀농인가?’란 글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단지 경제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산업사회와 물질문명에 기반한 삶 전체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경제 중심의 구조조정을 넘어 삶과 문명에 대한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귀농이 도시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경제가치 중심의 삶’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립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몸은 농촌에 살면서 도시와 똑같은 생활양식을 고집한다면 바른 의미의 귀농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지은이들은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흙을 죽이고 자연을 수탈하는 화학농법·살생농법’ 대신 `자연과 함께 순환 공존하면서 흙의 생명력을 살려서 건강한 농산물, 생명의 먹거리를 가꾸는 유기 순환의 생명농법’을 제시한다. 소비 생활의 모든 과정도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을 지향해야 하며 주거환경도 자연친화적인 `생태적 살림집’에서 살 것을 제안한다. 자녀 교육도 “생명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외경을 배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
동체의 원리를 체험하도록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통해 `생명의 해방구’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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