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씨는 변해 있었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그가 정말 한때 「악명 높은」혁명전사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91년 체포될 때 이글거리던 「반역자의 눈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어느새 그의 몸엔 마치 세속을 떠난 수도사같은 온화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출옥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놓친 세월을 따라잡느라 애썼고 지난 2월에는 난생 처음 독일·벨기에 등 유럽 나들이를 해 견문도 넓혔다.

-김대중 정부에 대해 지혜로운 비판을 주문하는 등 호의적이다. 호남 출신이라는 연고가 작용한 것은 아닌가.

『나는 지역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김대중씨와 내가 같은 노선을 걸은 적이 없다. 오히려 긴장관계였다. 내가 호남 출신이라는 것은 영남사람도 호남사람도 모르고 있다』

-필명 박노해의 노해는 「노동해방」의 약자인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바꿀 생각은 없는가.

『그럴 생각이 없다』

-사회주의를 포기했나.

『현실체제,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노동, 평등, 사회복지, 인간중시 등 가치로서의 사회주의는 의미가 있다』

-운동권에서 변신한 제2의 김지하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다.

『그와 나는 다르다. 운동하던 시대나 출신성분이 다르고 조직활동 체험도 다르다. 나는 보수와 진보가 대결하는 현실정치 현장을 직시, 개혁전선에 분명히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라는 책에서 대우 김우중 회장을 신랄히 비판한 적이 있는데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재벌은 정말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재벌독재로 나라경제가 망하지 않았는가. 나는 아직 분노하고 있다』

-최근 시들이 「노동의 새벽」과 같은 감동이 없이 맥이 빠져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강렬한 맛이 필요할 때는 단순한 폭력이 지배할 때다. 이제 세상은 복잡해졌다』

-왜 서태지를 만나고 싶어 하는가.

『내가 만나려는 사람은 서태지 개인이 아니라 「서태지들」이다. 신세대는 감성적이며 개인 독립성이 있고 생활문화에 진화성이 있다. 나의 전통가치와 진보가치가 그들의 감성과 결합되면 21세기의 진보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그런 교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나는 숨이 붙어있을 때까지 운동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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