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 재건공산당 좌파의 과제
오늘날의 사회주의 99/4, 루치아노 돈데로
3월 18-21일간 리미니에서 이탈리아의 좌익 정당 재건공산당(PRC)의 4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대의원들은 좌익민주당(DS, 구(舊) 이탈리아공산당) 당수인 맛시모 달레마(Massimo D’Alema)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에 대한 반대를 거듭 주장했다.
지난 10월 재건공산당은 로마노 프로디가 이끄는 중도좌파 ‘올리브 동맹’ 정부와 단절했다. 이로 인해 당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으며 그 결과 당의 상층부가 분열되었다. 프로디가 실각한 후, 프란체스코 코시가(Francesco Cossiga) 주도의 우파정당인 공화민주연합(UDR)과 아르만도 코수타(Armando Cossutta)가 이끄는 재건공산당 분리파-이들의 현재 명칭은 이탈리아공산당(PCI)이다-를 비롯한 새로운 정부 동맹이 결성되었다.
재건공산당은 전반적으로 분열에 잘 대처했다. 당은 당원의 대부분을 유지했으며 한편으로 새로운 당원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99년 3월 현재 당원수는 7만 6천 명에 이른다(98년의 최종 당원수는 약 11만 8천 명이었다). 아울러, 이탈리아 노동계급은 보기 드문 무기력을 털어내고 의미심장한 사회적 소요의 새로운 시기로 진입하는 듯이 보인다. 전국적으로 산업쟁의가 벌어지고 있으며, 1992년 이래 시행되고 있는 민영화로 타격을 받은 운송노동자들이 그 선두에 서있다. 이러한 상황은 계급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젖힐 수 있으며 여기서 재건공산당은 노동자운동의 부활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파우스토 베르티노티(Fausto Bertinotti) 지도부가 결여하고 있는 대담한 지향과 명확한 반자본주의적 전망이 요구된다.
재건공산당은 자신의 전신인 이탈리아공산당(PCI)이 가졌던 스탈린주의적 전통과 상당히 단절했다. 당은 실질적인 내부민주주의, 독자적인 출판물을 보유하고 반(半)공개적 활동을 벌이는 일상적인 분파, 다양한 지도단위에서의 비례대표제 등을 용인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정치적 지향은 여전히 모순적이다. 당이 비록 공공연한 수정주의를 띠지는 않지만 ‘개혁적 전략’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공산당은 반자본주의적 전략과 이를 위해 투쟁할 대중운동을 건설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본가계급의 이해 속에서 통치하는 정부를 2년 넘게 지지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믿음을 훼손해왔다.
베르티노티가 중도좌파와 단절한 것 또한 현 상황에 대한 진지한 재평가의 결과가 아니다. 대회의 구호인 ‘대안적 사회를 위하여’는 실업과 착취를 끝장내기 위해 시장을 극복하는 것에 기반한 다른 사회를 향한 고무적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영감의 원천으로 케인즈 경(卿)을 뒤돌아보는, ‘보다 민주적인’ 자본주의를 바라는 유토피아적 욕망이다.
노동대중, 여성, 청년, 실업자, 노인, 그리고 점증하는 수의 이민노동자와 난민들은 ‘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자본주의 정부의 공격에 맞서 그들을 방어하는 당인 재건공산당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담한 사회주의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지도부가 부재할 경우 어떠한 성과도 일시적이고 덧없게 되며 기업주들의 반격에 노출되어 있을 뿐이다.
만약 재건공산당이 노동대중의 새로운 층위에서 지지를 획득할 수 있고 보다 많은 당지부의 조직과 작업장과 공장들에 견고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면, 당은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투쟁들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탈리아의 맑스주의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좌익민주당이라는 굴레로부터 노동계급을 획득할 필요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이한 전략적 지향이 필요하다.
전당대회에 앞서 당내 좌익은 2천 2백여개 지부 총회에 참석한 당원들 중 16%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한 바 있다. 이러한 지지 수준은 좌익세력이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던 96년 대회와 비교하면 특히 중요하다. 『붉은 깃발(Bandiera Rossa)』이라는 저널 주위에 모여있던 제4인터내셔널 지지자들-이들은 현재 베르티노티 다수파의 일부이다-과 투스카니에 집중된 바치아르디 주도의 최대 그룹-이들은 97년 위기 이후 대부분 당을 떠났다-, 그리고 제안(Proposta) 그룹 등이 그들이었다. 현재는 제안 그룹과 그 동맹세력들만이 당내 좌익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지부 총회에 참석한 3만 4천명 중 좌익 문서에 찬성표를 던진 5,350명의 당원들은 중요한 세력을 나타낸다.
120개 당 연맹 중 두 개-남부의 비보 발렌티아와 북부 산업지대의 사보나-가 좌익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비보의 경우 좌파 지지표는 96년의 56%에서 올해 87.5%까지 증가하였다. 이제 좌익은 386명의 전국위원 중 62명, 60명의 집행위원 중 10명을 차지하고 있다(이보다 작은 서기국에는 아무도 없다).
좌익의 문서는 당 지도부의 프로디 정부에 대한 태도를 격렬히 비판하고 지도부의 공개적인 자기비판을 요구하였다. 베르티노티를 지지하던 전국 수많은 당원들이 이를 받아들였으며 이들이 좌익의 기층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제 좌익이 직면한 과제가 극명하게 제기된다. 첫째, 베르티노티 지도부의 동요와 불확실성에 대한 반대를 견지한다. 둘째, 일차적으로는 이탈리아 노동대중의 투쟁에 반자본주의적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전투적 노동계급 정당으로 재건공산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좌익의 입장을 기층 대중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당 다수파와의 논의를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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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동경로를 추구할 수 있으려면, 좌익은 스스로를 응집력있는 세력으로 조직화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결연히 방어해야 하며, 당내 논의에서 이러한 입장을 끈기있고 신중하게 제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재건공산당 좌파는 신규 당원을 보충, 조직할 수 있는 지부들을 건설함으로써 자신들의 제언을 실천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들 새로운 세력은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에 맞서는 투쟁과 사회주의의 필요성 간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강령에 입각해서 계급투쟁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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