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 `영남위원회’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라며 재판부에 제출한 컴퓨터 디스켓 가운데 상당량이 변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증거로 제출된 출력지도 경찰관이 당사자 입회 없이 압수 디스켓에서 내용을 임의로 발췌한 뒤 출력한 것으로 확인돼 오는 10일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증거로 채택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박경순(41)씨 등의 법률대리인인 정재성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변론요지서를 통해 “검찰이 제출한 출력물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확인절차 없이 압수디스켓에서 임의로 편집된 뒤 출력된 만큼 `증거능력을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지난 16일부터 이틀동안 실시된 디스켓 검증 및 감정 결과 확장자가 `.hwp’가 아닌 `.asv’로 돼 있는 파일이 다수 발견됐으며, 파일 생성일자도 박씨의 구속 이후 또는 한글 워드프로세스가 개발되기 이전인 80년 8월14일로 명시돼 있다”며 디스켓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업이 중단된 경우 디스켓에 .asv가 확장자인 `자동저장파일’이 생길 수 있지만, 증거로 제출된 디스켓 가운데 한장에서만 이 파일이 2~3개씩 존재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이 압수 디스켓의 조작을 위해 손을 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인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손기식 부장판사)도 최근 열린 박씨 등의 결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수사 경찰관과 법원 전산 담당자 등의 진술, 박씨 등의 대질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했다.
당시 이 사건을 처리한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수사초기에 박씨 등에게 디스켓을 보여줬으나 이름과 직업 외에는 모두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 출력때는 대조 또는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방대한 양의 디스켓을 출력하다 보니 증거가 될 만 하다고 판단된 부분에 한해 임의로 발췌한 뒤 새로 편집해 증거물로 제출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압수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은 수사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상식”이라며 “재판에서 증명력이 결정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문서에 손을 댔다면 증거 인멸죄로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최익림, 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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