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은 없다.’

지난 91년 폐간한 영국의 대표적 좌파 학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는 지난해말 이런 제목으로 특별판을 펴냈다.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로 손꼽히는 에릭 홉스봄과 <뉴 레프트 리뷰> 초대 편집장을 지낸 스튜어트 홀 등을 동원한 이 특별판은 토니 블레어의 집권 1년6개월에 대한 평가를 `좌파의 정치담론’이라는 큰 틀에서 추구한다.

<제3의 길은 없다>(노대명 옮김, 당대 펴냄)는 그 자체가 블레어 정권이 내세우는 `제3의 길’이 세계적으로 큰 담론이 돼 있음을 보여준다. 7년여 전 폐간한 잡지가 특별판을 내면서까지 제3의 길 진단에 나선 것부터가 그렇지만, 재빠른 한국판이 나온 것 역시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그러나 정작 `제3의 길’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총 4부로 나뉘어 이념적 토대와 세계화와 관계, 불평등 심화 현상, 그리고 민족과 인종문제까지를 살펴본 <…없다>는 한마디로 “제3의 길은 대처리즘이 만들어낸 담론을 능가할 힘이 없고, 오히려 대처리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한다.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이었던 마틴 자크는 블레어 정부에 “좀더 신자유주의 사고방식에 도전적으로 맞서라”고 주장한다. 그는 80년대 후반 이후 “대처리즘은 모더니티를 이해하고 활용한 반면, 좌파는 이것과의 접촉점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자크는 불행하게도 모더니티 해석에서 블레어는 대처와 결별하기보다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화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체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어 에릭 홉스봄도 세계화 대응에 수동적이라는 이유로 “블레어 정권은 중도좌파 정부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블레어 정부의 정치는 “경제를 시장에 맡긴 채 다른 문제들에 열중하는 대중의 관심을 얻는 정치”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블레어 정권에게 부의 재분배와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로 흐르는 세계시장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렇지만 토니 블레어 정권에 대한 이들의 `충성심’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에릭 홉스봄은 “비록 블레어 정부가 `바지 입은 대처리즘’으로 공격받지만, 다시 선거가 있어도 블레어를 찍겠다 ”고 고백한다. 다만 그는 “개혁적인 정부는 재집권이 아닌 개혁 프로그램의 실천 등 다른 기준에 의해 역사와 민중으로부터 심판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조언을 한다고 밝힌다. 김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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