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민족분쟁

시류에 반대하여(Against the Current) 5·6월호

당신이 뉴욕타임즈, 샌프랜시스코 크로니클을 읽고 CNN만을 시청하고 있다면,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인구(2억1천만명)를 가진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에 대해 화교를 조직적으로 박해하고 이주자들을 공격하며 종족간의 학살을 자행할 뿐만 아니라 종교분쟁으로 회교도(전체 인구의 90%)와 기독교인들이 서로 죽이고 있는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민족폭력의 내막인도네시아에는 민족폭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를 미쳐 버리게 만드는 것은 종족주의가 아니다. 정치 경제적인 힘이 폭력의 배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ABRI라고 알려진 군 수뇌부가 새로운 대통령 하비비 뒤에서 여전히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 엘리트들이 국민을 분리시키고 지배하기 위하여 민족적이고 종교적인 차이를 이용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조직된 학살을 제외한 대부분의 폭력은 실제로 군대에 의해서 야기되었다.

1998년 5월 수하르토의 퇴진 이후에 발생한 모든 민족적이고 종교적인 분쟁들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자각은 단지 -새로이 자각된 대중과 정부내 구 엘리트 집단, 군대와 거대자본가들 사이의 권력투쟁이라는-현실에 대한 인식을 넓혀 줄 뿐이다.

종족갈등은 권력을 향한 혈투에 사용되는 무기이다. 인종문제가 (통합된 국가에서의 평등과 자치,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각 종족들에 대한 독립 허용 등이) 민주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구 엘리트들의 분리지배전술은 지속적인 효력을 지닐 것이다.

종족의 권리와 종교적 관용이라는 문제는 공정한 선거, 정의, 모든 정치범의 석방, 자결권에 대한 인정과 더불어 완전한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이다.

수차례 계속되는 분쟁들이 증명하듯 상태는 상당히 심각하다

동티모르1975년 11월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포르투갈이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고 민중들이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그해 12월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침략했다. 동티모르는 네덜란드계 인도네시아의 식민지가 아니었고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인도네시아와 문화적 공통 기반을 가지지 않았다.

미국은 동티모르의 독립지도부에 반대했으며 수하르토의 침략과 점령을 지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미국 양측은 인구가 백만도 채 안 되는 동티모르를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합병정책은 실패했다. 학살에 맞선 저항은 확대되었고 언론의 왜곡보도에도 불구하고 동티모르에 대한 지구적 연대의 함성은 높아만 갔다. 수하르토의 퇴진 이후, 수도 딜리에서는 대중시위를 포함한 조직적 활동이 증가했다.

동티모르인들의 저항과 국제적인 고립으로 인해 하비비 정권은 독립이 아닌 자치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동티모르에 대한 정책을 전환하였으며 UN은 올해 8월 국민투표실시를 결정했다. 하비비 정권은 몇 명의 정치범을 석방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진의는 군대가 국민투표에 앞서 주둔군과 “친 통합파” 준군사조직을 보강하여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과정에서 폭로되었다. 4월초, 군대의 비호를 받은 폭력배들이 수십 명의 시민을 교회에서 학살했다.

자카르타에 가택연금되어 있는 저항군 지도자 크사나 구스마오는 협상과 자치를 향한 정부측 제안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학살로 인해 구tm마오는 민중들에게 독립을 위한 투쟁을 재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무장세력을 조직하고 있는 군장성들을 비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중들은 총궐기를 경험해야 한다.”

암본제도

암본제도에서 있었던 기독교도와 회교도들 간의 폭력충돌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더러운 손이 개입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극동경제전망(3월 25일자)에 따르면, 암본에서의 회교도와 기독교도간 충돌의 대부분은 정부의 이주민정책이 초래한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암본 주지사인 살레 라투콘시나는 극동경제전망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 발생한 폭력적 사건들의 배후에는 이를 사주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그는 말했다.

“암본에서의 폭동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종족간 충돌이 수하르토와 그의 지지자들 혹은 프라보우 장군(수하르토의 사위로서 지난해 발생한 봉기로 해임되었다)을 추종하는 불만에 찬 관리들에 의해 저질러진 소행이라는 주민들의 확신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모든 의혹을 부정했다.”

칼리만탄, 서파푸아기니

칼리만탄 서부에서 있었던 원주민 다야크족과 이주민 마두레스 사이의 충돌에도 비슷한 의혹의 흔적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주자들은 자신들의 토지와 문화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원주민 다야크족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았다.

서파푸아뉴기니아인들은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땅을 점령하고 있는 ABRI주둔군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있다. 1960년대 강제로 인도네시아로 합병되었던 그들은 자치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군대에 의해서 자행되는 살인과 테러는 이들의 운동 흐름을 막지 못했다. 회유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몇몇 정치범들이 석방되고 주둔군의 숫자를 줄일 것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압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수마트라섬의 이 지역에서 독립 움직임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동티모르와 마찬가지로 군대는 더 많은 자치를 허용하고 주둔군을 철수시키는 것에 대하여 얘기해 왔다.

네덜란드 지배에 대항하던 독립전쟁의 시기로 회귀하는 듯한 이 지역의 독립 움직임은 인도네시아 정부에게는 큰 골치꺼리이다. 급진 회교도들은 독립전쟁 당시 인도네시아가 회교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거부되자, 그들은 자신들의 독립국가 건설을 요구했다.

회교 근본주의 국가건설에 대한 종교적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서파푸아뉴기니의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통치에 큰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종교적인 접근은 인도네시아 민족주의(“판카실라”라고 불리움)에 비해 부차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다. 서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정통 회교도들이지만 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바인들은 그렇지 않다. 이 지역에는 천연가스와 다른 자원들이 풍부하며 모빌 석유와 같은 기업들은 이윤을 갈취하기 위해서 수하르토 가계 및 군장성들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소한의 보상으로 토지를 빼앗고 농토와 마을을 파괴했으며 물을 오염시키고 소음공해를 유발시켰던 행위들이 그러한 사례들에 속한다.

인도네시아 화교

수백 명의 평범한 화교들이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했던 지난 98년 5월의 폭동은 결국 수하르토의 퇴진으로 막을 내렸으나 주요한 폭력행위들은 엘리트계층과 연결되어 있던 화교들에게 집중되었다.

많은 정당들은 (104개가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고 이중 48개의 정당이 6월 의회선거에 참여할 것이다) 화교들을 당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몇몇 화교들은 주요한 경제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많은 식량분배망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의 그들의 위치는 항상 불안정했다.

그들은 정통 인도네시아계 지배자들의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다. 화교에 대한 민족주의는 수카르노 정권하에서 시작되어 수하르토 정권하에서 심화되었다. 수하르토 정권은 공식적으로는 중국식 이름의 사용과 기념일을 금지했지만 화교를 그의 사업파트너로 생각했다. 수적으로 열악한 화교들은 특별한 신분증을 발급받았으며 독립적인 정치적 힘을 거의 소유하지 못했다.(화교의 숫자는 전체 인구 3%미만이다)

(화교에 대한 차별은 동남아시아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그들은 자주 선동의 표적이 되었으며 심각한 정치 경제적 문제에 따르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대부분 화교들이 3, 4대 정착민이며 중국어를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외국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상황

다음에는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ABRI의 지지를 받는 하비비 정권은 사회,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과 IMF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미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3월 하비비를 방문하고 미 국방부가 계속해서 ABRI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서방국가들은 친미적인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의 정치적 역량으로는 더이상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들의 욕구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IMF는 이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속하고 있다.

수하르토 자신과 가족, 동료들을 포함하는 구 엘리트들은 막후에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수하르토의 체포와 처벌에 대한 요구가 고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운동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수하르토를 보호하고 있는 하비비의 권력 역시 여전히 강고하다.

수하르토의 독재가 부활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의 취약해진 기구들은 공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의회는 수하르토 정권이 개정한 선거법에 기초하여 선출될 것이다. 새 의회는 38명의 군 인사(75명에서 감소된 숫자)를 포함할 것이며 직선의원 숫자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많은 정치범들이 석방되었지만 여전히 동티모르 저항 지도자 크사나 구tm마오, 민중민주당(PRD)의장 부디만 수자미코는 여전히 감금상태에 있다. 부디만은 조건없는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민주당은 현재 합법화되어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출마시킬 것이다.

부디만을 포함하는 7명의 민중민주당 소속 정치범들은 4월 13일 단식투쟁을 끝냈다. 그들은 공정한 선거와 소속당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4월 6일 투쟁을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상황은 유동적이며 아무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짐작하지 못한다. 환율은 다소 안정되었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업은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보수 야당은 민중민주당과 같은 급진정당을 배제하기 위해 선거를 거치지 않고 연립정권을 수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비비는 구 정당기구가 그를 대통령직에 머물게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군 수뇌부는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인종적이고 종교적인 폭력은 이러한 정치 경제적 혼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누가 자카르타, 동티모르, 서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한 여러 섬들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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