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소유제도인 ‘우리사주제’가 시행 12년을 맞았지만 유명무실하다. 우리사주제는 재벌총수의 전횡적 ‘선단 경영’을 막고 구조조정 과정상 매각·빅딜로 파생하는 실직·해고를 방지할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유주의 경영권 방어나 직원 재테크 차원에 머무르고 있어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부는 미온적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7백60개(98년 10월말 현재)의 99.6%인 7백57개사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 우리사주 총예탁비율이 2.1%를 차지한다. 87년 관련법 개정과 증시활황으로 총예탁비율이 6.86%까지 오른데 비하면 크게 줄었다. 게다가 89년 주가폭락과 98년 IMF로 인한 대량 실권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우리사주 총지분율 2.1%는 전체 상장기업 대주주 평균 지분보유율 3.1%(특수관계인 우호지분 제외)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기아 김선홍씨 대표적 악용

지분 권리행사만 제대로 된다면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 송태경(34) 전문위원은 “법규정의 미비로 조합원이 우리사주 취득·운영 주체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재산권 침해에도 속수무책”이라며 “지분 권한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최대 병폐인 ‘소유 편중’과 ‘총수 전횡’을 시정할 강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사주를 우호지분으로 활용, 경영을 해온 대표적인 사람으로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이 꼽힌다. 그는 0.1%도 안되는 기아자동차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6%를 웃도는 우리사주와 7%내외의 경영발전위원회 소유지분 모두를 자신의 지분인양 실권을 휘둘러왔다. 결국 기아자동차 종업원들은 13%나 되는 지분을 소유하고서도 제도상 결함으로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다 부도로 재산가치마저 잃고 만 것.

또 기아차 종업원들은 1조원 이상되는 자본금의 13%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7년간 양도를 금지한 규제로 부도·매각과정서 주가폭락과 90%감자에 앉아서 재산손실을 입었다.

제일·서울 은행 우리사주조합도 IMF한파에 따른 감자과정서 큰 피해를 당한 건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신라호텔의 우리사주 지분은 40%를 넘는다. 양사 모두 종업원이 경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한자리 수 지분 소유자인 이건희씨의 전횡을 막지 못하고 있다. 조합장이 우리사주 소유지분 전권을 행사하도록 한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 재벌총수들이 종업원의 권리를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주제는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을 예방하고 부실에 따른 고통·혜택을 고루 나누는 효과적 방안이기도 하다. 비용절감의 일차적 대상이 되는 인력감축에 앞서 노사는 은행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부채출자전환’(debt-equity swap)을 하고 합심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으로 정리해고 없이 기업구조의 재조정을 이룰 수 있다. 또 임금동결시 자사주를 무상 지급하거나 일정기간 뒤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종업원주식옵션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승현 교수(경남대 경영학부)는 “종업원소유제가 잘되는 기업은 부실·부도 위기 때 임금 동결·삭감이 불가피하면 임금을 주식과 교환하는 양보교섭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해고를 자제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책만 마련된다면 노사 협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 고용안정의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착기업 생산성 11% 올라

지난 80년대 말 오랜 불황으로 부도위기를 맞았던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위어톤 철강회사 등 많은 기업들이 종업원주식소유제(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ESOP)로 인력감축을 자제하고 부도위기를 극복한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크라이슬러사는 79년부터 정부의 재정 지원(크라이슬러 지원 한시법 제정)을 받아 금융기관 총부채의 10%를 출자로 전환하면서 임금동결 대가로 종업원주식을 나눠줘 10년만에 재기에 성공, ‘크라이슬러 신화’를 창출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97년 종업원주식소유제를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산성 실측결과, 도입한 기업이 8~11%나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종업원주식소유제를 통해 해고없이 위기를 극복한 노사가 쓸데없는 마찰과 갈등을 줄이고 협력해 어려움을 쉽게 극복한다는 걸 입증한 것.

‘민주운영’으로 지분권 행사를

양대노총은 지난해 10월 2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우리사주제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 △법적 정의를 ‘종업원의 복지증진 및 경제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단체’로 바꿀 것 △임원이나 대의원의 선출·해임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할 것 등을 골자로 자주·민주적 조합운영 보장 △보유기간(현행 7년)을 단축하되 장기보유를 유도할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제 강화 △비상장기업의 우리사주조합 활성화 지원 방안을 합의했다. 이들은 또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우리사주 관련법 제정 △우리사주 구매기금 조성 △주식 처분·관리 등 공유개념 도입 논의를 계속하기로 공감했다.

민주노총 이병우 고용안정센터 전문위원은 “2기 노사정위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3월초 기껏해야 ‘보유기간을 7년에서 3년여로 줄인다’는 짤막한 발표만 했다”며 “△민주·자주적 조합운영 △양도제한 대폭 완화 △취득자금 15% 근소세 공제 △장기보유자 면세혜택 △ 노동자 주식취득 금융지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지난 3월 엉뚱하게 퇴직금을 우리사주신탁기금으로 전용토록하는 ‘우리사주신탁’ 추진을 언급했다가 양대노총의 항의를 받았고, 9일에는 보유주식 양도금지 기간을 7년에서 3~4년으로 줄일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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