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쾰른 시위 스케치

김석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PICIS>

시위 도중 갑자기 중무장한 경찰들이 시위대 속에 파고 들었다. 반파시스트 그룹(Antifa)과 쿠르드 저항세력 사이에 끼어 든 것이다. 폭동진압 경찰대까지 출동,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했다. 결코 물러서지 않는 시위대의 기세에 경찰은 일단 퇴각했지만 집회 전반에 걸쳐 시종일관 적대적인 태도로 시위대를 압박했다.

지난 5월 29일 쾰른에서 열린 시위의 한 풍경이다. ‘국제연대 만세’는 여기서 가장 많이 외쳐졌던 구호 중 하나이다. 이번 집회는 실업 반대 유럽 행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지난 97년의 암스테르담 집회를 조직했던 ‘실업과 고용 불안, 배제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유럽 행진’이 이번에도 역시 준비를 맡았다.

쾰른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게 된 이번 행진은 베를린, 프라하, 브뤼셀 등에서 각기 쾰른을 향해 행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또한 초국적 생명공학 기업에 반대하는 인디아 농민들 등의 대륙간 행진(Inter-Continental Caravan)도 여기에 합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분노의 목소리를 더했다. 유럽 각지에서 3만 5천여 명이 이번 시위에 함께 했으며, 반파시스트 그룹을 비롯한 많은 유럽의 급진 좌파조직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럽에서만 실업자가 2천만명이고, 6천만명이 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다. 고용 불안과 불평등은 점점 더해가고, 사회적 보호 체계는 악화되어 왔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지난 20년간 유럽에 내놓은 성과라고는 이러한 것들 뿐이다. 강력한 대중 투쟁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며, 이런 이유로 ‘유럽 행진’측에서도 노조 운동의 적극적 참여를 긴급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에 내걸어진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성별, 나이는 물론 그 어떤 형태의 차별 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소득 보장.

2) 적정 수준의 급료가 제대로 지급되고 안정적인, 그리고 사회적, 환경적으로 유용한 새로운 일자리의 대량 창출.

3) 노동 시장의 유연화 거부, 임금과 구매력의 손실 없는 즉각적이고 일관된 노동 시간의 감축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고용 확대, 일자리와 소득에 있어서의 남녀 평등.

4) 보편적 정의에 기반한 유럽과 그에 입각한 모든 사회적 권리들의 증진.

5) 인종주의와 배제, 추방의 벽을 넘어, 그 출신지에 관계없이 모든 거주자들에게 평등한 권리의 보장을 통해 동과 남의 민중들에게 활짝 열린, 연대의 유럽. 노동의 권리, 소득을 가질 권리 요구와 더불어, 사람들을 시장과 경쟁에 의존하게 만드는 경제 체제 극복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것

이번 시위는 또한 6월 18일 국제 행동의 날과 선진 8개국(G8)회담에 맞서는 대항 회의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뜨거운 한 달의 시작을 알리는 민중의 함성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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