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나토의 또다른 수사

노동자세계(http://www.workers.org) 7/1

나토 지도자들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할 것을 유고측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 ‘국제사회’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국제사회는 유엔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단지 북대서양 회원국만을 의미하는가? 지난 몇주 동안, 서방 언론은 나토를 제2차세계대전 직후에 창설된 다자간 기구이며 나토의 결정은 인류 보편의 결정인 양 선전하였다. 이러한 선전이 얼마나 쓸모있는 작업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의 무질서가 증가하고 있으며 유엔 질서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감추기 위한 얇은 베일에 불과하다.

코소보 사태를 다루는 유엔의 편들기 태도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서방의 의도와 관련하여 많은 국가들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베트남, 남아프리카 등은 다양한 공간에서 나토 공습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진 폭격결정을 비난하였다. 비슷한 우려가 아랍을 포함하는 남반구 전역에서 표출되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의 묵인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유고에서 나토가 즉각적으로 군사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인도는 “비록 지역적 차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일정한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취해진 이번 행동으로 전체 유엔체제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경고했다. 「인도타임즈」는 이러한 공식적 발표 이면에 숨겨

진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미국과 미국의 유순한 도구인 나토는 이제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조차 무력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갖게 되었다.”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5월 초 헝가리를 방문하여 서방의 결정은 안전보장이사회를 ‘불필요한 것’으로 무시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유고정부의 범죄행위를 단호하게 비난한 만델라 대통령은 나토 역시 “시민들을 학살하고 교량과 여타 시설을 파괴하는 등 밀로셰비치가 자행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자국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나토를 비난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견해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내 분리주의적 움직임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자치를 요구하는 투쟁이 국제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와 신키앙(新疆)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타이완이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항상 중국 정부의 레이다에 잡혀 있는 상태이며 인도 역시 카슈미르라는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나토의 군사적 개입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극적으로 반전된 태도(비록 인도네시아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교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를 보이고 유고 연방의 통일을 유지시킬 것을 주장하는 까닭은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지역적 통합에 큰 어려움(인도네시아는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델라가 지적한 것처럼, 코소보 분쟁과 유엔의 주변화는 국제사회의 미래와 분쟁 개입 및 해결에 있어서의 유엔의 역할과 안전보장이사회의 위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미래의 세계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관련된 이유들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남아공 모두는 이번 위기가 나토가 아닌 유엔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아시아 우방들 역시 동일한 우려를 표현하였다. 나토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은 자제하였지만, 한국과 일본 같은 몇몇 국가들은 이번 사태가 앞으로 있을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그리고 지난 2년간 경제위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정학적 확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아세안(ASEAN) 국가들 역시 나토 공습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남지나해에서 발생하고 있는 끊임없는 긴장과 중국의 영토확장 욕구는 지역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방적인 군사개입의 가능성은 비단 중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며 한정된 지역 내에서 무력을 행사할 능력을 보유한 모든 국가들로 확장된다. 개발도상국가들(아직도 식민지의 끔찍한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은 서방의 헤게모니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불안한 전략적 환경에서 자국을 방어해야 하는 대단히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나토공습 이후 인류가 감당해야 할 주요한 도전 가운데 하나는, 중재자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너무나 많이 제한당해 버린 유엔체제 안에서 생존해야 하며 분쟁개입과 해결에 대한 제도적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안전보장이사회는 지금의 5개국이 아닌, 10개국 혹은 영구회원국 체제(인도, 브라질, 일본, 나이지리아, 남아공을 포함하는)로 바뀌어야 한다. 만일 그때까지 유엔이 여전히 의미를 가지며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대국의 이해를 쫒는데 그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장기적 민주화는 세계의 지형을 의미있게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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