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노조’라 불리는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하위직 공무원을 대표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과 같은 직접적인 이해관계 뿐 아니라 기관장의 독선, 잘못된 행정 처리 등을 지적하는 등 감시와 견제 세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 커지는 직장협의 힘 지난달 30일 행정자치부 주최로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제도개선 공청회’는 허술한 기금 관리를 비판하는 공무원들로 진통을 겪었다. 이 자리엔 전국에서 직장협 회원 500여명이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이들은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30여분 동안 “제도개선에 앞서 기금고갈 이유와 책임을 먼저 밝히라”고 비판을 쏟아부었다. 행자부는 뜻밖의 집단적 항의에 “자제해 달라”는 부탁만 되풀이했다.

이를 지켜본 한 공무원은 “예전엔 무슨 일이든 머리숙여 따르던 공무원들이 목청을 높이며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보니 세상이 정말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직장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자체 제작한 홈페이지를 통해 여론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구청장이 노모의 팔순잔치를 알리는 청첩장을 관내 업체에 무더기로 보내자 직장협의회는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구청장은 팔순잔치를 취소해야 했다. 또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선 간부 직원들이 여당 후보를 편드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적 중립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 관련 공무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대구시에서는 박병련 행정부시장이 업무보고를 받던 중 부하 직원을 폭행한 데 대해 직장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해 부시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직장협 가입률도 전국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이며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87개 단체에 직장협이 창립된 데 이어 올해는 148개로 늘어났다. 가입 자격 공무원 40만명 중 5만명 가량이 가입한 셈이다. 차봉천 전국직장협의회 발전연구모임 공동대표(국회사무처 직장협회장)는 “직장협 창립이 가능한 단체는 전국 2400여개지만 공무원이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이 300개 정도이므로 절반이 이미 직장협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 남은 문제들 직장협 위상이 높아진데 반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기관장이 인사발령 권한을 이용해 직장협을 무력화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모임은 서울지방법원이 지난 1일 곽승주 서울지법 직장협의회장을 서부지원으로 전보한 것에 대해 `대표적 보복인사’라며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직장협 관련 법률에 대표 임기는 2년으로 보장돼 있는데도 사법부가 법을 위반했다”며 “곽 회장을 취임 1년만에 인사조처한 것은 직장협을 해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서울시청 직장협 등 전국 148개 직장협에서 인사조처를 비판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전연구모임은 또한 “각 직장협이 모여 전국 연합회를 결성하는 것을 금지하는 직장협 관련 시행령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직장협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막는 규제를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발전연구모임은 올해 안에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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