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의 지구화 구상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99/7, 수잔 조지
지구화와 “중재권”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대서양동맹의 코소보 개입은 국가 주권이 심
각하게 손상되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역
들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주권의 원칙은 어떠한 통일성도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 고도의
경제 질서가 시장의 제일성에 기반하고 WTO(세계무역기구)를 비롯한 무책임하고 음모적인
국제기구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반면, 사회, 환경적 영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영향권 외
부에 있다.
(98년 10월 협상에서 철수한 프랑스 덕분에 이룩한)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맞선 승리에
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들은 남아있다. 각국 정부들은 왜 이처럼 악명 높은 협정에 서명하
면서 아무런 가시적인 반사이익도 없이 자국 주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자 했을까? 유일
한 대답은 맑스와 엥겔스의 표현대로 “현대 국가권력은 부르주아 계급의 사무를 관장하는
집행위원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제 거대 초국적 산업, 금융 기업들로 구현되고 있는 이 “부르주아 계급”은 다양한 로비
를 통해 “국가권력”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상공
회의소(ICC)는 “세계 모든 지역, 모든 부문의 기업을 대신하여 당국과 대화하는 유일한 대표
기관”이라고 주장하면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는 자신의 요구를 국
가 수반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WTO에서의 협상을 비롯한 유럽과 무역에 관한 모든 문제들은 퇴임 예정인 유럽연합 집
행위원회 부위원장 레온 브리탄 경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임을 예견하지 못
하고 있는 듯 여전히 유럽연합 모든 정부들을 위해 발언하고 있다. 이 정부들은 다른 부문에
서와 마찬가지로 교역에서의 주권 상실을 받아들였는데, 왜냐하면 협력을 통한 이득이 기동
의 여지를 제한함으로써 발생하는 결점을 능가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
렛 새처의 초자유주의적 계승자를 대변인으로 선택하는 것과 협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WTO의 경우에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유럽의 전망을 후퇴시키면서 국가주권을 발가벗기는
경쟁을 목도하고 있다.
레온경은 국제상공회의소와 마찬가지의 세계(자유무역이 지배하는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올 11월 시애틀에서 열릴 대규모 WTO 각료회의에 관한 이들의 견해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
서 호환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주권적” 유럽 정부들은 이들에게 기꺼이 추월당하면서
이들을 완벽한 맑스, 엥겔스의 집행위원회로 의심쩍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브리탄/국제상공회의소 쌍두마차는 농업의 자유화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한다(이는 결국 농
총 공동체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가난한 나라들은
자국 국민들의 식량안전에 대한 통제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TRIPS)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면서 생물에 대한 특허까지 포함하는) 지적재산권협정 또한
시애틀에서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가지 외에 덜 알려진 것으로 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도 현재 의제에 올
라있다. 레온경과 국제상공회의소는 이를 통해 “시장 접근과 내국인대우에 관한 국가간 합의
를 확대, 향상”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서비스 부문 모두에 걸쳐 각국의 규제 장벽을 철폐”4)
하고자 한다. 이 협정은 앞서 말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상품적 존재”와 “자연적 인간의
이동”을 포함할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므로 전세계적으로 서비스가 해외투자에 개방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 우리 자신의 기업들에
관한 멋진 전망이 있다. 그러나 정부들은 자신들이 겪게 될 주권의 상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걸까?
WTO의 굴레 아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한 “서비스”들은 수조 달러에 상당하는 상업 거래
를 표상한다. 외관상 보기에는 흠없이 보이는 이 용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간 활동을
포괄한다. 유통·도매·소매·총판, 건설·건축·장식·유지, 토목·기계공학 및 모든 종류의
공학, 금융서비스·은행업·보험, 연구 및 개발, 부동산 서비스·임대·신용구입·분할구입,
통신·우편서비스·컴퓨터통신·오디오/비디오/정보 기술, 관광 및 여행·호텔·식당업, 도로
건설과 유지/쓰레기 수거/하수처리/상수도/산림보호 및 도시계획 등의 환경서비스, 공연장/도
서관/문서보관소/박물관 등을 비롯한 문화 및 여가 서비스, 출판·인쇄·광고, 우주여행을 비
롯한 모든 상상가능한 운송수단을 통한 교통, (초중등, 대학, 성인) 교육, 인간 및 동물의 보
건 등. 이 모두에는 160여개의 하위부문과 활동이 포괄된다.5)
건강의 사유화
유럽연합 국가들에는 이 문제들을 다루는 공무원이 최대 수십 명에 불과하며 따라서 어쨌
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범위를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수백명의
전문가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이들 문제에 전념하고 있으며 모든 서비스 부문의 전면적 자유
화를 위한 칼을 갈고 있다.
미국의 특별무역대표(USTR) 찰린 바솁스키는 바나나와 유전자조작 농산물, 호르몬 쇠고
기 등에 관한 미국 정부의 성공적 투쟁을 선동하였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미국 기업계의 이
해와 동반관계에 있다. 바솁스키는 시애틀라운드에 대한 요구 목록을 기업들에 요청했으며
서비스산업연맹(CSI)은 31쪽에 이르는 상세한 문서로 이에 부응하였다.6)
위에 나열된 수십개의 서비스 부문 모두가 WTO를 통해 최대한의 양보조치들을 이끌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분야가 미국의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지적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나 유럽의 보건 부문은 자유화의 특별 타겟으로 선정되었다.
유럽의 경우,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층인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용이 폭발
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연맹은 이로써 “미국 기업이 해외 의료 시장으로의 확대
기회를 얻어내는 협상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많은 해외 국가들에서 의료 서비스가 대부분 공공 부문의 책임 아
래 있었다 … (따라서) 미국의 민간 부문 의료공급자들은 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WTO는 탈출구를 선사하고 있다. 바솁스키가 철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장벽” 가운데에는 “의료 전문가 자격 제한”과 “과도한 비공개와 비밀 규제” 등이 포함된다.
그녀의 “협상 목적”은 “민영화 진작”과 “경쟁친화적인 규제개혁 도모” 등이다. 서비스산업
연맹 또한 “시장 접근”과 “외국인에 의한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과 의료 시설 소유를 용인하
는 내국인 대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이 정부 계
약에 입찰할 수 있도록 의료 부문이 WTO 공공조달 규정에 포함되어야만 한다.7) 이들 조항
모두를 포함하여 의료 서비스에 관한 협정이 WTO에서 의제에 올라 조인될 경우 우리는 유
럽의 공공 의료 체계에 작별의 입맞춤을 하게 될 것이다.
국제상공회의소와 레온경, 그리고 우리의 정부들은 위에 언급한 이미 승인된 의제 외에도
많은 부가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고전적 요구인 잔존 산업 관세의 철폐에 착수하
였다. 결국 관료적이고 고루한 관세 절차를 “조화시키고 현대화, 단순화”(이의 본뜻은 관리와
검사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함을 의미하는 “교역 촉진”이 있게 된다. 이 다음에 오는 것은
어떤 국가건 국민총생산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정부조달이다. 이 시장들은 내국인 대우라
는 신성한 원칙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의 공급자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브리탄과 국제상공
회의소는 또한 구속력 있는 국제 규약들의 법적 틀거리를 발전시키도록 요구하는 경쟁 정책
에 관한 법적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
다자간투자협정의 적들은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 관한 협정은 잊혀지지 않
았다. OECD에서 다자간투자협정이 좌절된 이래 레온경은 자신이 “국제적 규약을 위한 포괄
적 틀”을 협상하는 토론장으로 항상 WTO를 선호해왔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고 있다. 마
지막으로, WTO는 환경 문제를 다뤄야 한다. 기후변화, 오존층, 생물다양성, 독성 폐기물, 멸
종 위기 생물 등에 관한 다자간환경협정(MEA)의 내용과 WTO의 규정 사이에 불일치가 존
재하고 때로는 충돌까지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들에 대해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WTO에서 이를 문제삼으려면 왜 다자간환경협정을 조인하는가?
지금까지 WTO의 최고회의들이 환경이나 공공 의료에 관련된 분쟁을 어느 것에도 신경쓰
지 않고 결정해온 것에 비하면 환경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환경 문제
에서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림생산물협정(FPA)이다. 이 협
정은 산림 생산물의 교역과 산림 개발에 대한 모든 장벽과 장애물을 제거하게 될 것이다. 바
솁스키는 캐나다 목재산업의 로비스트를 지낸 바 있다. 이제 그녀는 미국계 거대 초국적 목
재, 제지 기업들로부터 조언받고 있다.8)
이와 같은 한묶음의 조치들(시애틀의 ‘붙박이’ 의제에 새로운 주제들을 합한 것)은 이미 레
온경에 의해 밀레니엄라운드라는 세례명을 부여받았다. 그는 국제상공회의소와 선진7개국 정
부가 승인했듯이 밀레니엄라운드가 이미 승인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단일 작업”
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모든 참가국이 취사선택이 아니라 협상의 결과
전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온경은 WTO의 의제 상에 올라있는 수많은 이슈들이 한번에 협상되기를 원한다. “일부
국가에는 어렵지만 다른 나라들에는 관건적인 이슈들을 따로 분리해서 차단할 수는 없다. 이
들 문제는 WTO 회원국 각국이 결과로 만들어내야 하는 이익에 관한 전반적인 계산의 일부
로 평가되어야 한다 … 각기 다른 이슈들 사이에 상쇄가 가능하게끔 하는 전반적인 이익 균
형에 관한 정치적 계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러한 능력이다.”9)
선진국조차도 이러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이는
자국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다. 이들 국가는 현재보다도 더욱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WTO에 상설 대표단조차 갖고 있지 않으며 몇몇 국가들은
대사관을 함께 쓰고 있다. 남반구의 큰 나라들조차도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잡한 협상에 관여할 적임자의 수가 부족하다. 남반구 국가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WTO가 OECD보다 “민주적 장소”라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수상의 선언은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4각”(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은 자신들의 의지를 계속
해서 강요할 것이고 미국은 남아도는 고도의 전문 인사들을 통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자명하다.
국가주권을 우려하는 우리의 국가 관료들은 “걱정마라. 모든 상황이 관리되고 있다”고 답
변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에서 정말 필요로할 것은 우리 정부들이 어떠어떠한
것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하나에서 열까지 보여주는 일종의 상세한 “투쟁성 지표”
이다. 우리의 정부들은 자국 국민의 모든 이해를 방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
렇다면, 정부 교섭자들이여, 미래는 어떠한가? 공공 의료인가 소농민인가? 호르몬 쇠고기인
가 산림파괴인가? 시청각재산권인가 아니면 ‘바나나 결정’으로 이제는 금지되어버린 로메협
정 준수인가? 이 지구화된 세계에서, 여러분은 진정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지를 알아야만 한
다.
각국 정부들은 신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밀레니엄라운드의 전체 협정이 3년 안에 타결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서두를까? 답은 간단하다. “급속하게 진화하는 기업 현실
과 여기서 제기되는 요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자간 규약형성이 전지구적 시장에서
의 변화속도에 적응해야 한다.”10)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업의 요구는 시민들의
요구를 대체해버린다. 2003년 1월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면서.
“전반적인 이익 계산”과 “상쇄”라는 이러한 전망은 아직까지는 대중적 논쟁을 불러일으키
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초국적기업들의 “집행위원회”에 의해 통치되기를 바라지
않고 WTO의 강대국들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대중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
문에 이와 같은 논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이 조직[WTO]에 대한 전면적 평가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11) WTO와 그것의 오만한 야심이 현재 미치고 있는, 그리고 향후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검토할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정말 시급한 문제이다. 이를 놓
칠 경우 주권국가들은 말하거나 행동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될 것이다.
1) {공산당선언}
2) 1999년 6월 18-20일 쾰른 정상회담에 참여한 국가, 정부 수반들에게 기업측을 대표하여
보내는 국제상공회의소 성명서([기업과 세계경제] 1999년 5월 11일자). “세계무역기구 2차
각료회의를 위한 세계 기업의 우선적 제안”, doc. 103/202, 1998년 4월 3일. 도 참조하라.
3) 각주 2)의 국제상공회의소의 문서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즉 레온 브리탄 경)의 문서들,
즉 1999년 4월 26일의 113위원회[1957년 체결된 로마조약의 113항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로
각국 무역담당 관료들로 구성된다. 유럽연합의 교역정책을 감독, 자문한다.-옮긴이] 기록,
1999년 5월 9-10일 베를린 유럽연합 무역장관 비공식 회담, 레온 브리탄 경의 “WTO 밀레니
엄라운드의 지구화에 대한 공헌: 유럽연합의 견해”, 1999년 4월 29일 비엔나 허버트 바틀리
너 심포지엄 연설문인 “지구화 시대의 유럽, 경제질서, 경제법” 등을 비교해보라.
4) 국제상공회의소, [기업과 세계경제], 앞의 글.
5) 필자에게 “세부약정 일정, 유럽공동체, 회원국가”(GATS/SC 31조 이하, 1994년 4월 14일)
를 보내준 WTO 관계자에게 감사한다.
6) 서비스산업연맹, “2000년의 서비스들”, USTR 등록 제안서, 1998년 8월 19일 연방정부 등록
고지에 대한 답변.
7) “2000년의 서비스들”, 앞의 글, 14-16쪽.
8)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마크 발리아나토스(Mark Vallianatos)에게 연락하라. 그의 전
자우편 주소는
이다.
9) “WTO 밀레니엄라운드의 지구화에 대한 공헌”, 앞의 글.
10) 국제상공회의소, [기업과 세계경제], 앞의 글, 5쪽.
11) 밀레니엄라운드에 반대하는 국제 시민사회 성원들의 성명서는 5월 중순에만 75개 국가
600여 조직의 서명을 모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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