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군의 역할은 무엇인가

존 랜드 주간녹색좌파 9/8

9월 4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8월 30일의 동티모르 독립투표 결과 21.5%(94,388명)만이 자치안을 지지하고 78.5%(344,580명)의 유권자가 독립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독립 찬성표는 몇달간 계속된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의 테러가 없었다면 훨씬 높은 비율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만 보아도 이 결과는 동티모르 민중과 저항세력의 거대한 승리라 볼 수 있다.

민병대가 수많은 지역에서 공격과 협박을 계속 자행함에 따라,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치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수도 딜리에서는 민병대가 자동화기와 칼, 그리고 사제 총기를 가지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투표 결과 발표를 전후로 한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의 폭력은 인도네시아 경찰에 치안을 맡긴 5월 5일 협정이 완전히 실패작이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친통합파 지도자와 무장 독립군 팔린틸(Falintil)은 8월 29일 유엔의 중재 하에 평화회담을 갖고 공공장소나 특별지정 지역 외에서 무기를 소지할 경우 인도네시아 경찰이 이를 압수한다는 것에 “합의”했지만, 민병대는 이 평화회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격을 계속 하고 있다.

9월 1일 밤, 딜리의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 건물 구내에서 있었던 폭력사건과 관련해 ABC 기자가 인도네시아 경찰당국에 민병대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들은 무기를 압수하는 것은 “그렇게 우선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친통합파 민병대원들은 인도네시아군과 농담을 주고받고 담배를 나눠 피고 있었다.

친통합파 지도자들은 인도네시아 통치 하에서 누려운 특권적 지위와 경제적 이익을 독립으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보장받기 위한 주요 협상 카드로 인도네시아군의 지원을 받은 무장 민병대를 이용하고 있다.

바실리오 아라조와 조아 타바레스와 같은 친통합파 지도자들은 또한 동티모르에서 했던 투자 대부분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인도네시아 군인사들과 수하르토 일가의 측근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인도네시아 지배기간 동안 수하르토 일가는 동티모르에서 564,867헥타르에 이르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친통합파들에 의한 폭력이 계속되자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요구(옥스포드빈민구제위원회(Oxfam)나 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과 같은 감시기구나 유럽연합, 호주노동당(ALP)의 외무 대변인인 로리 브레러튼으로부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동티모르 저항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도 9월 4일 같은 주장을 했다.

투표 이후 폭력사태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즉각적인 반응은 3백 명의 경찰과 1천 4백 명의 정예군을 추가로 파병하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군

새로운 상황의 급진전은 이 상황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하비비 내각의 견해차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 물라디는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는 동티모르 유엔군 파병을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라디의 입장은 8월 27일 리스본에서 있었던 유엔과의 회담에 대표로 참가했던 누그로호 위스누무르티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인데 누그로호는 회담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압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의 영토로 있는 한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유엔 동티모르 특별사절단 잠쉬드 마커는 9월 2일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인도네시아 외무부 장관 알리 알라타스와의 회담 결과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이 치안 책임을 계속 맡는 것을 찬성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이 친통합파 민병대를 지원하고 폭력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증거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커는 기자들에게 “나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알라타스 장관의 확언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타스는 인도네시아 경찰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변호조로 답변했다. “그들은 정말 자신의 임무에 너무나 충실하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애쓰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알라타스와 마커 간의 회담이 진행되던 날 UNAMET의 동티모르 직원 2명이 친통합파 민병대에 의해 살해당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외무부 장관 알렉산더 다우너 또한 인도네시아 군이 동티모르에서 계속 임무를 수행해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군이 민병대를 통제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논평은 동티모르 주둔 인도네시아 군이 이미 민병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민병대의 활동은 국민투표를 통한 독립세력의 승리를 불신임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군이 행하고 있는 불안감 조성의 핵을 이루고 있다.

유엔 아태사업국 대표인 프란세스 벤드렐은 9월 2일 ABC 라디오 오후 프로그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비록 엄청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폭력의 요소[친통합파 민병대]를 제어할 더 큰 의지가 있음을 믿는다. 몇 주 지나면 이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해 질문을 받은 그는 “그러한 개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벤드렐은 “회원국이 동맹을 형성하는 데는 다른 대안이 있을 것”라고 제안하면서도 “어떤 국가도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평화유지군

친통합파 민병대는 이전에 저자세를 취했던 지역을 지배하고 독립활동가를 제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 개입을 한다면 민병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개입 그 자체만으로는 폭력을 중단시키기에 충분치 않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팔린틸 게릴라와 친독립파 청년과 학생활동가들에 의해 건설된 지역 방어위원회를 무장해제할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몇 주간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이 지역 위원회들은 중무장한 친통합파 민병대들과 대적하는 유일한 단위이다. 사실상 그들은 테러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방어선인 것이다.

즉각적으로 요구되고 지속가능한 유일한 해법은 인도네시아 군이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고 민병대가 무장해제하는 동시에 해체되는 것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테러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학살 중단을 보장하진 못한다. 동티모르에서 폭력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무엇보다 테러에 책임이 있는 세력(인도네시아군)이 물러나는 것이다.

동티모르에서 최근에 돌아온 오스트레일리아 민주당 상원의원 비키 본은 9월 2일 기자회견문에서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단기적 안전문제를 통제하기 위한 첫번째 조치로 최근 경찰과 민병대 작전을 지휘한 모든 군 인사를 해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압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우선, 인도네시아군과의 모든 연계를 끊어야 하며 즉각적인 무기 통상금지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 첫 번째 실천적인 단계로 각국은 자카르타 주둔 대사관에 배속된 무관들을 소환하고 이에 상응하여 해외 주둔 인도네시아 무관들에게도 동일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는 인도네시아측에 우리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은 인도네시아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들은 이러한 접근을 제안하고 있지 않다. 특히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인도네시아 군의 장비와 훈련의 주요 원천으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방 장관 존 무어는 인도네시아 군과의 연계 중단은 배제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일 주일 여를 보낸 미국 국무차관 스탠리 로스는 9월 1일 SBS 데이트라인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국제사회의 존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언급하였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도이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우리 견해로는 무장해제를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한 극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로스는 “양측 모두”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텔레비전에서 코소보를 보면서 무장해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기만 하면 된다. 한 남자가 총을 가진 채 거리를 걷고 있다. 국제군이 그 총을 압수한다. 왜냐하면 위란토 장군이 이틀 안에 무장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하라. 우리는 구스마오의 연금 해제와 동티모르 복귀가 이러한 과정을 촉진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인도네시아측은 항상 양편 모두가 무장해제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합리적이기도 하다.”

로스에 따르면 미국은 동티모르 투표 이후의 우발적 사태에 대해 준비하고 있었다(그는 이에 관해 상세한 언급은 회피했다). 다음 날 ABC 방송의 7시 30분 보도에서 그는 미국이 평화유지군에 개입하는 것도 하나의 가능한 선택수임을 암시하였다.

동티모르에 대한 해외의 군사적 개입(그것이 8월 30일 투표에 대한 인도네시아 의회의 비준 전이건 후건 간에)이 가지는 실질적 의제는 제국주의 강대국의 장기적 이해가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유지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동티모르가 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이것이 동티모르 내에서 어떠한 급진적 변화도 없이, 그리고 인도네시아 군부의 정치적 굴욕이나 약화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군은 아체에서 발발한 상황에 대한 통제 실패를 통해 이미 그 지위가 약화된 상태이다.

아체에서의 심각한 위기는 비록 최근 동티모르 사태에 의해 가리워지기는 했지만 서방 강대국과 인도네시아 군부의 주요 관심사이다. 이 곳의 위기는 IMF와 세계은행이 인도네시아에 부과한 긴축정책과 더불어 차기 대선을 전후하여 사회적 소요를 확대시킬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실질적인 민주적 변화를 위한 학생, 노동자들의 새로운 대규모 투쟁에 대한 서방의 공포감을 자극할 것이다.

* 존 랜드는 인도네시아·동티모르 연대행동(ASIET)의 전국집행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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