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도 끼니거리가 없어 보면 우리들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 것이다!” 이
항변은 21일 ‘대구건설노동자 투쟁결의대회’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반면 22일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제위기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의 노사화합 행사
가 열린 곳이 30여 개 업체에 이른다. 여기에 한국노총 또한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지에서 노사화합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사화합 행사의 백미는 뭐니 해도 최고의 생산성 보장이다. 한국수중개발의
경우 노조는 ‘30% 일 더하기’, ‘경비 30% 절감’, ‘생산성 20% 향상’ 등을 결의
하였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 218개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
나듯, 임금인상 동결(74.3%), 상여금 삭감 및 반납(54.7%), 기업복지 축소
(33.7%), 임금삭감(70.7%)에 동의한 노조가 거의 대부분이다.
문제는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함에도 불구, “노조와 성실한
협의나 해고회피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노조가 48.2%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고용불안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55.2%로 가
장 높고, 매우 악화될 것으로 답변한 사람도 10.4%에 이르렀다.
이러한 예상은 현실성이 있다. 전경련은 24일 ‘한국경제전망’ 세미나에서 내
년은 고용사정이 더 악화돼 실업자 200만에, 9%대의 높은 실업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소득감소, 실업증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평균
12년 정도 후퇴, 80년대 후반 수준으로 전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매월 30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기업의 부채비율은 매우 감소
하고 있다. 또한 내년은 30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경기가 호
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 3/4분기 중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월 평균 182.4시간으로 지난해(177.8시
간)에 비해 늘어났고, 임금은 20만원이 줄었다. 이 기간 중 상용노동자 수는 지
난해에 비해 52만 명이 감소하는 등 특히 생산직의 고용감소가 두드러졌다. 경
영인총협회(경총) 역시 IMF 들어 직장인들의 연봉이 최고 2백30만 원까지 줄어
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즉,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공격하고, 착취를 강화
하여 이룬 성과물인 것이다.
그러나 26일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한 <9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에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자 파견업종 대상을 확대하는 등 계약제 고
용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설문조사에서 노조간부들은 한국노총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한 평가와 관
련해서 53.5%가 약간 불만을, 16.9%가 매우 불만을 나타냈다. 이처럼 노동자들
은 더욱 강위력한 고용안정 투쟁을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노동상태는
유연한 고용안정투쟁이 약발을 상실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노동자들은 죽어나기 십상이다. 전국
적인 고용안정 투쟁전선 설치와 함께 강고한 연대투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저 하늘의 십자가도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 9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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