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 비성실교섭·폭력진압 맞서
파업 31일째 조합원 70% 참여
“초기의 현대중공업 노조를 보는 것 같다.”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 정점에 서있는 롯데호텔 노조를 바라보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인상평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사에 큰 획을 그어온 현대중공업 노조에 견줄 만큼 후한 평가를 롯데호텔 노조에 내린 것이다.
그러나 롯데호텔 노조가 처음부터 이런 강한 투쟁의지와 저력을 보인 것은 아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처음 파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사흘을 버티기 어려울 거라는 게 지도부의 솔직한 전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파업 경험이 전무한 데다 조합활동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여성조합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판단을 거들었다.
물론 잘못된 판단이었다. 8일로 파업 31일째를 맞은 롯데호텔 노조는 지금도 조합원 1300여명 가운데 800~900명이 땡볕 아래서 열리는 각종 집회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파업 경험이 많은 제조업체 노조들도 일주일이 지나면 조직이 흐트러지는 것에 비해 놀라운 단결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롯데호텔 노조원들의 ‘강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호텔 2층 연회장 바닥의 양탄자가 상할까봐 그 위에 비닐을 씌우고 농성을 시작할 만큼 순진한 사람들이었다”고 회고했다. 롯데호텔이 프레스센터로 쓰이던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아예 호텔 바깥으로 빠져나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놀라운 단결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노동계는 “조직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서 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도로 불성실했던 사용자의 협상태도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폭력적 진압에만 급급했던 정부당국의 자세가 노조원들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롯데호텔 노조 이남경 사무장도 “사용자쪽은 파업 이후 한번도 정식 협상자리에 나오지 않는 등 철저히 우리를 무시했다”며 “여기에 직장내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고, 공분을 자아내는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까지 겹치면서 억눌렸던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성조합원 이아무개(30·식음료부)씨는 “처음에는 주저하고 망설였는데 강제진압을 당하면서부터 두려움이 사라지고 용기가 생겼다”며 “억울함을 풀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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