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문제를 둘러싼 군·정의 역관계

주간녹색좌파 9/15

8월 30일 국민투표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한 이후, 인도네시아 군과 경찰, 그리고 그에 협력한 관료와 친인도네시아 민병대가 동티모르 독립운동과 민중들에 대해 행하고 있는 광범위하고 악랄한 행위들은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정치적 위기를 야기시키고 있다.

유엔 동티모르 파견대(UNAMET)와 모든 외국 감시단을 축출하려는 시도들을 포함해 반독립 세력의 잔혹한 광기의 대응에 뒤이은 독립파의 절대적 압승은 인도네시아 군부의 정치적 역할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압력은 두 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나는 아체(Aceh)의 비무장화를 위한 투쟁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방장관이자 군사령관인 위란토가 제안하고 있는 새로운 국가보안법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유엔군이 동티모르에 파견되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이 증가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군(TNI)은 정치적 굴복을 압박 당하고 있다.

아체에 대한 인도네시아 군의 야만적 개입에 대해 사실상 전체 아체 사회가 거부함으로써 위란토는 8월 중순 아체인들의 마을에서 모든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인도네시군은 아체에 대한 특별 군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체면을 세우려 했지만 이것조차 연기되었다.

물론, 인도네시아군은 계속 주둔하면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기 위해 뒤에서 갖은 노력을 다하겠지만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해야 한다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시에 거의 모든 정치 세력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보안법이 수정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국가보안법은 의회의 비준 없이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특별한 정치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군부가 지배하고 있는 군사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권고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한 강력한 주장은 지난 해 수많은 집단 암매장 묘역이 발간된 아체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해 사죄해야만 했던 군부가 사죄라는 굴복 이후에 제기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군부는 민주화 활동가들을 납치하고 살해한 것에 대한 사과하고 일부 군 관료를 재판에 회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인도네시아 군은 실질적인 범죄자(수하르토, 전직 장관이자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우, 그리고 위란토 그 자신)로 재판을 받아야하는 일은 피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대중적 신망이 전같지 않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인도네시아 밖으로부터의 압력 하에서 동티모르에 대한 지배를 유엔이나 다른 비인도네시아 세력에게 인계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군이 전력을 다해 피하고자하는 또다른 굴복이다.

친 수하르토 세력, 위란토와 알라타스

다국적군이 동티모르에 파견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고급 정치관료들은 분열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열은 단지 동티모르 상황에 대해 소름끼치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도네시아 군의 발호와 점증하는 군사 권력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위란토가 제안한 국가보안법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는 동티모르 평화유지군 파병의 문제와 뒤엉키게 되었다.

다국적군의 시급한 개입을 반대하면서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비비정권 하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수하르토 지지자들의 핵심 집단에 있는 이들이다. 이 집단 내 주요한 인물은 위란토와 알라타스 외무부장관, 하미드 내부부장관 등이다. 하미드는 동티모르를 포함한 각 지역의 민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데 동티모르의 민정은 동티모르 주지사 아빌리오 소아레스와 같은 민병대의 대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티모르, 아체, 그리고 인도네시아 모두는 피로 얼룩져 있다. 하미드는 1996년 메가와티 수카르노프트리의 민주당(PDI) 본관에 대한 유혈 공격을 진두 지휘했던 인물이다.

위란토와 알라타스는 민병대의 야만적 행동에 대해 터무니없고 기만적인 방어(UNAMET이 친독립세력의 부정투표 행위 주장을 심각하게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병대의 “분노”는 “이해할만한 것”이다라는 식으로)로 일관하고 있다.

위란토와 알라타스는 군부가 민병대와 어떠한 연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알라타스는 국민투표 시행에 관한 유엔의 5월 5일 협정이 “넌센스”라는 것을 언론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호통을 치면서, 독립으로 결정이 난 국민투표 결과를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선두에 섰던 사람이다.

지난 2주간에 걸쳐 “외국 개입”을 공격하는 인도네시아 내 소규모의 시위가 극우세력과 정보기관 및 코파스수스(군 고위 관료)의 전직 관료들과 결합된 이 집단들에 의해 결집된 것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들 세력들은 (수하르토 정권 하에서 선출된) 현재 의회 내에 있는 가장 반동적인 소수의 의원들과 공동 행보를 취하고 있는데 이들 국회의원은 하비비가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실수”에 대해 의회에서 답변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수하르토 연계 세력은 많은 수는 아니지만 군과 정보기관에 여전히 확고부동한 권력을 쥐고 있고 현재 위기적 국면에서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특권을 폭력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민족주의의 발호를 등에 업고 다시 권력의 중심에 복귀하려 시도할 것이다.

아미엔 라이스의 국민수권당

“유엔의 편향적 관점”,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만함”, 그리고 다른 골칫덩어리들에 대해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려는 시도는 아직까지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다. 반서방 분위기가 창출되고 있지만 외세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지는 않다.

권력 내에 있거나 밖에 있는 모든 정치 고위 인사들에게 동티모르에서의 군사적 테러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이 전략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모든 고위 인사들이 워싱턴, 도쿄, 그리고 런던의 제국주의적 권력의 핵심세력들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주요 정당은 이미 IMF의 긴축 정책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군대 자체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의 군대와 단단히 결합되어 있기도 하다.

위란토와 알라타스 세력이 단지 부분적으로만 국수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인도네시아 정치 세력과 인사들 내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인도네시아 군으로부터 인계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점증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9월 10일 아미엔 라이스가 당수로 있는 국민수권당(NMP)은 유엔평화군의 즉각적인 파병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이스는 일간신문「시나르 펨바루안(Sinar Pembaruan)」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에 전시상황을 선포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그 이유는 동티모르가 국민투표 이후에는 더 이상 인도네시아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지역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최선의 길은 다국적군 혹은 유엔군에 인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라이스는 UNAMET이 투표 부정행위를 했다는 주장에 관해 자신도 그와 같은 주장을 듣긴 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선거들에 관한 기록을 보자면 인도네시아는 그 문제를 제기할만한 도덕적 권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부분적으로 민족주의자들의 기분을 달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너무 심하게 간섭해왔지만 이 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비통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겠지만 인도네시아 사회가 동티모르인들이 원하는 독립국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동티모르의 발전을 위해 일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에서 수행해왔던 것이 동티모르의 자치를 옹호하는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족각성당

같은 날 마토리 압둘 드자릴의 민족각성당은 정부가 동티모르 문제에 관해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토리는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려는 유엔의 갈망은 이해할만한 것이며 동티모르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과거에 유엔 평화유지군에 복무하면서 다른 국가들을 도와왔다고 논평하면서 인도네시아가 현재 입장을 바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국회에서 결의를 내오기 전까지(국회 결정은 거의 1년이 걸린다) 하비비 대통령은 국민투표 실시를 결정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려했다.

거대 이슬람 조직, 나들라툴 울라마의 대표 압둘라만 와히드 또한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민족주의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하르토와 그의 동티모르 정책의 열렬한 지지 국가 중 하나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너무나 강력히 독립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비난했다. 그는 또한 UNAMET의 편향적 활동에 대한 비난에 공감을 표현했다.

국민수권당과 민족각성당이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지한 것은 의미 있는 발전인데 이 두 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와 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장은 위란토와 알라타스의 견해와 배치되고 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민주투쟁당

평화유지군 문제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와 민주투쟁당(PDI-P)이다. 메가와티는 8월 30일의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9월 11일 현재까지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지 않고 있다.

일부 민주투쟁당 관계자는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지하고 퇴역 장군을 비롯한 나머지 당 관계자들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등 민주투쟁당 지도부 내부에서 의견이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민주투쟁당 간부는 기자회견에서 메가와티는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지하지만 48시간 이내(9월 11일부터)에는 공식 지지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잔인한 행동의 증거들을 없애기 위해 인도네시아 군에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메가와티는 국민투표가 동티모르에 혼란을 일으킨 조급한 결정이었다고 논평하면서 투표 실시에 합의한 하비비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했다.

이런 방식으로 메가와티는 위란토와 인도네시아 군에서 그 책임단위를 하비비에게 이동시키고 있다. 11월에 있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하비비는 메가와티의 주요 경쟁자이고 그녀는 군부의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관심사는 하비비의 정치적 위상을 격하시키는 것이다.

메가와티는 국민투표를 허용할만한 정당성을 요구하면서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의 합법적인 한 지역이라고 주장해왔다. 이것은 1975년 무력 침공의 불법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위란토와 군부의 위상을 강화시켰고 인도네시아 군이 민병대와 관계를 맺으며 방어해주는 한편, 현재 동티모르에서 자행되고 있는 보복극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비비

하비비는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자신의 결정결정을 계속해서 변호하고 국민투표의 결과를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동티모르에 전시법이 선포되어야 한다는 위란토의 요구에 동의했다.

하비비와 위란토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루머가 자카르타 전역에 재빨리 퍼져나갔고 하비비가 사임할 것이며 위란토와 알라타스 그리고 하미드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갔을 때 절정에 이르렀다. 양자의 대립이 시작된 이래 하비비는 군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기 위해 주요 장군들과의 매일 모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하르토 내각의 또 다른 잔존자이자 거대 기업 제국을 소유하고 있는 하비비는 군과 대립했을 때, 자기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대중적 인기나 지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여론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유엔 평화유지군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리라는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의 국민투표 결정에 대한 공격은 대통력 직을 둘러싼 향후 투쟁 구조 속에 놓여 있으며 유엔 평화유지군을 허용한다는 결정은 메가와티와 비교되면서(만약 메가와티가 그녀의 태도를 재빨리 바꾸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되살려 줄 것이다.

대립

다국적군 파병에 대한 인도네시아 내의 지지가 약한 것은 하비비가 유엔의 개입을 긴급 요청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집단적으로 동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각성당이나 국민수권당도 성명을 발표하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나 민중민주당(PRD)과 같은 급진세력이 주도하는 시위와 집회가 있었으며 그들은 시위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대과 동티모르의 전시법 적용을 중단할 것, 그리고 군대 철수를 주장했다.

9월 9일 2천 명의 시위 군중이 경찰과 충동했다. 그날 밤 늦게 PRD 전국 사무실이 전소되었다. PRD는 국회의 소집 없이 동티모르에 대한 권한을 유엔에 즉각적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했다.

PIJAR와 같은 다른 활동가 단체들 또한 동티모르를 지지하고 위란토와 군부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9월 10일 조국을 걱정하는 어머니 연합(ACM) 회원들은 위란토 사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수많은 NGO 활동가들, 특히 투표 감시단으로 활동했던 동티모르 지원단체인 솔리다모르(Solidamor)와 포틸로스(Fortilos)는 지금도 수천 명의 동티모르 난민들과 함께 산에 숨어있다.

그러나 민족각성당과 국민수권당이 어떠한 집단 행동도 참여하지 않았고 투쟁민주당이 형세를 관망하고 있는 가운데 군부에 대한 압박은 약화되고 있다. 이것이 오스트레일리아 및 다른 국가들에서 행동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동티모르에 대한 군부의 지배와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국제적이고 국내적인 반대, 그리고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한 계속적인 옹호만이 위란토 군부가 완전한 권력을 다시 찾겠다는 그들의 꿈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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