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사 홍석현 사장이 탈세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직후 <중앙일보>가 연일 지면을 `언론탄압’ 주장으로 채우면서 `언론권력’의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언론탄압’ 주장의 실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문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내 재산을 잃더라도 중앙일보만 가지고 있으면 돼. 정권이 바뀌는 2~3년 뒤에 보자.”

중앙일보사 내부의 한 관계자는 홍석현 사장이 국세청 조사가 시작될 무렵 신문사 간부들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며 “신문은 결코 권력기관이 아닐진대 심히 염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언론학계에서는 홍 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 지면은 그동안 내세워 온 `정론’을 아예 포기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중견 언론학자는 “사건 내용을 떠나 지면 자체가 이성을 잃어 치졸하다”며 “중앙일보가 `보광사보’ `홍석현일보’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홍 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사는 사회의 `공기’인 지면을 철저히 사유화하고 있어 역설적으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홍 사장의 개인비리인 탈세임에도 지면을 사유물화해 사태의 본말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는 시리즈의 문체는 분명한 사실 중심으로 다루지 않고 한편의 소설을 쓰듯 감정적 어투가 넘쳐난다. “여권 핵심의 거친 숨결을”(3일치 3면) “박 수석은… 불만을 원색적으로 토해냈다. 이런 당돌함에 …”(2일치 1면) “민간자본의 신문사가 이 지경이었으니 권력의 입김이 그대로 닿는 관영·반관영 언론사의 실정은 어떨지…”(4일치 1면) 등이 이런 예들이다.

또한 홍 사장은 중앙일보를 정권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탄압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홍 사장은 (누구를 앉히라는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2일치 1면) “또다시 부끄러운 인사를 해야만 했던 홍 사장”(4일치 3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홍 사장이 정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이유는 “굴욕을 무릅쓰고”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곤욕을 치른”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등의 표현이 대신한다. 이런 지면과, 홍 사장이 사법처리를 면하기 위해 꾀한 `물밑거래’를 두고 “정부쪽 압박이 오죽 심했으면 그랬겠냐”는 중앙일보의 비상식적인 공식 해명이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중앙일보는 극심한 `언론탄압’을 받아 왔는가.

검정 컷으로 돋보이게 편집된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 시리즈를 통해 일면 정부의 언론간섭 실상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잘못된 언론통제 `관행’은 따로 다루겠지만, 문제는 중앙일보의 연재기사가 정당한 항의까지 죄다 `언론탄압’ 사례로 꼽고 왜곡까지 한다는 점에 있다. 대표적 예가 김영삼 전 대통령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이 한 발언(3일치 3면)이다. 박 대변인의 말이 초판에는 “세무조사를 당한다고 그런 식으로 하느냐. 나중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로 인용됐다. 제목도 `세무조사 발표 때 보자’였다. 정부가 홍 사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보복’ 차원에서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그러다 시내판에서 인용문은 “…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로, 제목은 `세무조사 당하니 그러냐’였다. 내용과 제목이 주는 느낌은 초판 제목과 전혀 다르다. `그렇게 막 나가다가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어떻게 해명하려 그러느냐’는 뜻이 강하다.

4일치 3면 두번째 시리즈 `인사압력 사례, 98년 1월 사장·편집국장 신문 손떼라”란 기사의 한 구절은 이렇다.

“권력이 불만스러워하고 괘씸하게 여긴 전격인사(1월4일)였지만, 몇몇 간부의 `방출’ 내지 `기용’은 중앙일보 내부의 아프고 부끄러운 상처로 남아 있다. 돌연 미주총국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문창극 부국장과 일본총국장으로 떠난 이장규 부국장의 경우도 그런 자국이다.”

오로지 정권 압력에 못이겨 외국으로 쫓겨났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미주총국장과 일본총국장은 중앙일보사 안에서 `편집국장으로 가는’ 직위로 통한다고 한다. 97년 대선 때 이 신문사 안에서도 극심한 편파보도 시비에 휘말렸던 전육 전 편집국장 역시 일본총국장을 거쳤다. 문 부국장은 `금융실명제 도입, 전교조 합법화, 노동조합 정치활동 보장 등이 급진적 변혁’이라는 내용의 상식 밖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홍 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 지면에 대해 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는 “이상한 선동적 문체를 쓰고 있다”며 “75년 광고탄압사태 때나, 89년 방북취재와 관련한 언론사 탄압 때 해당 신문 지면이 보여준 의연함과 당당함을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홍 사장이 물러나면 정권에 중앙일보가 곧 장악될 것처럼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다수를 이루는 한 중앙일보가 `독립언론’은커녕 `사주로부터의 독립’을 이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조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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