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출근하면서부터 작업과정은 물론이고 쉴 때와 식사 시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이 감시당한다면, 이것은 노동통제의 범주를 넘어 인권침해 소지를 짙게 안은 사회적 문제라 할 것이다. <한겨레>(10월 14일치)에 보도된 `회사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은 단편적인 사례로는 이미 알려진 것이기는 하나, 노동자들의 반발과 노조의 대응을 강하게 촉발할 만한 여러 실상을 보여주었다.
한 병원에는 병동 곳곳에 폐쇄회로 텔레비전 카메라 수십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며, 버스 운전석 앞에 달린 작은 카메라는 운전사와 손님의 움직임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고, 한 타이어 공장에설치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이라는 첨단장비는 노동자들의 작업과정을 비롯해 휴식과 식사 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감시 카메라에서부터 첨단 무선장비에 이르는 각종 장치들이 확산되면서 노동 자쪽의 대응 움직임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노동조합이 앞장 서 작업장 감시에 대한 저항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작업장 감시는 산업현장에서 진행되는 노동관계 관리 또는 노동통제의 일환이다. 작업장 감시말고도 생산 합리화를 위한 자동화와 새기술 도입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작업조직의 변경, 표준작업 제도의 강화, 노동규율 관리 강화, 노동력의 탄력적 이용,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 이런 노동통제 방식을 둘러싼 노사간의 이해갈등은 여러가지 형태를 취하면서 지속적으로 일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작업장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주체들이 현장 권력을 둘러싸고 격렬하고도 상시적으로 각축하는 무대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노동계쪽 요구는 노동 시민권 확보에 모아진다. 노동의 시민권은 노동자들이 놓인 사회적 조건에서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정당한 권리와 자격, 그리고 의무를 갖는 독립적인 사회 존재로 인정되고 주체적으로 참여 하며, 자신을 형성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노동자들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인정받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자들은 노동 시민권 확보를 위해 노동의 인간화와 경영참가를 통한 산업민주주의 실현을 강력하게 추구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작업장 내부의 역학관계나 노동과정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터에, 작업장 감시와 같은 통제방식은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된다. 작업장 민주화를 위한 노사 공동의 진지한 노력이 크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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