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 시애틀 교전
「레드페퍼(Red Pepper)」99/10 캐서린 에인저
사회운동과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다음 달 시애틀에서 열릴, 향후 국제 경제를 좌우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겨냥하고 있다. WTO에 관한 두 개의 글 중에서 캐서린 에인저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11월 말, 미국 언론이 “세기의 저항”이라 표현했던 것처럼 민중의 힘은 기업과 정면 충돌하게 될 것이다. 미국 시애틀에서의 대결은 이윤 대 민중간의 전투에 있어 주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전력을 다해 확실한 승리자가 되려하겠지만 기업의 갑옷에도 틈새가 나타나고 있다.
11월 30일, 134개 WTO 회원국 각료들이 ‘밀레니엄라운드’라는 무역협상을 통해 자유무역 세계의 미래를 계획할 때 일제 타격이 시작될 것이다.
‘시애틀 대결은 21세기로 넘어가는 다리가 어떻게 건설되고 누가(초국적 기업이냐 시민사회냐) 그 다리를 건널지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미국 압력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성원이자 이번 항의시위의 주요 조직자인 마이크 돌란은 말하고 있다.
자유무역 반대운동을 벌이며 광범위하게 성장하고 있는 풀뿌리 네트워크들은 민중들이 자신들의 삶 전반에 걸친 통제를 실감하고 자원들이 소리도 없이 빠져나가는 지금, 계속 발전하고 있다. 민중들에게 있어 WTO 의제는 근본적으로 그들의 이해와 화해될 수 없는 것이다.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INA)’고 믿는 정부에 의해 남겨진 이데올로기적 공백은 지구화에 관한 논평가 수잔 조지의 정서-‘TINA에게 TATA(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s, 수많은 대안이 있다)를 말하자’-를 구체화시킨 운동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3년에 걸쳐 완성될 ‘밀레니엄라운드’ 협상은 향후 수십 년간의 세계 경제 활동에 관한 규칙들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 협상은 또한 ‘무역’ 관련 이해(식료품, 식수, 임금, 문화적 정체성, 경제, 지식, 건강, 환경, 지역사회, 직업, 선택) 당사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공의료서비스에서 환경보호까지 지난한 캠페인과 투쟁을 통해 20세기에 획득했던 사회적 진보가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노섬브리아 대학 데이비드 프라이스 교수는 영국에서는 교육과 공공의료부문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 부문이 이론상으로는 WTO 지배로부터 제외되어 있지만 영국의 민간 금융 정책은 공공의료서비스를 팽창주의적 야욕을 분명히 하고 있는 수백만 달러에 상당하는 미국 의료보건산업의 시야 안에 들어가게 만들 것이다.
미국측 무역 협상자인 샬린 바솁스키(유럽연합과의 바나나 및 호르몬 쇠고기 분쟁을 주도했던 인물)는 WTO 밀레니엄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 서비스산업연맹의 자문을 얻었다. 서비스산업연맹은 ‘많은 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대부분 책임지고 있어 미국 민간 의료산업 공급자들이 시장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바솁스키의 목표는 ‘민영화 확대’ 그리고 ‘의료시설에 대한 외국인 소유 확대’를 포함하고 있다.
수잔 조지는 ‘이러한 조항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에 관한 협정이 WTO에서 논의되고 합의된다면 우리는 유럽의 보건의료체제와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적인 투쟁을 통해 획득했던 진보뿐만 아니라 방어해야만 할 것이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우리의 집합적인 삶의 대부분의 영역이 위협받고 있다.
가령, 일본 기업가들은 최근 ‘잘라서 가공한 양파같은 원료에 추출된 양념을 추가시켜 가열하고, 카레가루를 넣어 그 혼합물이 점성성분이 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야채나 고기에 어울리는 맛있는 양념 소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상품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수억의 인도인들이 카레 요리를 계속함으로 판권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WTO의 특허제도 하에서 일본 기업들은 그 공정 과정에 대한 법적 소유자가 된다.
인도가 외국기업에 빼앗긴 것은 카레만이 아니다(쌀을 곁들이는 것에 관해서도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1997년 미국 기업인 라이스 텍(Rice Tec)은 서반구에서 자란 바스마티 쌀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개발도상국은 기업의 ‘재식민지화’와 WTO의 전권 행사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러한 ‘생물 해적행위’와 싸울 여력이 없다.
WTO의 지적 재산권 제도는 인도 농민들이 수세기에 걸쳐 바스마티 쌀을 개발했던 역사와 같은 원주민의 공동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WTO는 개발도상국이 고가의 유명 의약품을 더이상 사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값싼 일반 의약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약회사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남아공이 수많은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 없도록 만든다.
1995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통해 만들어진 제네바 소재의 WTO는 국제 무역의 ‘최고 법원’이다. (바나나와 쇠고기 분쟁에서 이미 보여졌듯이) 무역 협정을 위반한 회원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WTO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집행력을 가진 단 하나의 세계기구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의 세계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 정부의 헌법은 기업 지배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WTO의 분쟁해결위원회는 (결국 그 법정에서) 환경 및 사회적 정의, 건강, 노동 중요성 등을 ‘무역장벽’이라고 일축했다. 지방과 연방 정부는 관련 법안들을 제거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버마 군사 정권과 무역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매사추세츠주가 부과한 반(反)아파르트헤이트식 가격 벌금제라든가, 유럽의 석면 금지법, 그리고 무역수지 문제로 수입을 제한하려 했던 인도의 시도들이 모두 WTO에서 거부되었다.
WTO가 인정하고 있는 단 하나의 정책 목표는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 질서의 범세계적 적용으로 기업의 사냥처를 확장시키는 데 있다.
세계 무역의 “운동장을 고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은 강자가 약자와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신들의 의도를 감추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점검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인간과 경제의 불평등 속에 난폭하고 괴상한 거대 세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의 말마따나 경제의 세계화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WTO의 운영에 있어 기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국제상공회의소(ICC)와 같은 유력한 로비단체들은 수많은 WTO의 협정들을 공식화하는 데 있어 중심에 있었다.
국제 재산권 관련 무역협정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대기업 몬산토의 제임스 엔야트는 “산업 분야는 국제 무역의 주요한 문제를 알아냈다. 우리는 해결책을 내놓고 이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적용시켰으며 자국과 다른 나라의 정부들에게 판매하였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초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유럽 기업 감시단(CEO)은 “전세계 지역 사회와 소농이 ‘자유무역’을 조장한 WTO에 의해 고통받고 있을 때 거대 기업은 WTO 협정의 만족스러운 수혜자로 지내왔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일어난 [시애틀회담] 개입권 판매 스캔들(sale-of-access scandal)은 기업의 영향력이라는 문화가 얼마나 뻔뻔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난 4월 「파이낸셜 타임즈(Frinancial Times)」는 시애틀 주최 조직이 11월 회의에 대한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으로 100개 이상의 기업에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 최대 기증자에게 “최대한의 상호작용”과 미국 최고 협상자와의 특별 개인 보고를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기증자는 ‘에머랄드’에서 ‘브론즈’까지 6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에머랄드 기증자(25만 달러 이상의 기부자)가 가장 큰 특권을 누린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제네럴 모터스, 프록터&갬블, 포드 자동자 등을 포함해 40개 기업이 시애틀 회의를 지원하고 있다.
뭔가를 할 수 없을 만큼 약한 것은 아니다. 개별국가는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업 권력의 확장은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과거 4년 동안 서구에서는 집권 여당의 면면들이 바뀌었지만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맥도날드, 포드, 닛산, 지멘스, 그리고 그 밖의 기업들에게 유리한 것이 자신들의 국가에도 유리하다는 서구 정부의 신념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아울러 시애틀에서 분명해질 일이다시피, 국가의 역할은 사적 재산의 보호와 같은 영역에서 미국민들의 저항을 억누를 수 있을만큼 여전히 강하다. 시애틀 경찰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최루가스 사용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TO에 대한 기업들의 로비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중들은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정에서 차단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역 분쟁은 세 명의 관료들이 비밀리에 만나 해결했다.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대한 국제적인 협상이 공개적으로 폭로될 때까지 다른 국제적인 경제기구들처럼 WTO는 압력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적인 이해로부터도 차단된 채 보호되었다.
관료들은 예측치 못한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는 무역 규정에 의해 자신의 나라가 빼도 박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을 서둘러 조인한 각료들은 그 협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전체 ‘서비스’ 목록은 보지도 않는다. 사실 선진국 경제 활동의 약 3분의 1이 교육, 의료, 방송, 수도 서비스, 관광, 에너지를 포함해 160개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WTO는 각료회의가 134개 회원국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각각 한 표씩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WTO가 비민주적이라는 비난을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모든 결정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에 있었던 협정들의 협상 과정에서 주요한 결정은 언제나 제3세계 대표들이 서방 기자들에게 정보를 구하기 위해 커피숍에 남아있을 때 잠겨진 문 안쪽에서 이루어졌다”는 세계발전운동(WDM)의 주장처럼 모든 것을 강대국이 지배하고 있다.
이 협정들에 서명한 결과는 의회에서 논쟁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중적으로 공표할 의무도 지니지 않았다. 오직 효과적인 감시자는 확신을 갖고 세계적인 캠페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축적해온 시민운동이었다.
이들 시민운동 진영은 흔히 전자우편으로 무역과 투자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WTO와 다른 국제 기구에서 정부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질 것을 강제했다. 예를 들어 MAI에 대한 대중적인 항의는 프랑스 정부에 영향을 주었다.
미국과 다른 거대 농산물 수출국이 유럽의 농업 보조금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한편 유럽연합은 차기 라운드에 포괄될, MAI와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사한 투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 모두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저항을 촉발시킬 것이다.
프랑스 농민들은 이미 맥도날드 상점에 거름을 쏟아 붓고 건물을 부수는 몇 차례의 ‘빅 맥 공격’을 통해 미국식 지구화에 대한 자신들의 분노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노는 유럽연합이 호르몬 쇠고기 수입규제 철회를 거부한 이후 WTO 분재해결위원회가 프랑스 로끄포르 치즈와 다른 필수 식료품에 보복조치를 부과하면서 폭발된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미국간의 가장 큰 무역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 전쟁은 유전자 조작 식품과 관련될 것임이 확실하다.
유전자 조작물에 관해 유럽연합과 전쟁을 벌이는 데 있어 WTO의 규정을 사용할 것이라는 미국의 언질은 영국 내 반(反)WTO 정서에 불을 당길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유전자 조작 곡물의 상용 재배를 중지시키기 위한 운동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이 운동이 영국으로 들어오는 유전자 조작물에 대한 의무 표시제나 철저한 금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유전자 조작물을 수출하는 주요국가들이 크게 반발할 것임은 눈에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식료품 금지가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 분쟁은 모든 식료품 기업들이 가입해 있는 코덱스 알리멘타리우스 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로 넘겨지게 된다. 우리가 이 식품을 원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그 방정식에 들어가지 않는다.
환경적인 영향 또한 매우 심각해 질 것이다. 삼림 벌목에 대한 장벽 제거는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삼림을 황폐화시키는 환경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삼림벌목협정(이 또한 미국 협상 대표인 샬린 바솁스키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은 다국적 벌목 회사에게 처녀림을 개방하게 될 것이다. 펄프와 제지 기업들은 이 협정이 삼림 벌목량을 세계적으로 3∼4% 정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지구 온난화 증가에 대한 산림 벌목의 영향이 큰 것이 아니라면 WTO 협정이 탄소 방출을 감축시켰던 교토 협정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환경주의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오존 감소 억제를 결의한 몬트리올 협정과 같은 다른 다자간 환경 협정은 말할 것도 없다. 유전자 조작물에 대한 생물안전 협정은 이미 자유무역의 이름으로 부국에 의해 철회되었다.
이는 분명 MAI가 너무나도 포괄적이어서 이에 맞선 국제적인 시민운동이 자극받았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주요 요소는 국가들 간의 의견 불일치였다. 그리고 차기 사무총장직을 둘러싼 장기적인 분쟁 상태에 놓여있는 WTO에서 논쟁이 간단히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피렐리(Pirelly)사 회장이 말했다시피 “다음 무역자유화 협정은 매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저항 또한 이전보다 거세질 것이다)”. 다시 말해 기능적인 기구로써의 WTO에 대한 신뢰문제는 이미 가장 심각한 문제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1998년 5월 제네바의 WTO 본부 앞에서 있었던 대규모 시위로 인해 존 윅스 WTO 총회 의장은 “무역이 더이상 국민들에게 아무런 이익도 돌아가지 않는 비밀 주제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에 합의해야만 했다.
무역에 관한 쟁점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WTO와 경제 지구화의 의제는 이미 인도의 강력한 농민운동에서부터 시애틀의 철강 노동자까지,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WTO와 세계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의미한다. 모건 스탠리사 세계경제국장은 ‘자본과 노동 사이의 노골적 권력 투쟁’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유엔 환경보고서는 향후 몇십 년 내에 환경이 완전히 붕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중 진영이 계속 확대시키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와의 투쟁은 WTO가 ‘자유 무역의 이익을 국민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고용한 홍보 담당자들 이상으로 이 문제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다가올 세기가 중요한 전투의 장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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