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과 가두투쟁을 외치는 필리핀 좌파

「주간녹색좌파」 11/3 레이하나 모히딘

마닐라 – 필리핀 헌법을 반민주적으로 개악하려는 요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시도에 맞서 카톨릭 교회를 일컫는 “백색 세력”, 전 대통령 코리 아키노를 지지하는 “황색 세력”, 그리고 좌익 “붉은 세력”이 대연합해 연인원 10만 명 정도가 참여한 8, 9월 시위를 주도했다.

이 주요 세 세력이 주도한 다채로운 집회는 “차차(charter change, 개헌) 반대”의 요구 아래 통합되었다.

IMF의 요구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헌법 개악은 필리핀 경제 전반에 걸쳐 초국적기업의 착취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여기에는 토지 및 국내 산업의 외국인 소유 제한 철폐와 국내 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규정의 감축 등이 포함된다. 정치 개악의 내용은 노동조합 권리에 대한 대폭 축소, 최소임금법 철폐, 권리장전의 반민주적 개악, 의원 임기 4년·상원과 지방 정부 6년으로 임기 확장하는 것 등이다.

마닐라 대주교인 하이메 신 추기경이 이끄는 교회와 아키노 세력은 개별적으로 정치인들의 임기 연장에 반대하기는 했지만, 경제적 변화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헌법 개악 반대를 요구하며 좌익과 연합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현 헌법은 1986년 마르코스 독재를 전복시킨 민중봉기의 소산이다. 투쟁 이후 새롭게 당선된 친자본주의 성향의 아키노 행정부는, 진보적인 헌법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진보적 양보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국민들은 더 많은 민주적 권리를 누릴 수 있었으며, 국민 경제는 변덕스런 IMF와 그 배후의 대사업가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민중 투쟁으로 획득해 낸 민주적 공간의 사수는 이 시기 좌파 운동·노동자 운동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에스트라다는 정치 개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교회와 아키노 세력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는 헌법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은 곧 좌파 운동·노동자 운동에 대한 탄압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마르코스 시대의 악명높은 반전복법(이 법은 필리핀 공산당을 불법화했다) 부활 결정을 상원에 제안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

8월 20일 열린 좌파, 교회, 아키노 세력의 연합 집회에는 8만 명이 참가했다. 27회를 맞은 마르코스 독재 정권 계엄선포 기념일인 9월 21일, 좌파 독자 집회에는 만 오천 명 정도의 활동가들이 결집하였다.

아키노와 신 추기경은 9월 21일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대신 그 날 “소음 엄호”를 호소하였다. (교회 종 울리기, 항아리·후라이팬·기타 도구들 두들기기 등이 그것이다. 이는 반독재 투쟁과 연계되는 행동의 한 형태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좌파의 시위를 간접적으로 지지하였다.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주의 노동자당(SPP) 당수 소니 멜렌시오에 따르자면, “최근의 시위는 좌파 조직화의 재개와 가두투쟁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황색”과 “백색” 세력마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현재 좌익의 재편성은 세 가지 흐름으로 단순화되었다. 필리핀 공산당, 포포이 라그만과 필리핀 노동자연대(BMP)를 중심으로 모인 세력, 지난 시기 행동에 있어서는 철저히 연합해왔던 좌파연합 세력(민족민주운동(MND), 알랍 카티푸난, 비식, 외채폐지연합(FFDC), SPP 등등)이 그것이다.

필리핀 공산당 세력과 BMP는 지금까지는 독자적으로 투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시위에서는 좌파가 거대하고 굳건한 통일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좌파가 세 개의 세력으로 단순화된 것은 중요하게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필리핀 좌파는 얼마 전까지 10개 이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단순화 과정의 핵심에는 당의 재편성과 당·정치조직들간의 토론이다.

멜렌시오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분열은 극복되었다. 좌파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분열은 메워졌다.”

“필리핀 좌파는 오늘 전위의 재편성이라는 중차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회는 지금이다. 그러나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위 일부분은 우파 쪽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자들, 이들은 필리핀 정치 현실 내에서의 ‘가능주의자들’이다.”

“좌파는 단순한 노동조합주의자나 ‘운동만능주의자’들로 흩어질 수도 있다. 쉽게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통일된 좌파 정당 결성의 필요성이다. 이는 전체 좌파 세력의 계획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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