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년, 당신은 ‘희망’을 찾았는가

‘상처’ 아물었어도 ‘속병’은 도졌다

부익부 빈익빈·고용구조 악화·재벌경제력 집중 심각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2년이 지났다. 김대중대통령을 필두로 외환위기 ‘완전극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구제금융 직후 3백선 아래로 떨어졌던 주가는 1천포인트를 넘보고 있고, 지난해 -5.7%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9%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게다가 한때 10%에 육박했던 실업률은 9월 현재 4.8%까지 떨어졌다. 물가 역시 1%대에 머물고 있다. 97년말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도 99년 11월 현재 6백84억달러가 쌓였다는 정부보고가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으로 지목됐던 재벌체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5대재벌 중 대우그룹이 와해됐고, 6대 이하 30대 재벌 중 쌍용, 고합, 기아 등 14개가 해체됐거나 해체가 진행 중이다.

과연 97년말 이후 한국 노동자·민중을 서울역으로, 길거리로 내몰았던 IMF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먼저 소득수준을 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99년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노동자의 실질소득은 97년 3/4분기의 86.2% 수준에 이르렀을 뿐이다. 한마디로 본전도 못 찾았다는 얘기다. 지난 11월7일 노동부가 노동자 1백인이상 사업장 5천9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10월말 임금교섭현황에 따르면 평균 인상률 1.9%를 기록했다. 그러나 98년 대대적인 임금동결과 삭감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 있는 사업장에서조차 97년 상반기 임금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게다가 98년 도시근로자가구 실질소득분석에 따르면 하위 20%의 월평균소득이 17.2% 줄어들었으며, 하위 20%의 소득이 전체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7년 8.3%에서 98년 7.4%로 떨어졌다. 상위 20%의 소득점유율은 37.2%에서 39.8%로 오히려 높아졌다.

일자리사정은 어떨까. 올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임시·일용직) 노동자가 과반수를 넘는 52%에 이른 뒤 증가추세가 계속돼 고용구조의 질적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병원노련의 99년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61% 이상이 1년 이상 장기근속하면서도 퇴직금, 각종 휴일·휴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의 법정근로조건인 근로기준법 수준에도 못 미치는 노동법 사각지대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노동시간도 문제다. 경기회복과 함께 총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초과노동시간이 큰 폭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올해 2/4분기의 총노동시간은 2백10.2시간으로 98년 2/4분기에 비해 8.7시간 늘어났다. 총노동시간 중 정상노동시간이 3.2시간 늘어난 데 비해 초과노동시간은 5.8시간 늘어났다. 이는 외환위기로 쫓겨난 노동자들을 다시 데려오는 대신 남은 노동자들을 초과근로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임금삭감으로 줄어든 소득수준이 크게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고통의 대가로 정부와 IMF가 공언한 경제개혁은 진척됐는가. 재벌의 숫자는 줄었지만 경제장악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98년말 5대그룹의 자산총액은 3백10조9천억원으로 97년보다 37조8천억원이 늘어났다. 98년 11월25일 현재 5대그룹 최대주주들이 그룹전체 상장주식의 33.1%를 보유해 97년말 26.9%보다 6.3% 포인트가 증가했다. 한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99년 11월15일 기준으로 5대 그룹의 주식시가총액은 2년 전에 비해 4.4배 늘어난 1백36조1천3백여억원에 달했다. 삼성 등 4대재벌은 같은 기간 4.2배∼6배까지 덩치를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개혁 목소리는 높았지만 재벌경제력 집중은 더욱 강화된 것이다.

99년 정기국회에 제출된 2천년 예산안에 따르면 예산총액은 92.9조원으로 99년보다 4.4조원(5%)이 늘었지만 실업·고용 등 복지예산은 오히려 30%이상 깎였다.

결국 외환위기 극복은 IMF와 현정부가 도입·추구했던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안착,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와 함께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지표를 디밀어 ‘완전회복’을 자랑하기엔 노동자와 민중들은 속으로 ‘골병’이 들었다. 일부의 예상처럼 내년도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에 진입하더라도 지금같은 정책기조가 살아 있는 한 그 또한 ‘빛좋은 개살구’가 될 것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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