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비상이 걸렸다. 이 거리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표구사·공예품점·찻집 등 가게 12개가 헐리게 된 것이 그 사단이다. 이 가게터들을 사들인 돈 많은 건설업자는 가게들을 헐어낸 450평의 땅에 고층빌딩을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헐리게 된 가게 주인들뿐만 아니라 문화·종교계 인사들과 시민들이 온통 들고 일어났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는 서명받은 1만5000여 시민의 이름으로 “인사동의 생명인 작은 가게들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무분별한 재건축을 허가해선 안된다”며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서울시장에게 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서는 것은 이번 일이 `문화의 거리’ `전통의 거리’ 인사동이 살아남느냐, 하고많은 대도시의 한모퉁이로 변해버리느냐의 갈림길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로마·파리·런던·교토·카이로 등 역사가 오랜 대도시들은 역사적 옛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커다란 자부심이자 둘도 없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6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울처럼 옛모습을 잃어버린 도시는 드물다. 인사동은 그나마 옛 서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조선시대 서울의 좁은 골목길과 전통한옥에다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선 화랑·표구사·고서점·필방·공예품점 등에서 풍기는 문화적 분위기, 아기자기한 전통음식점과 찻집들의 재미가 어울려 살아있는 문화재가 되었다.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이 거리를 거니는 젊은이와 노인들, 호기심 어린 관광객들의 눈길을 보면서 인사동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 오밀조밀한 거리에 고층빌딩이라니. 몇해 전부터 안국동 종로 낙원동 관훈동 등 각 방향에서 고층빌딩들이 밀고 들어와 `인사동’은 점점 졸아들고 있다. 이제 그 한가운데 빌딩이 들어선다면 인사동의 인사동다운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문화의 세기’니 `관광 입국’을 부르짖으면서 `인사동’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율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인사동과 서울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이제라도 해결방법은 있으리라고 본다. 마침 문화관광부는 “문화시설, 문화업종 등 문화자원의 보존·유치를 통한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지구를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등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인사동의 좁은 골목과 문화상품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 그대로가 바로 그러한 문화자원이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동길은 일요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차량 출입을 막아 그야말로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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