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가 시선속도법으로 지구를 탐지할 수 있을까?

작가가 구현한 외계 행성 L 98-59 b의 모습으로, 지구 질량의 절반에 불과해 현재까지 시선속도법으로 발견된 가장 가벼운 행성이다. (ESO/M. Kornmesser)

인류는 이미 다른 별을 도는 수천 개의 행성을 알고 있다우리는 이러한 행성을 외계 행성 또는 외계 행성계 행성이라 부르며이를 발견하기 위해 가상의 외계 문명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왔다그렇다면 우리와 유사한 자원을 가진 외계 종족이 지구를 탐지할 수 있을까?

시선속도법(Radial Velocity Method)(또는 도플러 분광법)을 알고 있다면그들은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뜨거운 목성들

1995정상적인 별 주변에서 처음으로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을 때 천문학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51 페가시(51 Pegasi) 별의 행성은 거대하고 질량이 큰 행성으로직경은 목성의 두 배지만 질량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이 행성은 자신의 별에서 태양과 수성 거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 새로운 외계 행성 분류인 '뜨거운 목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우주에 목성 같은 큰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예상되었지만이렇게 별에 밀착된 상태로 존재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특징들이 바로 탐지의 핵심이다.

외계 행성은 지름이나 질량이 클수록그리고 별에 가까울수록 발견하기 쉬워진다. 51 페가시(51 Pegasi)의 행성은 현재 '디미디오(Dimidio)'로 알려져 있으며이 행성의 별은 '헬베티오스(Helvetios)'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첫 번째 뜨거운 목성과 대조적으로, 지구는 태양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궤도를 도는 작은 세계다우리와 비슷한 기술을 가진 문명이 이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눈부신 빛

지구를 반사된 빛으로 직접 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멀리서 볼 때별 주위 행성들의 궤도는 매우 작게 보인다이는 태양의 강렬한 빛 속에서 지구가 반사하는 빛을 구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현재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는 지구를 식별할 수 없게 한다.

두 개의 행성이 직접 이미지로 포착된 사례: TYC 8998-760-1. 중심에 보이는 별은 밝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 장치의 영향으로 왜곡된 상태로 나타나며두 행성은 왼쪽 아래에 나란히 정렬되어 보인다다른 점들은 배경의 별들이다이 관측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별이 태양과 가까이 있고행성들이 매우 크며 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ESO/Bohn )

직접적으로 반사된 빛을 통해 외계 행성을 포착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매우 유리한 조건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그러나 이러한 자원으로 우주 너머에서 지구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

외계 생명체는 태양 빛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반드시 간접적인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

1995년에 디미디오(Dimidio)의 발견을 이끈 시선속도법을 고려해보자.

흔들림또 흔들림...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아니지만(이 주제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자), 태양이 지구 궤도의 중심에 있거나 궤도상의 초점 중 하나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태양과 지구 모두가 1년 동안 서로의 질량 중심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물론지구와 태양의 질량 차이는 너무 커서 이 '질량 중심'은 태양 가까이 위치하며사실상 태양 내부에 존재한다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질량 중심이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태양은 옆에 지구가 있기 때문에 미세한 흔들림을 겪게 된다이 현상은 행성을 가진 모든 별에 나타나며초기 외계 행성들그중에서도 디미디오(Dimidio)는 바로 이 효과 덕분에 발견되었다문제는 이러한 별의 흔들림이 매우 미세한 속도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별과 행성이 공통 질량 중심을 공전함. 행성과 별 모두 공통 질량 중심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그 결과별은 행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앞뒤로 흔들리는 운동을 하게 된다.

헬베티오스(Helvetios) 별은 디미디오(Dimidio)의 중력에 의해 매 4일마다 시속 200km 이상으로 흔들리게 된다이는 천문학적으로 매우 큰 속도는 아니지만일상 속에서라면 엄청난 속도로 과속 딱지가 끊길 만한 수준이다반면별의 반사 속도는 행성이 멀거나 가벼울수록 줄어든다.

태양계의 예를 보자면:

수성은 태양과 매우 가깝지만 너무 가벼워서 태양에 초당 1밀리미터 정도의 미세한 흔들림만을 유도한다반면태양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목성으로태양을 초당 12미터 이상즉 시속 약 6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속도로 흔들리게 만든다이는 도로에서 원동기가 내는 속도에 맞먹는다.

지구가 유도하는 태양의 흔들림은 시속 약 0.3킬로미터즉 초당 1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다.

도플러 효과로 속도 측정하기

행성을 가진 별의 흔들림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도플러 효과를 사용한다별빛을 구성 요소로 분해하여 정지 상태의 광원과 비교하면별이 주기적으로 흔들릴 때 생기는 아주 미세한 색 변화즉 파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행성의 공전 주기를 여러 번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동안매우 정밀하고 반복적인 측정이 필요하다.

현대 천문학은 별의 광구 자체의 요동으로 인해 초당 1미터즉 시속 약 4킬로미터 이하의 정밀도가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행성의 흔들림 신호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면디미디오의 경우 약 1주일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하지만 지구를 탐지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관찰이 필요하며목성을 감지하려면 거의 25년이 걸린다.

불가능의 한계

도플러 기법의 정밀도를 초당 수 센티미터 수준까지 높이기 위한 초정밀 기술들이 현재 개발 중이다이러한 발전이 차세대 초대형 망원경으로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따라서 태양과 유사한 별 주위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발견하는 일이 21세기 중반에는 실현 가능성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와 비슷한 외계 문명도 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속도법으로 지구를 탐지하는 것은 기술 수준이 인간과 비슷한 외계 생명체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매우 어려운 기술적 업적이 될 것이다.

도플러 기법은 특정 면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들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으나항상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별 주위에서만 가능했다동일한 조건이라면질량이 더 작은 별 곁에 위치한 행성이 더 강한 흔들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플러 기법은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발견하기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워 보인다그렇다면 다른 접근 방법은 어떨까다른 행성계에서 지구를 발견하려고 트랜싯 기법을 사용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출처] ¿Podrían los extraterrestres detectar la Tierra por el método de la velocidad radial?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데이비드 갈라디 엔리케스(David Galadí Enríquez)는 칼라 알토 천문대 상주 천문학자다. 현재 코르도바 대학교 물리학과의 조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항성 천문학 및 광도 측정, 고해상도 분광학, 로봇 천문 관측, 환경 천문학(하늘의 질, 빛 공해)에 관한 것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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