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자는 이제 이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DeepSeek)는 R1이라는 AI 모델을 공개했으며, 이 모델은 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메타(Meta)와 같은 기업들의 최고 수준 모델과 견줄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훨씬 낮은 비용으로 훈련되었으며 최첨단 GPU 칩을 사용하지 않고도 개발되었다. 또한, 딥시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무료로 실행할 수 있도록 모델의 세부 정보를 충분히 공개했다.
딥시크는 미국의 주요 하이테크 기업 7곳을 수면 아래에서 강타한 어뢰와 같다. 딥시크는 최신형이자 최고급인 엔비디아(Nvidia)의 칩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미국 경쟁업체들과 달리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동급 수준의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딥시크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으로 수출이 허용된 이전 세대의 저속 엔비디아 칩을 사용해 R1을 개발했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은 더 나은 칩과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AI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딥시크의 R1은 자금이 적은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1은 극히 적은 예산과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만으로도 실행 가능하며, '추론'(inference) 과정에서 경쟁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다양한 기업의 서버에서 실행될 수 있어 기업들이 OpenAI 같은 업체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AI 서비스를 '임대'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딥시크의 R1은 ‘오픈소스’ AI 모델이다. 즉, 코드와 훈련 방식이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이를 복제하고 개선할 수 있다. 이는 OpenAI나 구글의 제미니(Gemini)처럼 AI 모델을 '블랙박스'로 감추고 독점적인 비밀로 유지하며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준다. 이 상황은 브랜드 의약품과 복제약(제네릭)의 관계와 유사하다.
미국 AI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성공적인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초고가 칩을 대량 보유한 대형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유치하려 애써왔다. 실제로, 딥시크의 R1이 공개된 바로 그날, 메타는 추가로 6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불과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술 대기업에 5천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는 AI의 글로벌 표준을 미국이 정하도록 해야 하며, 중국이 주도하도록 둘 수 없다.”라며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상황,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제 투자자들은 이러한 지출이 불필요할 수 있으며, 나아가 딥시크가 AI 애플리케이션을 기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공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AI에 특화된 주요 기술주 5개, 즉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와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로 불리는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의 주가는 단 하루 만에 총 7,5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또한, 딥시크는 데이터 센터 기업뿐만 아니라 대규모 확장을 통해 수익을 기대했던 전력 및 수도 운영업체들의 수익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딥시크가 미국 기술주에 형성된 거대한 주식시장 거품을 터뜨린 것일까?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그렇다고 봤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동시에 금리 위험이 존재하며,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하면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현재 시장의 순환 주기는 1998년에서 1999년 사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확실히 세계를 변화시키고 성공할 대규모 신기술이 등장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것이 곧 투자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번 주 급락했지만, 여전히 미국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의 ‘독점’ 코딩 언어 쿠다(CUDA)는 건재하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거의 17% 하락했지만, 이는 단지 (여전히 매우 높은) 지난해 9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많은 것은 다른 요인들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반전되었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가 대규모 관세 부과 및 이민 규제 강행으로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것인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 재벌들이 트럼프에게 아첨하면서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음에도 중국이 미·중 기술·반도체 전쟁에서 계속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와 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 통제를 도입했음에도, 중국은 AI 분야에서 기술적 도약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선도 기업 화웨이(Huawei)는 ‘추론’용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내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또한, 화웨이는 딥시크를 포함한 여러 AI 기업과 협력해, 엔비디아 GPU에서 훈련된 모델을 자사의 어센드(Ascend) 칩에서 추론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베이징의 한 반도체 투자자는 “화웨이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형 기술 기업들에게 자국산 반도체를 구매하고 이를 추론에 사용하라고 지시하면서, 화웨이는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국가 주도 기술 투자와 인재 육성 정책이,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재벌들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효과적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레이 달리오는 이에 대해 “우리 시스템은 점점 산업복합체 형태의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정부가 정책을 강제하고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만으로, 즉 이윤 추구 동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AI 거대 기업들은 아직 침몰하는 타이타닉호가 아니다. 이들은 데이터 센터와 더 발전된 반도체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계속 쏟아붓고 있으며, 컴퓨팅 파워를 기하급수적으로 소비하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물론, 주류 경제학자들이 정중하게 ‘외부 효과’라고 부르는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의 질의 한 번에는 구글 검색 질의보다 거의 10배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연구자 제시 닷지(Jesse Dodge)는 AI 챗봇의 에너지 소비량을 간단한 계산으로 추정했다. 그는 “챗GPT에 한 번 질문하는 것은 전구 하나를 약 20분 동안 켜놓는 것과 동일한 전력을 소비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수백만 명이 매일 이런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전력 소비로 이어질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전력 소비가 증가하면 에너지 생산이 늘어나고, 특히 화석 연료 기반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아진다.
구글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은 2007년부터 자사 운영이 탄소 중립적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배출량과 동일한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 구글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더 이상 “운영상의 탄소 중립성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2030년 탄소 중립 목표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닷지는 “구글의 진짜 목표는 가능한 한 최고의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큰 데이터 센터에서 AI 시스템을 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슈퍼컴퓨터 수준까지 확장하는데, 이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수반한다.”
여기에 물 문제도 있다. 미국이 가뭄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AI 기업들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심층 지하수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체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점점 더 수자원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센터에서 챗GPT-3를 훈련하는 데 사용된 냉각수만 약 70만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는 유럽의 한 도시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보다 6,000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리튬(Lithium)과 코발트(Cobalt) 같은 광물 자원은 전기차 배터리와 주로 연관되지만, 데이터 센터의 배터리에도 필수적이다. 이들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은 상당한 물 소비를 수반하며, 종종 심각한 오염을 유발해 수자원 안보를 위협한다.
한때 비영리 AI 개발의 영웅이었지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샘 알트먼(Sam Altman)은 이러한 ‘외부 효과’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절충(trade-off)’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궁극적으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실현되면 AI가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므로 현재의 절충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AGI란 무엇인가? AGI는 AI 개발자들이 추구하는 ‘성배’(Holy Grail)와 같은 개념이다. 이는 AI 모델이 인간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t)’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트먼은 AGI가 실현되면 AI가 단순히 한 명의 노동자가 하는 일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조직 전체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즉, 기업(심지어 AI 기업조차도)에서 노동자를 없애고 AI가 운영, 개발, 마케팅 등 모든 업무를 대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자본에게는 종말론적 꿈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악몽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트먼과 다른 AI 재벌들은 딥시크가 현재의 AI 모델을 저비용으로 대체했다고 해서 데이터 센터 확장을 멈추거나, 더 진보된 반도체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 기업 로젠블랫(Rosenblatt)은 기술 대기업들의 대응을 이렇게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기술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개선된 성능을 추구하며 AGI 실현을 향해 더 빠르게 질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본다.” 즉, 초지능 AI라는 목표를 향한 질주는 그 무엇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GI를 향한 경쟁이 인류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컴퓨터과학 교수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은 이렇게 경고했다. “이 경쟁에 뛰어든 CEO들조차도,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인류 멸종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지능적인 시스템을 통제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덧붙였다. “즉, AGI 경쟁은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와 같다.”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의 ‘지능’이 기계 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둘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계는 잠재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사유할 수 없다. 새로운 지식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창출되는데(인간), 기계는 단지 기존 지식을 확장할 뿐이다. 오직 인간의 지능만이 사회적이며, 변화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특히 인간과 자연을 위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딥시크의 등장이 보여준 것은, AI가 인류와 사회적 필요를 돕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딥시크의 AI는 개방적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가장 작은 사용자와 개발자에게도 접근 가능하다. 이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기술 발전을 위한 것이다. 한 논평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AI가 내 예술과 글쓰기를 대신하도록 만들어서 내가 설거지와 빨래를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오히려 AI가 내 설거지와 빨래를 대신해 주고, 내가 예술과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돕길 원한다.”
관리자들은 AI를 도입하면서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활용하지만, 사람들이 AI가 사용되기를 원하지 않는 분야, 예를 들어 창의적인 작업에는 활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래에서부터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직장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AI가 이윤을 위해 개발되고, 일자리를 줄이며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소유와 계획 속에서 활용된다면,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성배’(Holy Grail)는 본래 빅토리아 시대의 허구였으며, 이후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에서도 허구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출처] AI going DeepSeek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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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