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Filip Andrejevic.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은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Mao Zedong)이 한 말이지만, 이 생각은 다양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왔다. 십대 갱단의 일원부터 주요 국가의 정치가들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 군비 지출의 상승 곡선은 각국 정부가 군사력에 얼마나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세계 각국은 총 2조 7,200억 달러를 군사력 확장에 쏟아부었고, 이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수치다. 이는 10년 연속 지출 증가이자,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증가율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군사력 투자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국가들은 전쟁을 대비해 종종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무장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끝없는 전쟁의 흐름이 뒤따랐고, 그 결과로 무려 10억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중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전쟁으로 2억 3,100만 명이 사망했다.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사망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불구가 되었고, 실명했으며, 심각한 화상을 입거나 정신을 잃었다. 전쟁 부상자는 사망자의 두 배 이상이며, 때때로 13배에 달하기도 했다.
전쟁은 다른 재앙도 불러왔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민의 3분의 1이 삶의 터전을 잃게 했다. 전쟁은 막대한 물질적 피해도 야기했다. 전체 도시가, 때로는 국가 전체가 폐허가 되었으며, 승전국조차 전쟁의 막대한 재정 비용으로 파산한 경우도 있었다. 전쟁은 종종 지속적인 환경 파괴도 초래했고, 히로시마, 나가사키, 베트남, 중동의 사람들이 증언할 수 있듯이 선천적 기형과 중대한 건강 피해로 이어졌다.
외국과의 전쟁을 수행하지 않을 때조차, 국가 군대는 종종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역사 기록은 군 장교들이 자신의 군대를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국에서 잔혹한 독재 정권을 세운 사례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종종 국가 지도자들을 더 약한 나라를 위협하거나 제국주의적 정복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들(“열강”)이 전쟁에 가장 자주 나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 나아가, 군사에 대한 우선순위는 사회의 다른 부문에 대한 자원 배분을 희생시켜 왔다. 교육, 보건, 식품지원, 기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었던 예산이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에 쏟아부어졌다.
이것은 ‘세계 문명’이라고 불리는 체계의 비참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훨씬 더 악화하거나, 어쩌면 인류 자체를 종식할 수도 있다.
물론 군사력을 옹호하는 이들은 위험한 세상에서 자국을 방어하려면 억지력(deterrence)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분명 일리가 있는 우려다.
하지만 군사력이 진정 국가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까? 막대한 군사력이 초래하는 여러 문제들 외에도, 이런 무력들이 외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매년 자국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옳다.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은, 한 국가가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할수록, 다른 국가들은 그것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비 경쟁이 일어나고, 자주 전쟁으로 이어진다.
다행히도, 무한한 군사력 증강과 전쟁의 순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망한 방법은 국제 안보 체계의 구축이다. 이는 국제 조약의 발전과 국제 기구의 강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조약은 국가 간의 국제 행동 규범을 수립하고, 영토 경계 설정과 같은 핵심 분쟁을 해결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제정할 수 있다. 또한, 군비 통제와 군축 협정을 통해 군사적 위협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예컨대, 군비 경쟁 대신 ‘평화 경쟁’을 제안하여, 각국이 매년 군비를 10%씩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는 많은 나라들이 이미 서명하고 비준한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에 가입함으로써, 핵전멸의 위협을 제거할 수도 있다.
국제 기구들 또한 국제 갈등을 줄이고 군사적 수단에 대한 의존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1945년 창설된 유엔(UN)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 간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침략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설립되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국제기구들은 아직 그들의 중요한 임무를 완전히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여러 국가가 여전히 자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려 하고,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과 같은 일부 국가는 국제기구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비판을 가했다는 이유로 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 국제기구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강화된다면 세계를 덜 폭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들이 자국의 부를 군사력이라는 실패한 체계에 계속 쏟아붓는 대신, 이제는 국제 안보와 평화를 위한 세계적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출처] The Limitations of Military Might - CounterPunch.or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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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위트너(Lawrence Wittner) 박사는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SUNY Albany)의 역사학 명예교수이며, 『폭탄에 맞서다』(Confronting the Bomb)(스탠퍼드대학교출판부) 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