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의 환상은 화석연료 퇴출만 지연시킨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설비는 제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배출을 일으킨다.
2021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영국 물리학자 마이클 드 포데스타(Michael de Podesta)는 탄소 포집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에 매달 40파운드를 지불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매달 이산화탄소(CO₂) 50킬로그램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드 포데스타는 “며칠 전에 확인해 보니 회사는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제거하지 않았다”고 썼다.
드 포데스타는 CO₂ 1톤을 제거하는 데 800파운드를 지불하고 있었다. 클라임웍스는 6년 내에 해당 CO₂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라임웍스가 실제로 대기 중에서 CO₂를 제거할 시점인 2027년경이 되면, 드 포데스타는 거의 3,000파운드를 지불했을 것이다.
드 포데스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혹시 잘 속는 바보인가?”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러한 의심을 적으며 클라임웍스가 사기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아이슬란드 일간지 <헤이미르딘>(Heimildin)의 기자가 그에게 연락했다.
2025년 5월 15일, 비야르트마르 오두르 테이르 알렉산데르손(Bjartmar Oddur Þeyr Alexandersson)과 발루르 그레티손(Valur Grettisson)의 클라임웍스 관련 기사가 <헤이미르딘>에 ‘클라임웍스의 포집량이 자사 배출량도 감당 못 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다음 날 드 포데스타는 이렇게 썼다. “나는 진짜 잘 속는 바보가 맞다.”
클라임웍스, 포집보다 더 많이 배출한다
클라임웍스는 2021년 아이슬란드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회사는 연간 12,000톤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1년 이후 지금까지 단 1,058톤만 포집했다.
2023년 클라임웍스의 연간 배출량은 1,700톤이었다. 알렉산데르손과 그레티손은 이렇게 썼다. “클라임웍스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배출량은 포집량을 초과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한 이후, 회사는 연간 최대 1,000톤 정도만 포집했다.”
<헤이미르딘>의 기자들은 클라임웍스에 일련의 질문을 보냈다. 왜 회사가 자사 배출량조차 상쇄하지 못할 정도로 CO₂ 포집에 실패하고 있는지, 탄소 크레딧을 구매한 개인 및 기업들이 언제 그것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클라임웍스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2025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의 1% 포집하겠다는 목표
클라임웍스는 2009년 스위스에서 크리스토프 게발트(Christoph Gebald)와 얀 우어츠바허(Jan Wurzbacher)가 공동 창업했다. 2017년, 게발트는 <카본브리프>(CarbonBrief)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25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를 포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목표가 “엄청나게 야심 차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클라임웍스는 CO₂ 1톤을 포집하는 비용을 미화 100달러 정도로 낮추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웹사이트에 명시된 가격은 1톤당 1,000달러다.
오르카와 매머드
2021년 9월,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에 첫 번째 포집 시설인 ‘오르카(Orca)’를 열었다. 이 시설은 연간 최대 4,000톤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다고 한다. 포집된 CO₂는 레이캬비크 에너지의 자회사인 카브픽스(Carbfix)에 판매되며, 이 회사는 CO₂를 물에 희석해 지하 1,000미터에 주입해 암석화한다.
카브픽스는 매년 40,000톤의 CO₂를 지하에 주입할 계획이었지만,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오르카는 지금까지 단 953장의 탄소 제거 인증서(CORCs)를 발행했다.
2024년 5월, 클라임웍스는 두 번째 포집 시설 ‘매머드(Mammoth)’를 가동했다. 이 시설은 연간 36,000톤을 포집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운영 첫 10개월간 매머드는 단 105톤만 포집했다.
클라임웍스는 개인 및 기업에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 21,000명이 넘는 “기후 개척자들”이 클라임웍스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했으며, 고객에는 마이크로소프트, UBS, 모건 스탠리,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영국항공, 레고, 스위스항공, PwC, 틱톡 등이 있다.
2024년 10월, 모건 스탠리는 클라임웍스와 40,000개의 탄소 크레딧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의 포집 속도로 보면, 이 크레딧이 실제로 도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문제의 일단은, 클라임웍스가 실제로 포집해 지하에 저장한 CO₂에 대해서만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만 해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 크레딧은 종종 화석연료 채굴 및 연소의 정당화 도구로 사용된다.
클라임웍스는 앞으로 포집하리라 기대하는 CO₂에 대해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고 있다. 매머드 시설이 향후 25년간 포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CO₂의 3분의 1이 이미 판매되었다.
회사는 이 자금을 이용해 더 많은 포집 시설을 건설하고, 더 많은 탄소 크레딧을 미리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 구조는 일종의 탄소 폰지 사기(carbon Ponzi scheme)처럼 보인다.
클라임웍스는 총 38만 개의 탄소 크레딧 주문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행한 건 단 1,058개에 불과하다.
블룸버그 기자 악샤트 라티(Akshat Rathi)는 이 수치에 대해 얀 우어츠바허에게 질문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주문량과 실제 이행량을 비교하면, 주문이 훨씬 더 많은 건 아주 정상적인 일입니다. 왜냐하면 클라임웍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프테이크 계약(미래 수요 보장 계약)을 체결하고, 그것으로 새 시설을 짓고, 그 시설로 CO₂를 포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클라임웍스는 ‘탄소 제거 포트폴리오’를 도입했다. 여기에는 직접 공기 포집 외에도 조림·재조림, 바이오차, 탄소 포집 바이오에너지(BECCS), 강화 풍화(enhanced weathering) 등이 포함된다.
<헤이미르딘>은 “이 변화는 클라임웍스의 포집 프로젝트가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가 이미 판매한 크레딧을 이행하기 위해 다른 방식들을 동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클라임웍스는 지금까지 미화 8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거나 약속받았다. 이 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 예정인 6억 달러 규모의 직접 공기 포집 허브 ‘프로젝트 사이프러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허브는 완공되면 연간 100만 톤의 CO₂를 제거할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함에 따라, 이 시설은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5월 14일, 클라임웍스는 전체 인력의 약 22%인 106명의 해고를 발표했다.
탄소 크레딧을 구입했던 드 포데스타는 <헤이미르딘>에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명백히 사기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 수많은 고액 연봉자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래에 탄소를 제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업을 상대로 자산을 팔고 있다. 그들이 쓰는 기술은 마법 같은 기술이고, 그중 유명한 것이 바로 오르카다.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지만, 더 큰 버전(매머드)에서는 완벽히 작동할 거라고 주장한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라고 권유받는다. 하지만 회사의 답변은 모호하고 홍보 문구로 가득하다. 겉모습과 말투는 사기처럼 보인다. 정말 사기일까? 잘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
화석연료 종식을 늦추기 위해 설계된 기술
클라임웍스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탄소 제거에 대해 크레딧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공기 포집 탄소 크레딧을 가장 많이 구매한 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버스, 아마존이다. 그러나 이 세 곳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경우,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에 이중의 타격이다. 첫째, 막대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배출량이 증가하고 둘째,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술로 탄소 상쇄를 ‘구매’함으로써 거짓된 해결책을 만들고 있다.
2023년, 앨 고어(Al Gore)는 TED 강연에서 직접 공기 포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CO₂는 공기 중에서 0.035%밖에 안 된다. 그걸 빼내겠다고 나머지 99.96%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겠다고? 정말? 진심으로?”
그는 클라임웍스 이름까지 언급하며, 오르카 기계를 조롱했다. “이게 최신 기술이랍니다. 멋져 보이긴 하죠, 그렇죠?”
고어는 직접 공기 포집이 화석연료 기업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3월, 오시덴털 페트롤리엄의 CEO 비키 홀럽(Vicki Hollub)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우리의 직접 포집 기술이 우리 업계를 장기적으로 보존해줄 기술이라고 믿는다. 이 기술은 우리가 앞으로 60년, 70년, 80년 동안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증을 주는 셈이다.”
<헤이미르딘>은 스탠퍼드 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의 마크 제이컵슨(Mark Jacobson) 교수와 인터뷰했다. 그는 2023년 저서 ⟪기적은 필요 없다⟫(No Miracles Needed)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은 석유·가스 업계의 사업 모델을 지속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 기술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다. 이건 기후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출처] Carbon capture company emits more than it capture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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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랭(Chris Lang)은 영국 출신의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