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병리와 그 배후의 경제 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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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은 세계 석유 무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의 석유 전쟁은 이란, 이라크, 그리고 인접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누구에게 석유를 판매할지에 대한 주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이미 베네수엘라에 대해 취한 조치와 같은 방식이다. 에너지 무역의 붕괴가 세계 대부분의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음에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에 대해 어떤 반성도 없다.

이처럼 무모하고(그리고 파괴적인) 행동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소시오패스의 정의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은 소시오패스를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며 타인의 권리와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이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타인을 화나게 하거나 괴롭히며, 타인을 조종하거나 가혹하게 대하고 잔인할 정도로 무관심하게 행동한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법을 위반해 범죄자가 되며, 거짓말을 하거나 폭력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진단은 정복을 통해 제국을 건설하려는 어떤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은 이를 새로운 극단으로 끌고 갔다.

소시오패스가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이 없고 자신의 학대적 행동을 제약하는 도덕적 가치에 적대적이듯이, 미국 외교관들은 민간인 공격을 금지하는 유엔헌장과 국제전쟁법 체계를 거부해왔다. 미국의 무기와 미사일 유도체계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종교적·민족적 집단학살에 이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이스라엘군, 그리고 각종 와하브파 계열 알카에다 협력 세력은 미국의 외인부대로 동원되고 있다.

트럼프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강압적인 요구는 협박과 폭력을 동반하며, 과거 문명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국제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위반한다. 외국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헌장의 원칙은 유럽의 30년 전쟁을 종식시킨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의 유산이다. 미국은 러시아에서 이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정부를 전복하거나 정권교체를 시도해왔다. 이를 위해 민간인, 특히 젊은 학생과 의사, 학교와 병원을 폭격했다. 이러한 테러가 결국 해당 국가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의 폭격을 멈추기 위해 자신들의 정부를 미국의 협력적 과두정 세력으로 교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이러한 폭격은 이제 미국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 외교는 또한 국제해양법도 위반하고 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연안에서부터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에 이르기까지 어선들을 폭격하고 있다. 아무런 경고도, 정당한 사유도 없이 이러한 공격을 감행하는 이유는 국제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과,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들이 해상에서의 해적행위와 살인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러시아 석유 생산을 고립시키기 위한 자국의 제재를 다른 나라들도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리비아를 파괴했고 이라크의 석유 생산을 장악했으며 그 수익까지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가 철수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도 장악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 미국 마이애미의 계좌로 모든 석유 수출 수익을 이전해 왔다.

트럼프의 행동 방식은 악명 높은 부동산 개발업자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미국 대통령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공급업체와 은행,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계약을 위반했으며, 벌금과 제재를 단지 사업 비용 정도로 취급했다. 여성들에 대한 약탈적 행동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과거 삶과 현재의 정치적 역할 사이에는 거의 자연스러운 친연성이 존재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주권과 자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하는 것처럼, 오늘날 미국의 상위 1% 계층에 속한 금융 및 부동산 거물들과 그들이 미국 정책을 장악하기 위해 끌어들인 야심가 정치인들은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을 부채 의존 상태와 월급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가는 불안정한 삶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이 통제하는 석유 무역, 정보기술, 인공지능으로부터 다른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면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력에 저항할 수 있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괴롭히는 자들은 본질적으로 겁쟁이다. 채권자 계급, 독점 자본가들, 그리고 나머지 임대소득 계층인 상위 1퍼센트 역시 비슷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금융권력 집중과 부의 독점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할 것을 우려한다. 그들이 축적한 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빚을 지고 연체 상태에 빠지는 하위 9%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권력에 대한 이와 같은 욕망은 오늘날 거대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범죄조직 두목들, 종교 집단 지도자들, 그리고 정치적 야망을 추구하는 많은 정치인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소시오패스적 자기만족은 진보의 원동력으로 찬양받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와 로마제국을 몰락시킨 것과 같은 자기파괴적 퇴폐를 허용하기 위해, 공적 견제와 균형으로부터 자유로운상태가 미덕으로 선전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분열과 문명 전쟁을 설명하기 위한 어휘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적절한 어휘가 필요하다. 또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다음 두 가지 용어를 제안한다.

지정학적 병리(Geopathology): 국제관계를 착취적인 방식으로 운영하여 다른 국가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희생자로 만드는 행태를 말한다. 여기에는 일방적인 이중잣대를 강요하는 행동이 포함된다. 제국 건설을 추구하는 모든 제국주의는 이러한 지정학적 병리를 특징으로 한다.

경제 병리(Econopathology): 사회적 공감 능력의 부재를 옹호하는 교리를 말한다. 그 핵심은 오늘날 자유지상주의적 탐욕은 선이다식 개인주의에 있다. 이는 무제한적인 사익 추구를 옹호하며,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상호성과 상호부조라는 기본적인 사회 원칙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어떠한 제약이나 규제도 거부한다.

만약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ederick Hayek),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미래에서 온 신처럼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의 부족장과 사제들, 왕들에게 계몽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면 초기 문명은 결코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제시한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문명은 애초에 출발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을 채무노예 상태로 전락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도 없었을 것이고, 토지 보유권을 지켜주는 제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회는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 곧바로 경제적 양극화와 소수 과두세력의 지배 체제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와 광범한 자립을 발전의 전제조건으로 보장하려는 모든 대안을 억압하면서 사회를 지배했을 것이다.

시민들 사이의 상호부조 체계와 개인의 자립성을 보호하는 장치만이 잉여생산이 적었던 고대 경제를 존속시킬 수 있었다. 당시 사회는 불평등과 대중의 자유 박탈, 토지 보유권 박탈이라는 사치를 감당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경제 역시 경제적·물리적 공격이 약탈적 과두체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공적 권위를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약탈적 과두체제는 대체로 금융적 성격을 띠었으며 토지를 독점하려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은 돈에 대한 중독이 필연적으로 낳는 병리적 행동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모든 부, 특히 화폐 형태의 부는 중독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사회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러한 더러운업무를 노예나 해방노예들에게 맡겼다. 기본적인 상호성의 원칙과 타인의 인권에 대한 존중은 오늘날 금융화되고 신자유주의화된 서구 사회가 상실해버린 행동 규범을 제약하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의 공리주의 경제학에서는 돈 중독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법학이나 정치철학의 원칙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기업 경영자로서 자신의 임무가 주주들의 자본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배운다. 그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을 무자비하게 정복함으로써 이윤을 늘리고 배당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착취와 파괴는 마치 창조적인 활동인 것처럼 취급된다.

지정학적 병리와 경제 병리의 공통분모는 다른 국가와 사람들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부정한다는 점이다. 미국 외교는 다른 나라의 주권과 자립성이 그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한 주권을 미국의 조공 제국을 유지하는 데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지정학적 병리와 마찬가지로 경제 병리는 다른 개인들을 의존적인 고객, 채무자, 임차인으로 전락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농노 상태로 몰아넣으려 한다.

부와 권력에 대한 중독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이지만, 역사 속 사회들은 이를 사회적으로 통제하려 해왔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현명한 중앙 권위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다. 과두지배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 역시 사회가 양극화와 정체를 피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듯이, 민주정은 과두정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으며, 과두정은 다시 세습적 임대소득 귀족 계급으로 발전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들은 자신들과 성격이 비슷한 과두세력들을 공적 규제로부터 해방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의 자유지상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를 지지하는 것이 그러한 사례다. 동시에 그들은 그러한 규제가 국제적 차원에서 적용되는 것도 막으려 한다.

오늘날의 경제는 지정학적 병리와 그 경제 병리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소시오패스적 병리는 스스로 치유되지 않는다. 경제 병리도 마찬가지이고 지정학적 병리도 마찬가지다. 고대 사회에는 피난도시가 있었다. 소시오패스와 다른 범법자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그곳으로 추방되었다.

1945년 이후 지난 80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은 정부를 부정하는 신자유주의 교리와 반사회주의 수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그 결과 외교 개혁과 국내 경제 개혁에 관한 모든 논의가 거부되었다.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와 신흥국들을 포함한 글로벌 다수가 직면한 과제는 상호부조와 각국의 자율성에 대한 존중을 원칙으로 하는 대안적 다극체제와 국제기구, 동맹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원래 국제질서가 내세워온 이상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며, 국제관계를 규율하는 기본 법체계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오늘날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의 자율성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국가들이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Geopathology and the Econopathology Behind it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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