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30주년을 기념할 글로벌 성평등 정상회의를 앞두고 여성 권리 진전과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기회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며 디지털 경제가 여성 고용과 창업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계와 국제기구는 AI 편향, 온라인 성폭력, 재생산권 보장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며, 디지털 시대의 젠더 불평등 대응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알바니아 정부가 인공지능 ‘디엘라(Diella)’를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AI의 여성화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친절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여성적 외모와 음성을 부여하는 관행은, 사실상 성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며 여성의 대상화와 기술적 조작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디엘라는 겉보기에는 투명성과 청렴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순종적이고 통제 가능한 여성상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정한 기술 윤리를 위해서는 성별 없는 비인간적 AI 설계와 보다 투명한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퀘벡의 여성운동은 20세기 초 가톨릭 공동체와 대서양 지식 네트워크에서 출발해, 노동운동·독립운동·탈식민주의 운동과 맞물리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특히 1960~70년대에는 퀘벡의 주권과 여성 해방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후에는 토착 여성운동과 결합하며 탈식민주의적 시각으로 확장되었다. 오늘날 퀘벡의 페미니즘은 이중의 유산, 즉 프랑스계 퀘벡인의 정치적 소수성 경험과 원주민 여성들의 구조적 차별 현실을 함께 인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보다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젠더 이데올로기’ 근절을 명분으로 여성·성소수자 정책 기관을 해체하고 예산을 축소하며, 성평등과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전면 억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성·페미니스트 단체와 LGBTQIA+ 공동체가 최대 규모의 집회와 프라이드 행진을 이어가며 저항의 최전선에 섰다. 하지만 인권 탄압, 자의적 구금, 해외 자금 규제 강화로 현지 활동이 위축되면서 일부 활동가들은 망명길에 오르는 등,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를 지키려는 싸움이 국가적 탄압과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내부 독재와 외부 제국주의 모두를 거부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해방 운동의 서사를 외세가 이용하는 것에 맞서고 있다. ‘여성, 삶, 자유’ 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이 슬로건이 이스라엘의 군사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현실에 분노하며, 여성 해방은 외부 개입이 아닌 자주적인 저항과 돌봄의 실천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억압과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폭력에 반대하고, 전쟁 상황 속에서도 조직화된 연대와 돌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해방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ICC는 최근 아프간 탈레반 지도자들을 ‘여성 박해’ 혐의로 기소하며 성별에 기반한 범죄 처벌에 나섰지만, 관련 유죄 판결은 23년간 단 두 건뿐이다. 새로운 책 Feminist Judgments는 성인지적 관점을 통해 ICC 판결을 재구성하고, 피해자의 경험을 중심에 두는 법 해석과 판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질적인 정의를 위해서는 정치적 제약을 넘는 성인지적 판단, 상징적·회복적 정의 추구, 피해자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과 정치적 공백으로 100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되었고, 여성들은 열악한 캠프 환경 속에서 돌봄과 생계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음식을 나누고 출산을 돕는 등 연대로 버티지만, 성폭력과 보건 위기, 불안정 속에서 구조적 방치에 시달린다. 여성들은 자선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구조적 정의를 외치고 있다.
2025년 런던 트랜스+ 프라이드에는 1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세계 최대 규모의 트랜스 권리 행진으로 기록되며 정치적 연대와 저항의 장을 형성했다. 참가자들은 트랜스 의료 접근 제한과 법적 권리 축소, 노동당의 반트랜스 행보에 항의하며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랜스 활동가, 유족, 배우 등 다양한 연설자들이 등장한 가운데, 이번 행진은 억압에 맞서는 공동체의 힘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정치적 선언이었다.
2024년 7월, 방글라데시의 여성 대학생들이 전직 총리의 '매국노' 발언과 공정성 논란에 반발하며 자발적으로 기숙사 문을 부수고 거리로 나서며 전국적 항쟁을 촉발했다. 여성들은 시위의 중심에서 주도적으로 싸웠고, 남성 학생들과 노동자, 교수, 시민들이 뒤따랐지만, 이들은 물리적 공격과 경찰 폭력, 온라인 괴롭힘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번 항쟁은 방글라데시 현대사의 여성 주도 저항 전통을 계승하며, 구조적 억압에 맞선 여성 시민사회의 결집력이 민주주의 회복의 중심축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시위에서 2030 여성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2025년 조기 대선에서는 후보 전원이 남성이었고, 여성 관련 의제는 대부분 배제되었다. 20대 여성의 58.1%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같은 세대 남성의 71.4%는 보수 성향 후보를 선택하며 세대 간 젠더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성 장관 비율 30% 공약을 내세웠지만, 젠더 이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기대와 괴리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