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확산의 본보기가 된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비밀이다프랑스와 같은 서방 국가들의 지원으로 가능했으며비확산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로 인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며 번창해 왔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지난 50년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기밀 해제된 문서와 많은 위성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 규모가 밝혀졌다자국의 비밀 프로그램을 폭로한 이스라엘의 핵 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Mordechai Vanunu)와 같은 내부고발자들의 용기도 있다그는 이탈리아에서 모사드(Mossad,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요원들에 의해 마약을 투여받고 납치된 후 비밀 재판을 받아 1986년에 1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핵무장 국가와 무기 확산을 감시하는 기관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비밀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광범위하다이스라엘 핵무기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미국 공무원이 있다심지어 이 주제에 대한 위키백과 페이지에서도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핵무기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다.(이 페이지는 편집을 막기 위해 잠겨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효과적이다. 202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이스라엘보다 더 많았지만현실은 정반대다.

이 침묵의 벽은 놀라울 정도로 허점이 많은 것이 입증되었다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초기에 정부 관리들은 전장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미군 싱크탱크의 인사들은 이스라엘의 비밀주의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핵무기 보유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이를 알리지 않으면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협박은 사용만큼이나 억지력의 중요한 부분이다아무도 당신이 압도적인 핵 반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상대방이 다시 생각하게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그러나 지금까지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피시킨 헤즈볼라(Hezbollah)의 북부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핵무기 보유가 보호막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있다헤즈볼라의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는 최근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선을 넘을 경우 보복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표적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따라서 이스라엘의 핵무기가 그 자체로 이스라엘의 존립을 지켜준다는 것은 분명치 않다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공격 및 방어를 위한 비핵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미군의 개입이라는 무기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독자적인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한다면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지위로 인해 원조를 받지 못할 것이다미국 무기수출통제법 글렌 수정안(Glenn Amendment)은 1979년 이스라엘처럼 1977년 이후 핵무기 실험을 한 국가에 대한 무기 지원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제재를 의무화하고 있다그러나 핵무기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의 핵 확산을 주도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독자적 핵무기 개발 논의의 확산

현재 이스라엘의 핵무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재정적 또는 전략적 비용과 상관없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노력을 지원한다는 미국의 일반적인 입장이다그러나 애초에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보다는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이후 핵무기 확산을 주도한 지정학적 힘과 더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국가 자체만큼이나 오래되었다아브너 코헨(Avner Cohen)이 이스라엘과 폭탄(Israel and the Bomb)’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이스라엘 지도자들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될 때부터 핵 프로그램을 논의했다이스라엘의 초대 총리였던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Gurion)은 특히 핵 기술과 현대 국가 권력의 기반인 과학 및 기술에 대해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미 1949년에 이스라엘은 남부 사막 지역인 네게브(Negev)에서 우라늄 매장 가능성에 대한 탐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이 연구에서 우라늄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자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으로 사용 가능한 핵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핵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의 잠재적 공급처로 미국을 선택했다.

전후 초기 시기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것을 꺼렸다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를 원치 않는 제약으로 보았다그래서 이스라엘은 대신 프랑스와 노르웨이와 같은 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작은 나라들로 눈을 돌렸다. 1950년대 초반이 두 나라는 유럽에서 핵 반응로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공유했다두 나라 모두 가말 압델 나세르(Gamal Abdel Nasser) 이집트 대통령 정부에 반대했다신식민지 이상주의에 동기를 부여받은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대해 나세르에게 문제를 제기했고이스라엘은 당연히 나세르의 아랍 민족주의에 위협을 느꼈다.

미국의 핵우산이 실제로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드골주의 정책(Gaullist policy, 독자적 핵무기 개발 등의 자주적 군사력 추진 정책)을 추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핵 확산을 장려함으로써 쇠퇴하는 강대국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핵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약한 비핵화 의지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비판과 대중의 시선에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은 이란이나 다른 반미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강화된다하지만 이스라엘의 핵무기와 미국 정치계 일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란과의 전쟁 지지는 이란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 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제한하고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사찰 및 감독 체제를 부과했다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이 언젠가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협정에 반대했는데이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협정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과 비슷한 종류의 '전부 아니면 전무접근 방식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되고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로켓 공격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공격하여 보복할 경우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자발적 약속을 번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을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며낮은 수준의 사건도 극적이고 파괴적인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핵 비확산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면 오히려 핵 확산으로 이어진다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몇 년간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는 미국 언론에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미국은 이를 문제로 삼기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정상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이 협정에는 '신뢰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로의 길'이 포함되어 있다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핵 기술을 제공받기를 원하며이는 겉으로는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핵 비확산과 글로벌 패권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핵 프로그램에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작년에 중국은 걸프만의 우라늄 매장량을 조사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회사를 파견했지만이 매장량이 큰 핵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핵무기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그러나 이스라엘의 핵 물질 탐색의 경우와 달리 안전 조치의 위협은 사우디가 공개적으로 밝힌 핵 야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미국의 핵무기 정책은 세계 핵무기 정책에 대한 미국의 무력함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데 기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주요 핵무기 후원국으로서의 역할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다.

핵무기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는 현재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이 있다이스라엘은 압도적인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키며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핵무기 보유는 이스라엘의 세계관을 강화한다이 세계관은 국가가 계속 위협받고 있으며이러한 위협에 무한한 힘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것이다이는 다른 핵무장 국가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와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실존적 위협에 대한 유일한 안전장치라는 주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두 나라 모두 핵무기가 인류의 안전과 문명에 미치는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위험을 줄일 기회를 계속 외면해 왔다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를 유일한 안보 보장 수단으로 여기게 만드는 선례를 남겼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국가들이 세계 정치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려는 진정한 의지가 없다면이는 핵 확산을 촉진하는 셈이다이스라엘은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지만이런 상황이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게 핵무기를 가지려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출처How Israel Became a Nuclear Power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엠마 클레어 폴리(Emma Claire Foley)는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핵무기 원자력 전쟁 핵확산 가자지구 비핵화 이스라엘 미국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