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장기화조짐 - 북미 간 이견 여전

北, “미국이 적대시 정책 포기, 신뢰감 줘야”

평화적 핵 이용 두고 북미 대립, 공동문건 작성 의지는 변함 없어

제4차 6자회담 11일째인 5일도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다각적인 양자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회담이 열흘을 넘기고 있지만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두고 여전히 북미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회담은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막 전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말했던 ‘끝장토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6개국은 전날인 4일 오후 9시 경 30분 동안 수석대표회의를 갖고 공동문건 작성 작업을 계속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남.북.미 3자가 4일 오후 1시간 동안 첫 3자협의를 가져, 핵 포기의 범위와 평화적 핵 이용권, 그리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계관 北 대표, "미국이 평화적 핵 이용 보장, 신뢰감 줘야“

그러나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회담 시작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합의문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계관 부상은 4일 기자회견에서 공동문건 작성 작업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미 간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나라는 평화적 핵 이용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지만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패전국도 아니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핵 활동을 할 수 없나"라고 반문하고 "6자회담에 참가국 모든 대표단이 우리의 이런 입장을 지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나라만이 반대하고 있지만 끝내는 지지하게 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계관 부상은 또 비핵화 상응조치 중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맘놓고 비핵화하자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관계정상화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계관 부상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같은 날 아침 숙소를 나서며 "북한은 중국의 수정안에 대해 조속히 대답해야 한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에 대한 “대답”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김계관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공동문건 4차 초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음이 확인됐다.

美, “비핵화 원칙이 적확하고 명료하게 표현돼야”

그러나 미국이 한 발 물러서리라는 기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 “북핵 6자 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 발표문'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적확하고 명료하게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 척 하고 우리는 그것을 믿는 척 하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하고 공동선언에서는 모든 당사국들의 의무사항이 명료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4일 오후까지 이뤄진 참가국 간 양자협의는 모두 72차례. 이전 세 차례의 회담에서 열린 양자협의 수를 전부 합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의장국인 중국은 미국과 14회, 북한 11회, 일본 7회, 러시아 6회, 한국 4회 등 모두 42회의 양자협의를 했다고 친 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북미 간 양자접촉은 열흘 동안 8번 있었다.

친 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과 미국이 다시 양자협의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모든 참가국들은 매우 인내심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 어느 형식으로라도 서로 접촉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