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검경·용역 불법행위로 점철된 평택 행정대집행"

인권단체연석회의, 평택 인권침해 조사결과 보고서 발표

막무가내 식 농지파괴로 논란이 된 평택에서의 행정대집행이 그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발생시켰고, 국방부와 경찰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권단체연석회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전국 35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1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례에 걸친 행정대집행에서 발생한 국방부·경찰·검찰의 인권침해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한미군기지확장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 일대에 대한 정부의 행정대집행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지난 달 5일 정부는 미군기지확장 공사의 현장사무소로 사용하기 위해 현재 평택주민들이 점유하고 있는 대추초등학교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집행하려 했다. 이어 지난 달 15일 정부는 17일로 예정된 평택 농민들의 영농행위를 봉쇄한다며, 경찰 4천여 명과 용역업체 직원 100여 명, 그리고 중장비를 동원해 농지를 파괴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강제집행은 평택 주민들과 인권·사회단체 회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모두 무산됐고, 평택 주민들은 논갈이와 볍씨를 뿌리는 등 예정대로 올해 농사를 진행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 7일 경찰 6천여 명과 용역업체 직원 900여 명, 그리고 포크레인과 굴착기까지 동원해 논에 물을 될 수 있는 대추리 일대의 농수로를 파괴하는 작업을 감행한 바 있다.

  3월 15일, 포크레인 위에 올라간 활동가들을 강제로 끌어 내리는 경찰. 여성활동가들을 여경이 아닌 남성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끌어내는 등 이날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참세상 자료사진

국방부, ‘미성년자 동원’·‘상해보험 미가입’ 현행 경비업법 위반

국방부·경찰·용역업체직원들의 막무가내 식 행정대집행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부상과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실정법조차 어기면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석회의 조사결과 국방부가 지난 7일 농지·수로 파괴작업에 동원한 용역업체는 ‘00종합경비’ 업체로, 국방부는 이 업체와 750명의 경비 인력 동원을 조건으로 1억2천2백만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750명의 경비용역 직원들 중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총 21명이었고,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이 100여 명에 달했다.

용역경비업을 규제하는 관련법인 경비업법은 만 18세 미만의 자를 채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경비업법은 경비(경호)원의 상해 방지를 위해 상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 규정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는 사전에 ‘00종합경비’가 제출한 명단을 통해 미성년자가 고용된 것을 보고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당일 현장에까지 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7일 동원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소화기와 방패 등을 소지하고,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각 언론매체에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연석회의는 경비업법이 정하고 있는 업무의 범위와 장비소지범위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3월 15일, 용역 직원이 땅을 파지 못하게 포크레인을 막는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주먹으로 구타하고 있다/ 참세상 자료사진



“부당한 공무집행에 저항한 행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안돼”

국방부가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을 동원했다면,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방조하고, 오히려 이에 항의하는 활동가들을 막무가내로 연행했다. 세 차례에 걸친 정부의 행정대집행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활동가들은 총 90여 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의 연행과 체포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당시 경찰이 활동가 연행사유로 밝힌 것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인한 현행범 체포였다. 즉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는 국방부의 강제집행을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했고, 이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실정법을 어기고 용역경비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이들에 의해 공무가 집행됐다면, 이미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이에 대해 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연석회의의 주장이다. 따라서 연석회의는 평택에서 경찰이 활동가들을 연행한 것은 명백한 ‘불법연행’에 해당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3월 6일, 대추초등학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러 온 법원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용역업체 직원들의 호위 속에 대추초교로 향하고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검찰, 정치적 잣대로 징벌적 구속 남발

또 이와 함께 연석회의는 검찰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인권적 원칙 없이 연행된 이들에 대해 징벌적 구속영장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연석회의는 “검경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임이 분명함에도 피의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적 잣대와 부정적 예단에 근거해 징벌적 구속을 남발했다”며 “검찰의 이 같은 행태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평택주민들의 투쟁을 약화시키고 평택주민들과 사회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파괴함으로써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국가권력의 이해관계만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남발은 현재 법무부가 취하고 있는 불구속 수사 방침과도 배치된다. 법무부는 지난 해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원칙의 이념을 구체화해 인권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객관적인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올 2월에는 법무부 변화전략계획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명확히 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불구속 수사원칙의 구체화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연석회의는 이날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평택미군기지 확장 사업이 그 정책적 정당성은 물론이거니와 사업추진과정에서의 정당성 또한 잃어버린 것으로 규정한다”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싸움이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을 가늠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앞으로도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