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노조 탄압과 관련해, 인권단체연석회의, 법률단체연석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10일 오전 10시 민주노총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원청 사업주인 지엠대우자동차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 문제 △비정규직지회 결성 이전에 발생한 폭행 사건 △(주)욱산기업 최모 씨의 해고와 그로 인한 중증 우울증 발생 사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와 여성노동자 인권침해 △노동조합 결성 이후 선전전 활동 방해와 집단 폭행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에 대한 전보발령과 해고 △노동조합 가입 방해와 탈퇴 종용 사례 △하청업체 폐업과 계약해지의 노조활동 관련성 △노동행정기관과 사법기관 대응 문제점 등 쟁점을 두루 조사한 후 이에 대한 판단을 밝혔다.


권두섭 변호사, "조직적·계획적 폭행, 전근대적 노무관리 드러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두섭 변호사는 "지엠대우자동차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등에 다수 관여하고 있고 단체교섭 사항도 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의 지위,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지위, 기타 노조법상 노조활동과 쟁의활동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에 있다고 할 것"이라 판단했다.

수 차례의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폭행이 쉽게 일어나는 매우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노무관리가 이뤄지는 사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며 "개별 직원들의 우발적 폭행이 아니라 지엠대우자동차가 노사협력부 주도 아래 안전관리부까지 동원해 계획적으로 주요 활동가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 일어난 선전전 활동 방해나 간부 해고, 하청업체 폐업 등과 관련해 "노조의 선전전 봉쇄와 활동 위축을 목적으로 한 계획적인 부당노동행위와 조직 폭력", "전보발령과 해고조치는 비정규직지회 활동을 혐오하여 주요 간부들 대부분을 사업장에서 배제하고 노동자들로부터 격리할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라는 소견을 밝혔다.

정리해고, 업체 폐업, 집단폭행, 노조가입 방해, 탈퇴 종용...

이어 지엠대우자동차비정규직지회 당사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이용우 지엠대우비정규직지회 연대사업부장은 소속 업체인 '진합오에스에스'가 "원청의 지시로 어쩔 수 없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한 사실, '스피드파워월드'에서 노동자가 폭행당하고 해고된 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선전전과 피켓시위를 하는 동안 거의 매일 두들겨 맞았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에 이르도록 그렇게 맞아본 적은 처음이며 백주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집단폭행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용우 연대사업부장은 "이런 일들로 보아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만성화된 공장내 폭력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주눅들어 있고 언제든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우 지엠대우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노동조합 설립을 전후해 벌어진 탄압 사례를 증언했다. 이대우 지회장은 "지회 설립 이전부터 개별 면담과 방문, 심지어 집에 찾아가 가족을 협박하는 등 사측의 가입 방해와 탈퇴 공작에 못 이겨 몇몇 조합원들이 탈퇴하기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폭행 과정에서의 심리적 충격으로 불안장애 등 장기적 요양치료를 요하는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우 지회장에 따르면 비정규직지회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녀도 늘 업체 소장, 공장, 직장이 곁에서 감시하는 통에,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대우 지회장을 못 본 척하거나 못 들은척 하는 사태도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직후 주요 간부들을 해고하고 조합원이 많은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등 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회사측은 심지어 지회 간부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장 정문 수위실에 부착하고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대우 지회장은 "지엠대우에는 너무나 다양한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공장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지엠대우 등 부당노동행위 고발할 예정

진상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엠대우자동차와 각 하청업체에 △노조활동에 대한 집단폭행과 방해, 가입방해와 탈퇴종용에 관여하는 행위, 업체 계약해지와 폐업에 관여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외주화 중단과 해고된 노동자의 원상 복귀 △노조활동 보장과 단체교섭 참여 △노무관리팀 해체와 폭행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단은 이후 조사결과 보고서를 지엠대우와 인천지방노동청 북부지청, 부평경찰서 등에 전달하고 해당기관의 입장을 요구하고, 원청이 단체교섭에 나서도록 하는 법률의견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는 한편, 지엠대우 사장과 집단폭행 등 부당노동행위 가담자를 고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