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영세 자영업자인가? 최임위가 다뤄야 하는 통계

매년 재방송되는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

<“사장이면 뭐해요. 알바보다 못 버는데”…최저임금 부담에 자영업자들 '울상’>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열릴 때면, 전가의 보도처럼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으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이들을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타당한지를 논리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호명되는 ‘영세 자영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최저임금의 지급 주체가 맞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2022. 4. 29.자 고용노동부 ‘빠른인터넷상담’ 답변

고용노동부는 ‘무늬만 프리랜서’ 또는 ‘위장된 자영업자’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종속성과 독립사업자성이 혼재되어 있어 공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동자와 사업자가 구분되어야 한다. 또는, 적어도 사업주가 노무제공자를 자영업자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의 실질을 위 판단 기준에 따라 변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계약의 명칭, 형식, 근로소득세 원천 징수 여부… 이른바 ‘부차적 요소’만을 위장

월 206만 740원(2024년 기준 월 최저임금)을 받는 위장된 자영업자

위 대법원 판례의 판단 기준이 현실의 노무제공에 적용된다면 위와 같은 계약서가 유통될 수 없다. 대법원은 계약서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닌, 노무제공의 실질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분은 프리랜서지만 계약은 근로계약이고, 근무 장소는 ‘당사, 재택, 업무상 외근, 출장이 필요한 지역’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있으며, 월 2,060,740원(2024년 기준 월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프리랜서 근로계약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구내식당 조리사가 영업 여부·식권 가격을 맘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집에서 양귀비를 관상용으로 키워도 될까요?” 이런 질문을 오픈 플랫폼에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모 지식 커뮤니티 플랫폼에는 자영업자 위장 문의가 대놓고 올라온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법원 판례의 판단 기준에 따라 ‘노무제공의 실질’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세금처리방식’만을 문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정말 모르고 있는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노무제공자·자영업자로 오분류(misclassification)되는 것을 모르고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매년 수십 차례 노동자성을 의제로 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수백 개의 노동위 판정‧법원 판결이 직종별로 쌓이고, 국정감사와 국회토론회에서도 노동자성 쟁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고용노동부가 경전처럼 외는 것이 “법원의 판단 기준을 토대로 개별·구체적 사안별로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라는 말이다. 직업의 종류나 계약의 형식으로 일률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있으니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것인가? ‘노동자 오분류’ 문제에 대하여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통계를 확보한다거나 하는 노력은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2023. 11. 28.에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성을 다투는 진정사건에 대한 통계조차 수집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통계는 이미 존재하는데 아무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

반면, 국세청과 통계청은 이미 ‘노동자 오분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838만 명 비임금 노동자(병‧의원 제외) 중 2만5천 명(0.3%)만이 사업자등록. 출처: 국세청, 박용진 의원실 제공
‘노무제공자’로 분류된 신용카드 회원모집인 중 사업자등록자는 단 1명이다. 출처: 국세청, 박용진 의원실 제공

사업소득을 납부하는 개인사업자 중 대부분(99.7%)이 사업자로서 최소한의 외형인 사업자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세청 통계로 확인되었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며, 부가세 신고 시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진성’ 사업자라면 당연히 사업자등록을 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타자영업’ 코드(940909)로 등록된 455만 명의 노동자이다. 사업자등록증도 없는 자영업자가 8,351,915명이니, 이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한 기타 자영업자 중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기타 자영업’ 코드로 신고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기타 자영업’을 운영하는 10대 사장님이 21만 명에 달하는 나라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라는 책이 한 때 유행했었다.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10대 자영업자가 남부럽지 않게 많이 존재한다. 기타자영업(940909) 코드로 등록돼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20세 미만 자영업자가 21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중 20만 9천명(99%)의 연 매출이 2500만 원 이하라고 한다. 매출에서 비용을 공제한 소득(순수익)이 아니라 단순 매출이 2500만 원이라는 것은 월 평균 소득이 208만 원 이하라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경총과 언론에서 호명하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버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노동인권교육을 나가면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 노동자 대부분이 사업자등록 없이도 사업소득세(3.3%)를 낸다고 하는데, 풍문이 통계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20세 미만 기타 자영업자 21만명 중 209,027명(99%)이 월 수입 205만 원 이하

월 평균 수입이 205만 원 이하인 ‘초영세 자영업자’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이른바 ‘나홀로 사장’이 늘어나는 이유

사업자등록증 없이 일하는 455만 명의 기타 자영업자를 모두 ‘위장된 자영업자’라고 추정하는 것이 과도한 억측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통계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료가 또 있다. 바로 통계청이 2023년 8월에 발표한 비임금근로자 통계다. 같은 2022년 기준 433만 명이 고용원 없이 일하는 이른바 ‘나홀로 사장’이라고 한다. 이들 중 정말 혼자 일하는 ‘진짜 사장’도 있겠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영세’하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사업자등록을 해 각종 세제 혜택과 매입 세액 공제를 받았을 것이다. 

월 평균 매출이 205만 원 이하라면, 정말 임대료도 낼 수 없을 지경이니 ‘초영세 자영업자’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의 규모가 상당하다(730만 명, 86.3%).

847만명 비임금 노동자 중 730만명(86.3%)이 연 매출 2천 5백만원 이하. 출처: 국세청, 장혜영 의원실 제공

최저임금을 지급받는 자영업자의 탄생

월 평균 매출이 208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이 전체 847만 명의 비임금 노동자 중 730만 명(86.3%)을 차지한다. 전체 비임금 노동자 중 단 2만5천명 만이 사업자등록을 했으니, 최소 727만 5천명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자영업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초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통계자료가 있다.

<그래프 1, 소득 2천만 원 이하 사업소득자 증가 추이 (단위 :명)>
소득 2천만원 이하 일용근로자 소득 감소분과 사업소득자 소득 증가분이 교차. 출처: 국세청, 양경숙 의원실 2020년 보도자료

양경숙 의원이 2020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소득 2천만 원 이하 일용근로자 수는 744만 명에서 677만 명으로 67만 명(9.0%) 감소했으며, 일용근로자의 소득은 31조 9,985억 원에서 25조 2,567억 원으로 6조 7,418억 원(21.1%) 감소했다. 그런데 2천만 원 이하 저소득 사업소득자의 수는 2014년 339만 명에서 2018년 510만 명으로 171만 명(50.4%) 증가했으며 당해 총 사업소득자 증가분의 81%를 차지했다. 사업소득은 11조 3,564억 원에서 19조 434억 원으로 7조 6,870억 원(67.7%) 증가했다. 일용근로자의 소득이 ‘초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프 2,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사업소득자 추이 (단위 :명)>

업종별로 살펴보았을 때 이 추세는 더 분명해진다.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사업소득자는 157만 명에서 224만 명으로 67만 명(42.7%) 증가했지만 동일 업종에서의 일용근로소득자는 317만 명에서 293만 명으로 24만 명(7.6%)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6조 3,563억 원에서 9조 8,095억 원으로 3조 4,532억 원(54.3%) 증가했으며 일용근로소득이 10조 589억 원에서 7조 1,094억 원으로 2조 9,495억 원(29.3%) 감소했다.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사업소득자 소득 증가분(3조 4,532억 원)과 일용근로자의 소득 감소분(2조 9,495억 원)이 거의 같다. 이를 통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업종에서 노동자를 기타 자영업자로 위장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추정된다.

차별적용·임금수준 논의에 앞서 최저임금 적용대상부터 파악해야

사업주들은 위장된 자영업자에게 근로기준법 미적용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위장된 자영업자도 많다. 기껏 사업자로 위장시키고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이유는 노무제공의 실질을 위장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세금신고만 사업자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노동자성이 입증되었을 때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할 수 있고(최저임금법 위반은 임금체불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함으로써 법률분쟁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받는’ 초영세 자영업자가 탄생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노무제공자들이다. 이처럼 초영세 자영업자 730만 명을 위해서는 되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최임위는 통계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현실과 괴리된 채 공허한 담론만 진행해온 것이다. 어느새 6월 27일이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다. 이렇게 주먹구구로 결정된 최저임금을 우리는 수용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말

하은성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공인노무사다. 노동자성 위장, 상시근로자 수 축소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할말 잇 수다'를 기획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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