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어떻게 푸른 행성이 되었을까? 출처: NASA, CC BY
지구가 처음 형성됐을 당시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서 얼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는 곧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이 외계 기원이라는 뜻이다. 고대 지각 암석에 대한 연구는 태양이 형성된 지 1억 년이 채 되지 않아 지구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천문학적 시간 기준으로 보면 이는 거의 ‘즉시’에 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45억 년도 더 된 이 물은 이후 지구의 물 순환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되어 왔다. 최근 내 연구팀은 이 물이 지구에 어떻게 도달했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했다.
수십억 년에 걸친 미스터리
천문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지구에 어떻게 물이 도달했는지를 두고 고심해 왔다. 초기 가설 중 하나는 지구 형성과 함께 발생한 화산 활동 중 마그마에서 방출된 기체, 그중에서도 수증기가 지구 물의 주된 근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구 물의 동위원소 조성 분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혜성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등장하면서 이 가설은 수정되기 시작했다. 태양계 외곽에서 형성된 얼음과 암석의 혼합체인 혜성은 가끔 태양을 향해 궤도를 이탈하며, 이때 태양열로 인해 먼지와 기체로 된 긴 꼬리를 형성한다. 지구에서 이 꼬리는 뚜렷이 관측된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한 소행성들도 지구 물의 기원 후보로 제시됐다.
이러한 혜성과 소행성의 암석은 운석을 통해 연구되어 왔다. 운석은 이 천체들의 작은 조각이 지구에 떨어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운석의 D/H 비율, 즉 중수소(Deuterium)와 일반 수소의 비율을 분석하여 지구 물과 가장 유사한 천체가 ‘탄소질’ 소행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과거 물의 흔적을 지닌다. 이 발견으로 연구 초점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옮겨갔다.
소행성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하며, 카이퍼대는 해왕성 너머에 펼쳐져 있다. 출처: Pline/Wikipedia, CC BY
최근에는 물이 풍부한 이 소행성들이 어떻게 건조한 초기 지구로 운반됐는지를 설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이론이 소행성과 카이퍼대의 미행성(planetesimal)이 중력 교란에 의해 궤도를 이탈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중력 당구(gravitational billiards)’처럼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태양계의 형성사가 매우 격렬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행성 형성 과정에 충돌과 격변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물의 전달이 보다 자연스럽고 덜 극적인 방식으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다 단순한 가설
나는 소행성이 형성 초기에 이미 얼음을 포함한 상태, 즉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에서 형성된다고 가정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 원반은 수소가 풍부하고 먼지가 가득한 원시 원반으로, 행성과 소행성대가 형성되는 곳이다. 이 원반은 태양계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다. 이 보호막이 수백만 년 후 사라지면, 소행성은 가열되면서 내부의 얼음이 녹기보다는 승화하게 된다. 우주에서는 압력이 거의 0에 가까우므로, 이 승화 과정에서 물은 기체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수증기 원반은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대 위에 겹쳐지게 된다. 얼음이 승화되면서 수증기 원반은 형성되고, 동역학적으로 복잡한 과정에 따라 태양 쪽으로 퍼진다. 이 수증기 원반은 내행성들과 만나게 되며, 이들 행성을 일종의 '물 목욕'에 담그는 셈이 된다. 말하자면 이 원반이 화성, 지구, 금성, 수성과 같은 내행성들에 물을 ‘뿌린다’는 것이다. 이 물 전달은 태양이 형성된 후 약 2천만 년에서 3천만 년 사이, 태양의 광도가 급격히 증가한 시기에 집중되었으며, 이 시기에 소행성의 탈기(degassing) 속도도 높아졌다.
일단 물이 행성의 중력에 의해 포획되면 다양한 과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지구에는 전체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보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물이 대기권 상층으로 올라가면 구름이 되어 응결되고, 다시 비가 되어 지표로 돌아온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 순환이다.
지구에 존재했던 과거의 물,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물의 양은 잘 문서화되어 있다. 우리 연구팀이 제안한 모델은 원시 소행성대에서 얼음이 탈기되며 수증기 원반이 형성된다는 가정으로 시작하며, 바다, 강, 호수, 그리고 지각 깊은 곳의 맨틀 내부에 존재하는 물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 해양의 물에 대한 D/H 비율 정밀 측정도 이 모델과 잘 부합한다. 더 나아가, 이 모델은 과거 금성과 화성, 심지어 달에 존재했던 물의 양까지 설명할 수 있다.
태양계 내행성, 특히 지구에 물이 분포하게 된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의 일러스트레이션. 태양이 탄생한 지 500만 년 후, 주 소행성대의 소행성들이 태양 에너지로 인해 수증기를 방출하기 시작한다. 이 수증기는 점차 태양계 내부로 퍼져 나가고, 결국 내행성들을 감싸게 된다. 행성들은 이 수증기의 일부를 포획하며, 1천만 년에서 1억 년 사이에 걸쳐 바다를 형성하게 된다. Sylvain Cnudde/파리 천문대(Observatoire de Paris – PSL)/LESIA, 출처: 저자
이 새로운 이론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그 시작점은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파/서브밀리미터파 전파간섭계)라는 전파망원경에서 비롯되었다. ALMA는 해발 5km 고지대인 칠레 고원에 설치된 60개 이상의 안테나로 구성된 전파망원경이다. 카이퍼대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외계 행성계에서 ALMA를 통한 관측 결과, 이들 벨트 내 미행성들이 일산화탄소(CO)를 승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항성에 더 가까운 소행성대에서는 CO가 너무 휘발성이 강해 존재할 수 없고, 대신 물이 승화되어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
모델의 구축
이러한 발견은 우리 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게다가 최근 하야부사 2(Hayabusa 2)와 오시리스-렉스(OSIRIS-REx) 미션을 통해 초기 수증기 원반 형성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소행성들을 직접 탐사한 결과도 이 모델을 뒷받침했다. 이 미션들과 지상 망원경을 통한 오랜 관측은, 이러한 소행성들이 물과 접촉한 흔적인 수화광물(hydrated minerals)을 다량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화광물은 오직 물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형성된다. 이는 대부분의 소행성들이 현재는 얼음을 잃었지만, 초기에는 얼음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단, 세레스(Ceres)처럼 덩치가 큰 천체는 여전히 얼음을 지니고 있다.
이 모델의 기반이 마련되자, 다음 단계는 수치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얼음의 탈기, 수증기의 확산, 그리고 각 행성에 의한 포획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동안, 이 모델이 지구의 물 공급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추가로 화성 및 다른 내행성들의 과거 물의 양에 대한 연구도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모든 요소가 딱 맞아떨어졌고,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연구자에게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모델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론은 더 넓은 차원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현재는 내행성에 물을 전달한 초기 수증기 원반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젊은 소행성대를 지닌 외계 행성계를 통해 유사한 수증기 원반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이 수증기 원반은 희미하지만 ALMA를 통해 탐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연구팀은 ALMA의 관측 시간을 확보했으며, 이제 특정 항성계에서 이 수증기 원반의 증거를 찾아볼 예정이다.
지구의 물 기원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처] A new theory explains how water first arrived on Earth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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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탱 크랄(Quentin Kral)은 파리 천문대-PSL,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르본 대학교, 파리 시립대학교 소속 천체물리학자다. 외계 행성계를 포함한 외계 시스템 전반과 태양계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