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중심 속에서 존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 깊은 진실을 피하려는 자유주의적 회피가 아니며, 더 높은 위치에서 바라본다면 드러날 것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진실로부터의 도피도 아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사건의 중심 속에서 존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운명이자 성취이다. 이 조건을 외면하거나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회피이다.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한 일부 지성주의가 무엇을 시사하든, 우리는 우리의 "던져짐"(thrownness)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 현대 세계의 규모, 복잡성, 긴장, 모순, 속도를 아우르는 다중 위기의 세계와 실제로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우리 안과 밖에서,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끊임없이 우리 자신 일부가 후퇴하고 도망가게 만드는 거대하고 종종 압도적인 도전이다.
가능한 한 '상황의 한가운데'에 온전히 존재하는 도전이, 최근 내가 쓴 책들, 짧은 글들, 이 뉴스레터와 팟캐스트에서 내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다.
이 도전은 더 간단하게 일련의 간결한 질문들로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실제로 어떤 행성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그리고 가장 시급한 질문, 고전적인 후렴구: "지금 몇 시인가?" 우리는 시계가 얼마나 빨리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역사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 알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관조적인 것이 아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이 질문들은 시급하고 실질적이다. 우리가 현재의 세계와 현실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며, 정보에 입각한 목적의식을 가진 주체로서 행동하려고 한다면, 이 질문들은 첫걸음이다. 반대로,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사각지대와 구조적 위선을 간과하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 가진 이해관계와, 현재의 세계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의지, 권력, 자원을 소환할 의지가 있는지를 깊이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파이낸셜 타임즈(FT) 칼럼에서 서구 정부와 대중이 현대의 글로벌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방식의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개발 문제를 자주 언급했다.
과거 칼럼에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글로벌 공중 보건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언급했다. 다중 위기의 세계에서는 분명한 정책 선택을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백신은 이러한 투자 중 하나로,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을 통해 천연두를 퇴치하고, 소아마비를 억제하며, 홍역을 감소시켰다. 공중 보건에 적당한 지출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질병 발생을 줄였으며, 전 세계 어린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팬데믹 대비는 종종 자금 부족에 시달리거나 긴축된 보건 예산으로 압박받는다. 생명공학은 연구, 첨단 제조, 서비스업이 결합된 미래 경제 성장의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이러한 지출은 산업 정책과 국가 안보 하에 있어야 한다. IMF는 "백신 정책은 경제 정책이다"라고 선언했듯이, 팬데믹 대비는 국가 안보의 영역에 속하며, 인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코로나로 사망한 영국인의 비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으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유럽의 대규모 국가 중 하나의 연간 국방 예산만으로도 포괄적인 글로벌 팬데믹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항공모함 한 척에 투자된 자금으로 전 세계를 에볼라와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2023년, 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사헬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의 이후, 서방은 새로운 다극화 세계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보다 이 질문이 더 시급한 지역은 없다. 니제르 쿠데타는 서방의 전략이 사헬 전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방의 군사 개입, 특히 프랑스 측의 군사 개입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쿠데타의 물결은 사헬 동맹으로 알려진 프로그램에서 경제 개발과 안보를 연계하려는 유럽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추진한 이 다국적 그룹은 지역 전역의 원조 및 개발 프로젝트를 조정했다. 2017년 7월에 출범하여 2023년 현재 1,1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229억 7,000만 유로가 투입되었다. 니제르의 경우 사헬 동맹 프로젝트 약정 금액은 58억 유로가 넘는다. 그리고 이것은 쿠데타 이전 몇 년 동안 니제르가 받았던 재정 지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니제르에 대한 공식 개발 원조 총액은 17억 8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헬의 개발 수요를 고려할 때 인상적인 수치다. 사헬 서부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1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니제르의 인구는 2,500만 명이며, 인간개발지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낮고 출산율은 가장 높다. 오랫동안 이 지역의 서쪽 요새로 칭송받았지만, 인구의 거의 3분의 2가 문맹이다. 니제르는 교육, 관개, 기초 보건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2021년 니제르 주민 1인당 해외 원조는 71달러, 즉 주당 1.37달러에 불과했다. 이 중 7센트는 교육에, 15센트는 보건에, 30센트는 생산 및 인프라에, 26센트는 생존을 위한 기본에 투자되었다.
지난달 나는 중앙아메리카 개발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만연한 운명론에 대해 다루었다.
공화당의 공격은 예상 가능하다. 카멀라 해리스는 바이든의 국경 담당자였고, 멕시코와의 국경 위기는 그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대응도 예상할 수 있다. 부통령은 국경을 담당한 적이 없으며, 해리스의 역할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의 이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실패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임무였으니까. 이 반박에서 놀라운 점은 그 논리가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기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공화당에게 중미의 절망적인 상황은 국경을 더 강력하게 봉쇄해야 할 이유가 되지만, 민주당에게는 그러한 문제의 뿌리 깊은 성격이 변명거리가 된다. 해리스든 그 누구든 이 지역의 빈곤과 불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어깨를 으쓱하며, 미국은 문 앞에 다가온 복합 위기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미국의 이웃 국가 정책에 대한 이전 글의 맥락에서 세계 원조 규모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 원조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부유한 세계가 현대의 글로벌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개발에 대한 이견 없는 추정에 따르면, 포괄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투자 금액은 3조에서 4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과 전 세계 GDP가 105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유토피아적"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와 민간 대출이 일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은 변동성이 크고, 포괄적인 개발에 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원과 위험 완화는 신중하게 관리된 조건 하에 공공 재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자금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같은 다자개발은행에서 제공될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양허성 대출과 보조금 형태의 원조에 의존할 것이다. 중요한 질문은, 현재 얼마나 많은 자금이 제공되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현재의 필요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다양한 원조 프로그램과 재정 지원 채널들에 대한 복잡한 약어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미카엘라 가바스(Mikaela Gavas)와 W. 가이우드 무어(W. Gyude Moore)가 잘 정리한 EU 개발 정책 개요를 살펴보면, 수많은 약어, 프로그램, 이니셔티브, 시설, 의제들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사물의 한가운데로 갑자기 던져진 경험과 같다.
나는 OECD가 수집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원조 노력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이는 부유한 국가의 정부가 원조 활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현재를 살아가는 데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우리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공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유한 국가의 재정 지원은 현재의 시급한 필요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포괄적인 투자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24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개발 수요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 대륙에 지원된 금액은 360억 달러에 불과하다.
물론 자금이 전부는 아니다. 경제 발전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하려면 원조와 저리 대출 지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아프리카에는 자본과 지원이 필요하며, 14억 인구의 대륙 전체에 360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서구가 물질적 지원을 통해 아프리카의 발전 궤도를 바꾸기 위해 실제로 투자했다면 그 수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해 OECD 데이터는 답을 제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OECD 데이터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및 기타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 국가에 대한 원조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및 저리 대출 자금도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2023년에 OECD가 공적개발원조(ODA)로 분류한 우크라이나로의 자금 흐름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유입된 자금 흐름을 넘어섰다.
분명히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인 나라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에티오피아와 수단에서도 서방의 적절한 개입 없이 더 참혹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수단에서는 수백만 명이 기근에 직면해 있다. 유엔의 수단 기근 구호 자금 요청액은 26억 달러로, 2023년 우크라이나의 월간 지원액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금까지 10억 달러만 모금되었다.
이는 서방 기부자들이 직접적이고 긴급하게 개입하는 위기와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위기 사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척도다.
이는 유럽 이웃 국가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위기와 아프리카에서 기부자들이 추상적인 동정심만 느끼는 흑인들의 위기 사이의 차이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위기의 인종적 차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불일치는 세계화에 대한 흔한 담론에도 불구하고 인종적 위계와 지리적 분열이 여전히 우리의 정치적 담론과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반영이다. 또한, 이 경계를 유지할 것인지, 만약 유지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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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