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부두에 다다른 참가자들은 철조망과 철조망 뒤로 대기를 하고 있는 경찰 병력과 마주쳤다. 강동균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서귀포시에서 이 철조망은 불법 구조물이니 철거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해군은 철거조차 하지 않고 있고, 경찰이 불법 구조물을 경비서주고 있는 꼴”이라며 성토했다.
신부와 목사들이 배척을 들고 펜스를 내리쳤다. 펜스에는 안으로 향하는 문이라는 의미인 듯 커다란 문이 그려진 걸개가 붙어 있었다. 그 위로 배척이 떨어졌다. 한번, 두 번, 세 번... 이윽고, 문이 열렸다. 건너편에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문지기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성직자들을 밀쳐냈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게 들어가려는 이와 막으려는 이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한 문지기들은 후퇴했고, 20여명의 성직자들은 문안으로 들어섰다.
제주 강정마을은 매일매일이 전쟁터다. 구럼비 폭파가 감행된 3일째인 9일, 해군은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키기 위해 화약을 배로 날랐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의 이를 막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은 이날도 계속되고 있다.
강정의 대치는 크게 보아 두 줄기 사상/세력의 대치다. 구시대적 정치 소통 방식을 고집하고, 국가주의의 강력한 실천자이며, 한미군사동맹을 국익 확보의 절대철칙으로 신봉하며, 생태평화 운운을 국익 신장, 경제 발전의 장애물일 뿐인 낭만적 태도로 일축하는 ‘국가주의자’들이 하나의 진영 아래 모여 있다.
주플린(19, 가명)씨는 7일 오전, 친구인 벤자민과 함께 카약을 탔다. 강정마을신문 카메라 기자이기도 한 그는 그보다 앞서 구럼비 바위에 들어간 동료들에게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를 10m 앞에 두고 해경이 그가 타고 있는 카약을 들이받았다. “어?” 하는 순간 바다에 빠져 버린 그는 “순간 진짜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8일, 오후 12시26분 다시 발파가 시작됐다. 해군기지 건설 사업단은 7일, 발파를 실시했던 장소에 다시 4차례 발파를 실행했다. 발파 시각은 12시26분, 12시40분, 1시2분, 1시16분, 발파 이후 잔해물과 연기가 나지 않도록 커다란 덮개로 가리는 작업이 약 15분 정도 진행되고 화약이 터졌다.
오랜 시간 강정마을을 지켜온 노신부가 아스팔트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다. 문정현 신부는 “어제는 한 숨도 못자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건강을 묻는 질문에 “죽겠다”고 대답했다. 문 신부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품 안에서 담배갑을 꺼내 꽁초를 담고 다시 호주머니에 넣었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노신부의 고된 하루가 지고 있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7일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문정현 신부는 “살아있는 한 구럼비를 파괴하고 콘크리트를 붓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그 시점이 왔다. 그 심정은 지금 현재 옥중단식 29일째 하고 있는 양윤모 선생의 행동과 일치한다. 이 혹독한 경찰, 해군, 국무총리, 이명박 우리를 모두 죽이고 구럼비를 폭파하라. 우리 모두를 죽이고 우리와 함께 구럼비에 콘크리트를 부어라”
해군과 해군기지 시공사는 7일 새벽 5시30분께 화순항에서 폭약 800kg을 바지선에 싣고 구럼비 앞 바다로 이동, 소형배로 구럼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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