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특집] “인권은 투쟁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월간 사람] [특집] “인권은 투쟁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2008년 12월 14일 가족과 함께 국순옥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진보적 법학운동단체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고문이신 선생님은 인하대에서 헌법학을 강의하시다 은퇴하신 ‘민주법학’의 스승이시다.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치열하게 벼려낸 논리를 꼼꼼히 다듬은 문장으로 빚어낸 것이어서 내겐 늘 매력적이다. 지난 번 찾아 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5년은 넘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꼿꼿한 인상이셨는데, 조금은 여위신 듯 일흔을 넘기신 얼굴에 주름이 좀 느셨다. 사모님도 함께 하셔서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지난 얘기를 나누었는데, 세 살과 한 살인 손녀와 손자 보는 재미가 쏠쏠하신 걸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서재로 옮겨 한 시간 정도 본격적인 인터뷰를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진보법학계 어른으로서의 말씀을 부탁드렸으며, ‘MB 법치’나 헌법 개정 문제 등을 듣고 싶다는 말씀을 살짝 양념으로 섞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서 진부한 듯 하고, “꼭 한번 발언을 하고 싶은 것은 인권운동의 문제점”이라고 말씀을 꺼내셨다. “잘못하면은 인권운동 열심히 하시는데 초 치는 게 될까” 염려는 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말씀하시겠다고 결연하게 운을 떼신다. 먼저 이제까지의 인권운동이 일반 대중에게 인권 담론을

[월간 사람] [특집] “우리는 불행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월간 사람] [특집] “우리는 불행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편집부는 2008년 12월 3일 마들연구소의 초청강연회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얼마 전 ‘난쏘공 30주년 기념 낭독회’ 이후 며칠을 앓았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람>과의 인터뷰도 정중히 사양했다. 선생에게 양해를 구해 그날 강연 전문을 싣는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앉아서 말씀드려요. 최근에 후배들이 한 작품이 30년 동안 읽혔다고 책을 하나 만들겠다고 사진을 달래요. 제가 사진 찍는 사람인데도, 별로 없어요. 찾는데 내가 모르는 애가 툭 튀어 나와 웃고 있어요. 안경을 끼고 보니 30년 전 저에요. 인간이 태어나서 살다 죽는 걸 문학에서 소멸이라고 합니다. 저는 소멸해가는 과정에 있어요. 병이 하나 하나 쳐들어와요. 기억력 나빠지고, 건강 나빠지고. 조금 전 본 영상에서 집회장이 나오죠. 2005년 11월 15일입니다. 제가 아프기 시작한 날입니다. 물대포, 이게 참 아픕니다. 굉장히 세요. 국회 앞 지하철 공사장 제9공구 근처에서예요.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방패가 날아 와 가슴을 맞고, 가슴에 금이 갔어요. 1001중대와 1003중대는 한국에서 제일 막강한 진압부대죠. 조선시대 관군과 같아요. 조선시대 관군은 전쟁에 나가면 백전백패했지만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밀고 가자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밀고 가자

이 잡지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새해는 밝았을 겁니다. 새해에는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2008년 쥐띠 해를 넘기고 소띠 해를 맞은 2009년 새해 벽두에는 덕담을 나누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2008년의 12월 마지막 주, 이미 경제는 얼어붙었고, 경제위기는 실물로 옮겨 앉아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부터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진행되었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상황도 불안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미 일해도 더 가난해지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진 지 10여 년인 상황에서 민중들이 처지는 더욱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디 발 딛어 한발 물러날 곳조차 없는 사람들을 더 떠밀어내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이명박의 지시를 받아 언제라도 악법들을 무더기로 날치기 통과시킬 태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야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는 있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이들을 끌어내고 가결의 방망이를 두드리기는 너무도 쉬워 보입니다. 작전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결행의 시간을 조율하면서 마지막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투쟁을 위해 농성 채비를 하고

[월간 사람] [특집] 나는 여전히 소중한 인류의 약속이라네

[월간 사람] [특집] 나는 여전히 소중한 인류의 약속이라네

사람도 아니면서 이렇게 표현하는 게 우습지만, 올해가 우리 태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라지. 한국 사람들은 예순 번째 돌아오는 생일을 환갑이라던데, 한국 나이로 하면 이제 환갑이네. 자네로서는 만감이 교차하겠는 걸. 자네가 태어나기 전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네를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걸 알고 있거든. 제헌국회의원 198명 중 48명이 ‘국가보안법 폐기에 관한 동의안’을 내놓았었다며? 하긴 내가 보기엔 하나같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던데. “사상에는 사상을 가지고 극복해야만 되지 완력으로는 이것을 막아낼 도리가 없다”(박해정 의원), “우리 민족이 남북통일만으로 산다는 이러한 지도이념이 섰다고 할 때에 … 천추만대에 원한을 남길 그러한 일이 생기리라”(박윤원 의원), “민주주의 헌법은 인민의 권리를 보장한 것입니다. 다수 일어나는 반란사태에 대해서 우리가 만들었던 헌법정신은 몰각하고 인민을 극도로 속박하는 법률을 우리 자체가 또 만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신성균 의원), “막연히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가지고 3천만 민중이 무고한 백성들이 걸리는 이 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자손만대에 죄를 우리 자신이 짓고 말 것입니다.”(조국현 의원), “내란에 관한 범죄 사항에 관한 것… 선동이나 모략은 … 국가보안법이 아니라도 일반 형법에 의하여

[월간 사람] [특집] 나의 정체를 알려 주마

[월간 사람] [특집] 나의 정체를 알려 주마

자네1), 오랜만이네. 내가 하대를 해서 좀 기분이 나쁜가. 60년 전 같은 해 같은 달2)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내가 자네보다 9일이나 세상에 빨리 태어났으니 내가 형뻘이네. 그러니 하대 좀 한다고 해서 기분이 언짢을 것까지는 없잖나. 자네 요즘 잘 나가대. 여기저기서 자네를 불러대더군. 국가인권위원회는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며 홍보하고, 인권단체들도 자네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새롭게 인권선언운동을 한다고 하고 말이지.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자네를 칭송하고 있는 것 같아. 물론 늙었다는 핀잔을 듣기는 하지만 자네를 싫어하는 이들도 대놓고 욕하지는 못하대. 그럴 때는 참 부럽기도 해. 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려. 나를 열렬히 좋아하거나 극렬하게 반대하거나 극단으로 나뉜단 말이야. 특히 반대하는 놈들은 아예 내 목숨을 끊으려고도 하지. 아주 여러 번 위기가 있었어. 자네는 태어나서부터 여기저기 인용되고, 각종 인권조약들로 분신들이 생겨나고는 했지. 인권과는 담 쌓은 것들도 자네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자네는 참 대단해. 독재자들도 자네를 기념하잖아. 박정희라는 독재자도 인권이란 말을 입에 오르내렸으니 가관이 아니지. 하지만 애초부터 자네와 난 운명이 달랐어. 누구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월간 사람] [특집] 세계인권선언의 제정과 현재적 의미

[월간 사람] [특집] 세계인권선언의 제정과 현재적 의미

세계인권선언(이하 <선언>)이 선포된 지 60년이 흘렀다.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염원하던 언약은 예상치 못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인권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선언> 이후 각종 국제인권규범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인권은 국내외에서 강력한 세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는 증대되는 빈곤과 불평등, 인간존엄성을 억압하는 전쟁과 시장의 침략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격랑 속에서 <선언>은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선언>은 이제 그 역할을 다한 것인가? <선언>은 본래부터 흠결 없는, 완전하고 완결된 것이 아니었다. 인권이 정치적 과정을 통해 새로이 만들어지고 해석되는 것이듯, <선언> 역시 그 시대의 정치, 사회적 투쟁과 논쟁의 ‘합의’이며, ‘산물’에 불과했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의 폐기가 아니라 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권리를 목록화하며, 그 이행방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구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선언>의 제정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부족하나마 그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선언> 이전의 국제적 차원에서의 인권 논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논의는 19세기 노예제 문제에서 시작됐다. 존엄한 삶을 위한 용기 있는 노예들의 저항이 계속되면서 프랑스와 영국을 필두로

[월간 사람] [특집] 소수자와 세계인권선언

[월간 사람] [특집] 소수자와 세계인권선언

오는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60년째를 맞는 날이다. 오래된 역사만큼 선언은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헌법마저 하루하루 일상에서는 남 얘기처럼 들리는 마당에 하물며 ‘세계’인권선언이야. 구멍도 많다. 가장 큰 한계는 선언이 발표된 지 60년이 흘렀다는 점이다. 새롭게 드러나는 문제를 담지 못하는 가운데 선언은 더욱 우리의 현실과 멀어진다. 특히 보편성을 강조한 선언을 소수자의 시각으로 보면 그 구멍은 수십, 수백 군데로 늘어난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을 ‘비현실적인 옛날 문서’로 보기에는 여전히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부정하기 힘들다. 세계 모든 이의 보편적 권리를 천명한 권위 있는 문서라는 점에서 구멍이 났다고 버릴 게 아니라 의미와 한계를 곱씹고 메워야 할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 청소년, 이주노동자, 노숙인,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한국 사회에서 흔히 ‘소수자’로 불리는 이들은 세계인권선언을 어떻게 읽고 있을까?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선언을 긴밀하게 재구성해서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할 수는 없을까? 지난 10월 13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그 여섯 소수자를 대신한 활동가들이 세계인권선언을 뜯어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나기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나기

언제고 집권자들의 레퍼토리는 비슷합니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다시 국민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집권세력들은 난리들입니다. 치솟는 환율은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주식은 껌 값이 되어 버렸습니다. 파산에 직면한 은행과 건설업체에 무한정 돈을 풉니다. 급등하는 물가와 곧 닥칠 노동현장의 감원과 구조조정 바람이 걱정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은행을 국유화하는 조처들을 서슴없이 취하고 있습니다. 금융을 규제하지 않고는 시장의 불안을 씻을 길이 없다는 진단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자유주의 금융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심지어는 한미FTA협상안을 빨리 비준하자고도 하니 이 사람들이 무식해서 용감한 것일까요? 참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차원의 불황은 세계적인 차원의 공황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현실화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정부는 늘 국민의 단합을 강조합니다. 자신들의 잘못은 눈곱만치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리고 자신들의 부와 기득권은 절대 양보하지 않으면서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한대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 곳곳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농민들, 철거민을 비롯한 빈민들의 분노와

[월간 사람] [人터뷰] 맛있는 공동체라디오

[월간 사람] [人터뷰] 맛있는 공동체라디오

지난 8월 8일, 마포FM 송덕호 방송본부장을 만나러 가는 날 KBS 이사회는 전격적으로 정현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고 우리가 만났을 즈음 공중파 방송3사는 일제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마포FM을 비롯한 전국 8개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방송국들의 모임인 한국커뮤니티라디오방송협의회 사무국장이자 2003년부터 퍼블릭엑세스(대중이 주체로 참여하는 미디어)운동을 벌여온 미디어연대 사무처장이기도 한 송덕호 본부장에게 “대체 미디어란 뭔가?”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월간 사람] [특집] 우리시대 비폭력 운동은 무엇인가

[월간 사람] [특집] 우리시대 비폭력 운동은 무엇인가

미니에게 미니 씨, 안녕하세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일 하고 있는 미니 씨의 활동에 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니 씨도 아시듯, 지난 5월부터 거리를 밝힌 촛불을 두고 많은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었습니다. 그런 논의 중 하나가 저항의 방식으로서의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마 이처럼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항의 방식으로서의 폭력/비폭력에 대한 논쟁을 벌인 것은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이전까지의 폭력에 대한 논쟁이라면 소수의 운동 지도부들이 정세 등을 고려해서 은밀하게 내린 ‘지침’과 보수언론들의 ‘폭력집회’ 여론몰이 정도가 전부였기에 이러한 대중적인 토론은 사실 평화운동을 하는 우리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많은 이들이 비폭력을 외치는 모습, 온라인 공간에서 폭력적 수단을 사용할 경우의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모습은 저에게 큰 충격과 감동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금의 비폭력 논쟁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해 주십니다. 조중동의 판옵티콘에 갇힌 비폭력의 외침이라는 분석에 저도 많은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이래서 달라지겠냐?’며 분풀이로 행해지는 폭력으로 거리의 입장이 극단화되었던 것도

기사 674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