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열린칼럼] 비주류의 길

[월간 사람] [열린칼럼] 비주류의 길

얼마 전 있었던 동호정보공고 폐교사태. 많은 이들이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의 님비현상과 교육당국자들의 무책임,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지방자치단체와 건설 회사에 분노했지만 무엇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온 것은 이제 공고마저도 화장장이나 쓰레기소각장처럼 혐오시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호정보공고의 폐교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질 무렵 한 인터넷 신문에 인턴기자의 글이 실렸다. 동호정보공고 취재를 맡은 그 인턴기자는 학생들을 인터뷰하러 간 자리가 몹시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자기가 강남의 경기여고를 나와 이화여대에 다닌다는 것 때문에 학생들이 혹시 편견을 갖고 멀리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도중 학생이 물었단다. “누나는 어느 대학에 다녀요.” 기자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화여대.” 그러나 그 학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학생은 이대가 어디 붙어 있는 학교인지,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 대학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20년 동안 함께 한 공부방 아이들 역시 이화여대가 서울에 있는지, 부산에 있는지 관심이 없다. 하다못해 SKY가 어떤 대학을 말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 공부방 아이들의 반쯤은 모의고사 때마다 문제지는 보지도 않고 답안지에다 마킹만 하고 잠을 자버린다. 120여 분짜리 사회과학탐구 시험을 단 5분

[월간 사람] [단체탐방] 카렌 난민과 함께 살아가기

[월간 사람] [단체탐방] 카렌 난민과 함께 살아가기

“버마에 일주일 정도 갔다 와서 나는 무엇을 먹을 때도 그쪽 아이들이 생각난다. 내가 반찬 투정을 할 때 그쪽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슬프다. … 나를 많이 발전 시켜주고 나를 많이 생각하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고, 한 번 더 가고 싶다. 많은 것을 경험했고 나보다 살기 불편한 곳에 사는 사람들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울보다 경치 좋은 곳에서 생활한 일주일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었다.” – 성미산학교 9학년 박민수의 ‘성미산 친구들의 미얀마 여행기’ 중 선물’은 올 1월 성미산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버마의 소수민족인 카렌 족들의 난민촌을 방문한 이후 만든 국제교류단체이다. 성미산학교와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하자면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육아문제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마포구의 성미산자락에 ‘우리어린이집’을 세우자 공동육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공동육아운동은 꾸준히 확산되었고,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들은 교육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기존 공교육에 회의와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성미산학교를 만들었다. 성미산학교는 마을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학습과 체험을 중시한다. 이번 버마 난민촌 방문도 공동체의식의 확장에서 비롯했다. 선물은 공동체적인 재화의 순환 중등학교 프로젝트 수업

[월간 사람] [인다방]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가 되라

[월간 사람] [인다방]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가 되라

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시외에 갔다가 대부분의 논에서 벼베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벼는 참 기특한 작물이라 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볏짚도 나오고 왕겨도 나온다. 볏짚과 왕겨가 있으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생태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 베란다 같은 공간을 활용해 퇴비화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름은 옥상에 만들어놓은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는데 쓴다. 나도 겨울 동안 퇴비를 만들어볼까 하는데, 일이 많아지고 정신없이 살게 되면 항상 나를 붙잡는 질문이 있다.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가 되라’는 말처럼 나는 얼마나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집회에 가고, 글을 쓰고, 행사준비를 하고, 노래를 만들고, 단체활동을 하루에 열 시간씩 하고나면 바빠서 제대로 밥을 지어 먹을 시간도 없어진다. 모든 존재들이 차별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급하게 살다보면 자동차를 탄다거나 식당에서 밥을 대충 사먹는다거나 대형할인매장에 가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꿈과는 달리 어느새 도시적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뿌린 씨앗이 싹이 트고 쑥쑥 자라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은데, 현실의 나는 소비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월간 사람] [특집]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월간 사람] [특집]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국가는 이주를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 틀 안에서 합법적 단속, 인권친화적인 추방을 외치는 일은 뭔가 석연치 않다. 별로 문화적이지도 결코 다양하지도 않은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도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며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할 우리 안의 ‘우리’.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 노동자로, 여성으로, 아이들로, 그리고 이웃으로 살아가는 국경을 넘어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월간 사람] [특집] 고용허가제 3년, 그 빛 좋은 개살구

[월간 사람] [특집] 고용허가제 3년, 그 빛 좋은 개살구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3년을 넘어섰다. 고용허가제 아래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지는 합법적인 체류와 취업기간이 3년인 것을 생각할 때, 외국인력 제도로써의 고용허가제 운영이 한차례의 순환을 마치고 다음 순환으로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는 그간의 제도운영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시기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8월 14일 고용허가제 시행 3년을 앞두고 정부 주관으로 그간의 제도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가 우리나라 외국 인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으며 지난 3년의 평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현대판노예제’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사진 | 참세상 세 번의 기회와 우롱당하는 인권 “스리랑카인 V씨는 2005년 8월 9일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였다. 어렵사리 오게 된 한국! 그는 고생스럽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일을 해서 하루빨리 돈을 벌어 고국에 있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미래를 그리며 한국에서의 첫 직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꿈은 첫 직장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을 했지만 사업주는 일한 대가를 주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월간 사람] [특집] 이주여성에게 평등한 사회적 권리를

[월간 사람] [특집] 이주여성에게 평등한 사회적 권리를

아시아의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과정이 매매혼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결혼한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처지에 대한 인식 공감과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혼방식과 그 과정은 당사자 여성들에게 낯설고, 연애나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중매와는 다른 길이었지만, 그들의 선택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온전히 안고 시작되는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사진결혼을 통해 하와이로 시집가는 조선의 가난했던 딸들을 배에 태우면서 흘리던 이별의 눈물은 지금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의 공항에서 손을 흔드는 가족들과 친척들로 얼굴만 바뀐 채 이어지고 있다. 부모교육-‘어머니의 노래와 삶’으로 노래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공유하여 정서적인 지지와 연대감을 갖고자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 | 코시안의 집 갇힌 새와 같은 여성들의 희망사항, 그러나 어느새 한국 생활 5년차가 된 수연. 그녀는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주부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면서 현실은 결혼 전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본 한국드라마는 젊은 그녀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이상의 세계였다. “드라마를 보면 한국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보였어요. 집도 모두 잘 살고, 남편 시어머니 다 잘해주고, 다 좋아

[월간 사람] [특집] 은지와 바타 이야기

[월간 사람] [특집] 은지와 바타 이야기

1997년 태어난 은지는 10살이 될 때까지 필리핀에서 할머니와 살았다. 술을 자주 마시고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은지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해 은지를 필리핀에서 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5년째 혼자 살면서 10년이나 떨어져 살던 은지가 11살이 되고 동생이 7살이 되었을 때에야 한국에 데려왔다.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은지는 한국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엄마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처럼 공장에서 오랜 시간 일한다. 어눌한 한국말로는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엄마에게 아무도 한국말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직업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엄마가 은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 오랜 시간 일을 하는 동안 은지는 동생을 돌봐야하고 집안일도 해야 한다. 언젠가 은지는 알림장에 쓰인 ‘등교’라는 말을 몰라 혼자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엄마도 그 말을 몰랐고 다음날 등교해야 하는지 몰랐다. 학교준비물과 숙제를 엄마도 도와줄 수 없다. 얼마 전 방과 후에 다니고 있는 이주민지원센터에서는 보건소의 도움으로 치과검진이 있었다. 은지는 그 작은 입속에 얼마나 많은 충치를 키웠는지 지원센터에서는 치료할

[월간 사람] [특집] 한국적 다문화 운동의 실험

[월간 사람] [특집] 한국적 다문화 운동의 실험

안산은 불과 20여 년 만에 ‘농어촌 문화’가 변하여 ‘공단 도시문화’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곳으로, 수도권 공장의 교외 이전에 따라 갯벌지역에 흙을 매립하여 주택지와 공장 부지를 형성하고 반월 공단과 도시 주거지역이 형성된 도시입니다. 특히, 1990년 이후에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모인 반월 공단 공장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맞이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거주하며 살아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특히, 안산시 원곡본동은 3만여 명 주민의 70%정도가 외국인이며, 약 18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430여 개의 외국인 상점들이 입주해 있으며, 20여 개의 지원 단체와 민족 공동체, 종교기관이 이들에 대한 상시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초기 도시 조성 당시, 수도권 인근의 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공단을 찾아 안산에 이주해 왔듯이, 외국인 노동자들도 국경을 넘어 같은 문제로 안산을 찾아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국경 없는 마을’은 바로 이처럼 1990년 중반, 반월.시화공단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다양한 국적 출신의 이주민 집단 거주지를 지칭하기 위해 안산이주민센터(당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발의한 명칭이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월간 사람] [특집]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다”

[월간 사람] [특집]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다”

샤말 타파. 2003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맞서 380일간 명동성당에서 진행되었던 농성투쟁의 공동대표였던 그는 연행 두 달 만인 2004년 4월 1일 새벽 2시,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인천공항으로 긴급 호송되어 오전 9시 홍콩 행 비행기에 태워졌다.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강제추방이었다. 아노아르 후세인. 샤말 타파 씨의 뒤를 이어 농성단을 이끌었던 그는 2005년 4월 한국 최초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한 지 불과 3주 만에 지하철역에서 연행되어 1년 넘게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퇴거를 거부하고 투쟁을 전개해오다 결국 지난 7월 26일 오전 9시 비행기로 한국을 떠났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는 것은 그보다 몇 곱절 더한 어려움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아노아르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조합(이주노조)의 위원장을 맡은 까지만(43. 네팔) 씨를 10월 9일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위원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이주조조 설립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한국에서는 누구도 이주노동자들이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설립신고 당시 노동청은 “불법 체류 외국인은 노조가입 자격이

[월간 사람] [국제인권] 무기거래조약 설립으로 가는 길

[월간 사람] [국제인권] 무기거래조약 설립으로 가는 길

오늘날 지구상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을 뽑으라면 분쟁으로 인한 인권침해, 지속적이지 않은 발전, 그리고 환경문제일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192개 나라 정부들의 집합체인 유엔에서 다루는 핵심 이슈들을 보면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국제앰네스티 지난 9월18일부터 시작된, 제62차 유엔총회는 총 6개의 위원회로 나누어져 각 위원회는 서로 다른 주제들에 대해 논의를 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주제로 하는 제3위원회에 참석하지만 이슈에 따라 다른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한다.1) 특히 최근 들어 점점 증가하는 무기로 인한 인권침해가 확산됨에 따라 군축 비확산 및 국제안보에 대한 제1위원회에 대한 NGO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 제1위원회에서는 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고 무기로 인한 환경과 발전, 분쟁의 문제를 전지구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대량살상무기에서부터 재래식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 대해 그것의 확산과 잘못된 사용이 지구를 어지럽게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과 우선순위는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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