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편리함은 무관심이다

[월간 사람] 편리함은 무관심이다

한국에서 진보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을 살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 같다. 90년대 초반에 일부 운동진영에서 청바지를 입지 말자거나 커피와 콜라를 마시지 말자고 주장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소부르주아들이나 하는 비본질적인 것으로 가치폄하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은 사회를 바꾸는 운동은 생산의 영역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으로 믿었기에 이를테면 소비의 문제는 이들에게 부차적인 것이었으리라. 이런 협소한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자 운동은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급자족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는 동시에 소비자일 수밖에 없는 대기업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무엇을 타고 움직일 것인가,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살 것인가 하는 것들은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이윤의 체제를 재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사람들이 한미FTA를 지지하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닌가. 이 사회에서 편리함이란 불편함을 없애줄 새로운 상품의 등장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원래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을 불편한

[월간 사람] 현대판 신분제, 호구제도에 우는 이주민들

[월간 사람] 현대판 신분제, 호구제도에 우는 이주민들

“매우 속상할 따름이에요. 저희는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왔어요. 그리고 베이징이 발전하는데 공헌했고요. 하지만 베이징은 저희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아요. 일반 학교는 이주자의 자녀를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공부 할 수 있길 바라며 우리가 직접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도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 진쾅 두 민카오, 콴 젠상 신쥬 사진제공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2006년 9월 중국 베이징의 이주민 학교가 폐쇄되어 이 학교에 다니던 이주민 어린이 1천 명이 학교를 잃었다. 위 두 사람은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던 중국 내 이주노동자들이다. 중국에 사는 사람은 중국인이지만, 중국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도시 사람 그리고 시골 사람. 뜬금없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엉뚱한 구분이 호구(戶口)제도라는 이름 아래 중국인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시골사람들이 도시에 몰려오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로 1958년 ‘호구(戶口)등기 조례’가 제정된 이후, 시골에서 ‘상경’한 꿈 많던 이주자들은 가혹한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도시 사람, 시골 사람 호구제도에 따라 자신이 등록되어 있는 지역을 떠나 타 지역에서 거주하려 할 때 그

[월간 사람] 학교에서 날벼락 맞고 벼랑 끝으로 몰리는 노동자들

[월간 사람] 학교에서 날벼락 맞고 벼랑 끝으로 몰리는 노동자들

학교가 시끄럽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아야 할 학교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해지, 초단기 계약, 임감삭감 사태 등이 봇물 터지듯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딱아주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진 후 학교에서의 살벌한 풍경을 들여다봤다.

[월간 사람] 결코 교육적일 수 없는 학교에서의 비정규 노동

[월간 사람] 결코 교육적일 수 없는 학교에서의 비정규 노동

학교에서 비정규직의 영역은 대단히 넓다. 행정실에서 행정실장과 계장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종이 비정규직이다. 직종별로 보자면 구 육성회 직원, 전산 및 사무 보조, 교무보조, 과학보조, 영양사, 조리사와 조리원, 도서관 사서. 여기에 체육순회 코치, 병설유치원 종일반 교사, 사립학교 비정규직 등까지 포함하면 그 수만도 10만 명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90년대 후반부터 학교 급식이 증가되고 교원 업무 경감으로 인한 신규 업무를 비정규직 채용으로 대체하면서 전국적으로 대거 양산되기 시작했으며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 교사를 제외한 학교 전체 노동자의 2/3 이상이 비정규직에 달한다. 학교 비정규직의 현황과 문제점 교육부는 지난 2004년 6월부터 해마다 학교 비정규직 관리 지침을 각 학교에 시달하고 있다. 이 지침의 문제점으로는 △직종별 근무일수 차등 적용 △정규직과 수당 차별 적용 △1년제 근로계약서 확정 △연봉제를 가장한 총액임금제 도입 △교육업무보조원으로 업무통합 △2006년부터 시행예정인 주40시간 관련 임금 하락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모든 직종이 상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직종임에도 1년 단위 계약을 수차례

[월간 사람] 비정규직에게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다

[월간 사람] 비정규직에게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 3월 초 울산과학대에서 점거농성을 하던 이 학교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이 학교 교직원에 의해 성폭력과 폭행을 당하며 농성장에서 내몰리는 일이 일어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울산과학대 총학생회와 노조, 교수협의회가 농성을 해산하라며 집회를 하고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울산과학대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소개한다. 울산과학대는 학내 청소, 경비, 식당 업무를 도급업체에 맡겨서 운영하고 있다. 울산과학대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주)한영의 경우는 지난 2년 동안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 공사현장에서 짐 나르는 일을 시키고 자신의 청소 업무 외에 온갖 잡일에 동원하였다. 울산과학대에서 경비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주)영시큐리티의 경우도 2007년 1월부터 감시단속적 근무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감액적용을 실시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관계법을 통하여 보장하고 있는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를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장받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용역업체에 항의하거나 법에 호소하여도 개선하기 힘들다. 용역업체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도급비 자체가 워낙 낮아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이 이들이 스스럼없이 노조에 가입하는 이유가 되었다. (주)한영 소속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2006년 10월부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휴일근무나 연장근무를 거부하기로 하였다. (주)한영은

[월간 사람] 꿈꾸기를 멈춰야 할 까닭이 없다

[월간 사람] 꿈꾸기를 멈춰야 할 까닭이 없다

별음자리표란 이름의 가수가 “차라리 봄이 오지 말았으면 말았으면 말았으면”하고 노래했던 그 봄이 속절없이 왔다가고 또 봄이다. 그 사이 대추리 담벼락에 시가 쓰이고 노래가 지어지고 그림이 그려졌다가 이내 모두 허물어졌다. 어느 누가 노래하나 시 한 편이 중무장한 전경과 용역을, 포클레인 굉음과 낮게 뜬 헬기가 일으키는 흙먼지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을 것인가. 그럼에도 문화예술인들이 이웃집 들리듯 찾아와 애써 짓고 그린 작품들을 이제 종이 위에 옮겨 책으로 묶어낸 이가 있다. 대추리로 모인 마음을 엮어 책을 만든 이 대추리에서 마지막 촛불문화제가 있은 지 며칠 안 되었을 무렵, 다산인권센터에서 라디오 방송에 쓴다며 대추리 도두리 헌정 시산문집인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도서출판 사람생각)를 엮고 출간하는데 실무를 도맡았던 송경동 시인의 인터뷰를 부탁해왔다. “작품들 하나하나를 다시 모아 읽으면서 이렇게 대추리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게 가슴이 아프고, 그 마음을 다시 읽어낸다는 게 참 어려웠죠. 다른 것 보다 수십 년을 살아왔던, 맨 손으로 그 갯벌을 개간을 했던, 그리고 그 큰 공권력과 미국이란 세력에 맞서 3년여 동안 보기 힘든 싸움을 했던 그 할아버지

[월간 사람] 꿈꾸기를 멈춰야 할 까닭이 없다

[월간 사람] 꿈꾸기를 멈춰야 할 까닭이 없다

별음자리표란 이름의 가수가 “차라리 봄이 오지 말았으면 말았으면 말았으면”하고 노래했던 그 봄이 속절없이 왔다가고 또 봄이다. 그 사이 대추리 담벼락에 시가 쓰이고 노래가 지어지고 그림이 그려졌다가 이내 모두 허물어졌다. 어느 누가 노래하나 시 한 편이 중무장한 전경과 용역을, 포클레인 굉음과 낮게 뜬 헬기가 일으키는 흙먼지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을 것인가. 그럼에도 문화예술인들이 이웃집 들리듯 찾아와 애써 짓고 그린 작품들을 이제 종이 위에 옮겨 책으로 묶어낸 이가 있다. 대추리로 모인 마음을 엮어 책을 만든 이 대추리에서 마지막 촛불문화제가 있은 지 며칠 안 되었을 무렵, 다산인권센터에서 라디오 방송에 쓴다며 대추리 도두리 헌정 시산문집인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도서출판 사람생각)를 엮고 출간하는데 실무를 도맡았던 송경동 시인의 인터뷰를 부탁해왔다. “작품들 하나하나를 다시 모아 읽으면서 이렇게 대추리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게 가슴이 아프고, 그 마음을 다시 읽어낸다는 게 참 어려웠죠. 다른 것 보다 수십 년을 살아왔던, 맨 손으로 그 갯벌을 개간을 했던, 그리고 그 큰 공권력과 미국이란 세력에 맞서 3년여 동안 보기 힘든 싸움을 했던 그 할아버지

[월간 사람] 치마+치마

[월간 사람] 치마+치마

어느 여자대학 도서관에 설치된 픽토그램. 여성들이 쓰는 공간이니 당연하게,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지만 ‘쿵’하고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운전하는 남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자’는 성역할 구분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바지’나 ‘바지+치마’가 아닌, ‘치마+치마’가 ‘사람’을 표현할 때 쓰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치마’는 여자화장실을 제외하고 혼자 쓰인 적이 있었던가! ‘치마+치마’도 여성이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사람’을 재현하는데 무리가 ‘없다’를 넘어서, 치마와 바지가 여자와 남자를 상징하는 문제를 넘어서, 사람을 재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 ‘사람’은 남자 아니면 여자로 재현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가? 그래서 ‘치마+치마’는 여자 대학에서나 가능한 것인가? 그런데 ‘치마’는 여성을 재현할 수 있는가? ‘모두’를 재현하는 것은 가능한가? 글 사진 | 타리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월간 사람] 신종 독재정권의 오만과 독선

[월간 사람] 신종 독재정권의 오만과 독선

지난 4월은 정말 잔인한 한 달이었습니다. 한미FTA가 시한을 연장한 끝에 타결되었고, 이 협상을 저지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투쟁에 나섰습니다. 허세욱 택시 노동자는 “한미FTA 폐기하라!”고 외치면서 분신을 결행하였고, 보름 동안 투병 끝에 저승길로 갔습니다. 사람이 목숨을 끊어가면서까지 반대해야 했던 그 진실을 희롱하는 정치인들이 있고, 이런 반대투쟁이 한미FTA 협상력을 높였다면서 조롱하는 이가 대통령으로 앉아 있습니다. 한미FTA가 타결되어 미국에서는 민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전문자문위원회에서 이 협상 내용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협정문을 3급 비밀로 취급하여 국회의원들조차도 그 내용을 모니터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외교부에서는 직원들을 국회에 배치하여 국회의원들이 모니터를 보고 메모하는 일도 막겠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 어느 독재자가 자신들을 독재자로 불렀습니까? 노무현은 아마도 자신이 가장 민주적인 정부의 민주적 지도자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의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르는데, 한미FTA 대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장관들은 하나 같이 대통령의 질책에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벌써부터 퇴임 이후의 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람은 어쩌면

[월간 사람] 의료보장의 대개혁을 요구하자

[월간 사람] 의료보장의 대개혁을 요구하자

현실에서 건강은 오로지 한 개인과 그 가족의 몫이며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상의료’라는 말이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선언적인 구호로 권리 당사자에게 가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건강권의 실재인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FTA’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최소한의 의료 공공성마저 허물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월간 <사람>은 다시금 ‘무상의료’의 꿈을 꾸자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사회환경적인 요소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살펴보고, 무상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쿠바에 다녀온 얘기도 담았다. 또한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건강 문제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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