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도달 가능한 최고수준의 건강을 꿈꾸자”

[월간 사람] “도달 가능한 최고수준의 건강을 꿈꾸자”

2년 전,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쿠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련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후 쿠바에 도래한 위기, 그리고 그것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의 “생태적 실험”이 책의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쿠바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아마도 나를 더 손쉽게 쿠바로 이끌었던 것 같다. 사회적 의료보장 국가로는 흔히들 영국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는 지나치게 환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는다. 또 다른 무상의료의 나라, 쿠바의 의료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다녀온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전부다. 못 사는 나라, 하지만 건강한 나라. 쿠바의 의료를 보기 위해 지난 2월에 아바나를 다녀왔다.

[월간 사람] 도시와 환경성 질환 그리고

[월간 사람] 도시와 환경성 질환 그리고

조카는 4살이고, 미국에서 태어나서 내내 미국에 살다가 서울로 돌아온 지 반 년이 조금 넘었다. 미국에서는 5대호 근처에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도시 중에 한 군데에서 살았다. 조카가 서울에 오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첫 아토피가 발병하였고, 증상은 아주 심했다. 볼 것도 없이 아토피 발병의 원인은 서울이라는 총체적인 공간에 있는 셈인데, 음식은 비교적 조심해서 한살림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먹은 편이라서 집에서 먹는 음식에는 별로 혐의를 둘 점이 없다. 동생은 구로동에 있는 재건축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견디다 못해서 역시 서울이지만 개인주택인 아버님 댁으로 조카를 보냈다. 그리고 한 달 후 아토피가 사라졌다. 둘째 조카의 출산 이후에 아이는 다시 아파트인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다시 아토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조카를 내가 알고 있는 큰 대학병원의 아동센터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개하였다. 미국에서 태어나 국적도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나의 조카가 서울에 돌아온 지 일곱 달 동안 겪은 사건이다. 도시와 환경성 질환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먼 곳에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사진출처 | 보건의료단체연합 홈페이지 숱한 의사친구들도 조카의 아토피에는

[월간 사람] 한미FTA, 죽거나 혹은 아프거나

[월간 사람] 한미FTA, 죽거나 혹은 아프거나

의약품이 환자에게 오기까지는 크게 연구개발과정, 특허등록과정, 시판허가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약회사는 압도적인 결정권을 가질 뿐 아니라 독점권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심지어 불법적인 행위도 한다. 이들이 늘 무기처럼 내세우는 연구개발은 실로 문제가 많다. 첫째, 제약회사는 환자의 필요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따라 무엇을 연구할지를 결정한다. 둘째,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정을 비롯하여 공적부문의 기여가 상당함에도 그 성과는 공적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셋째, 기술혁신을 위한,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연구하기보다는 유사의약품(me-too drug), 기존 약물의 사소한 변화에 치중한다. 특허제도가 이미 기술혁신과 확산을 위해 개발자에 대한 보상제도로서의 기능을 벗어났음에도 제약자본은 마치 특허제도가 없으면 신약개발을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에게 가장 큰 선물, FTA 특허등록과정에서는 WTO TRIPS(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강제하는 20년간의 특허보호기간에 더하여 독점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특허기간 확대, 특허대상 확대, 강제실시권 제한을 관철시키려 한다. 미국에서는 같은 약이라도 용도, 용량, 색깔과 코팅조차도 특허가 가능하고, 기존 약물의 혼합도 특허가 가능하다.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효과를 가진 새로운 물질에만 특허를 받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착상(idea)에도 특허를 받아서 독점기간을 늘리고 있다.

[월간 사람] 성인지 관점에서 본 여성건강

[월간 사람] 성인지 관점에서 본 여성건강

한 사회 구성원의 건강 상태를 알아볼 때 자주 사용하는 척도가 주관적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다. 이는 보통의 다른 성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건강이 어떠한 수준이라고 보느냐 하는 것인데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39.7%만이 “자신의 건강을 좋다.”라고 한 반면 남성은 49.7%가 좋다고 응답하였다. 남성들은 생계 부양을 위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자신의 건강을 챙길 겨를도 없고, 요즈음과 같이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남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그럼에도 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자신의 건강을 좋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사진출처 | 보건의료단체연합 홈페이지 건강에서의 성별차이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건강관련 통계로 살펴보면 평균수명(2003)은 여성이 80.8세, 남성은 73.9세로 여성이 높지만, 건강여명(1998)은 남성은 65.44세로 여성의 63. 30세보다 더 높다. 만성질환의 유병율(2001)을 보면 여성이 57.9%인데 비해 남성은 50.5%로 낮고, 활동제한 유병율(2001)을 보면 여성은 16.0% 남성은 12.7%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는 하지만 남성보다 질병도 많이 걸리고 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난다. 여성들이

[월간 사람] 환자권리 찾기, 첫 발을 내딛다

[월간 사람] 환자권리 찾기, 첫 발을 내딛다

환자의 권리(아픈 사람들의 권리)는 건강권의 중요한 대목이다. 건강권은 일반적으로 최고 수준의 건강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제대로 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 체계 내에서의 권리로 나뉘는데 환자권리는 이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그러나 환자권리는 의료서비스의 객체이자 치료의 대상인 환자를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이자 권리 당사자이게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건강권의 핵심이라 할 수도 있다. 환자권리라는 개념은 6, 7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소비자 운동과 일본의 의료생활협동조합 운동의 영향을 받아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하여 ‘환자권리장전’이란 이름으로 구체화 되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권리장전’은 대체로 △인격적 대우를 받을 권리 △알 권리 △자기결정권 △개인 신상 비밀보호 △배울 권리 △진료 받을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환자권리장전이 병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리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권리 확보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지만 수원의 한 병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아래 수원병원)은 지난해부터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최초로 ‘환자권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환자권리보장의 첫 발을 내딛었다. 환자의 보호자로 환자권리위원회에 참여하여 위원장을

[월간 사람] 악마는 무지에 숨어 있다

[월간 사람] 악마는 무지에 숨어 있다

한미FTA의 문제점을 족집게처럼 지적해 내었던 송기호 변호사는 그의 책에서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악마는 무지에 숨어 있다.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애초 우리 협상단이 미국 측에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관철시키겠다고 다짐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처럼 부둥켜안고 옥쇄도 불사하겠다고 외치던 쌀시장마저도 미국 측의 막판 전술에 휘말려 의제화되자 우리 협상단은 그 무도함에 분노하기는커녕 되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얻은 것은 미미하되 줄 것은 다 주고 그것도 모자라 투자자-국가제소제와 같이 언제 어떻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챌지 모르는 무기까지 쥐어주고도 한미FTA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 외치는 이 이상한 협상에서 진정한 악마는 각론을 챙기는 그들이 아니라 총론조차 숨겨버리는 우리의 협상체계가 아닐까? 며칠 전 미 하원의 한 위원회가 개최한 FTA 공청회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FTA 협상에서의 논쟁점들을 놓고 관련 산업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경연장이 되었다. 여기서는 무엇을 얻기 위해 어떤 이익은 양보하여야 한다는 문어 제 발 뜯기 식의 소극적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협상테이블에 놓인 안건 하나하나에 대하여

[월간 사람] 진보적 인권운동의 길을 고민하자

[월간 사람] 진보적 인권운동의 길을 고민하자

인권운동의 길을 찾자고 떠난 여행을 이번 호로 마친다. 애초에 계획했던 10회의 약속이 이번 호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인권운동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았고, 인권운동이 부닥치고 있는 현실을 살피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걸어야 할 인권운동의 길이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찾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필자가 이런데 독자들이 느끼는 공허함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자가 혼자 찾는다고 찾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권운동에 복무하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토론, 실천, 이를 통한 보완의 과정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인권운동의 길이라는 것이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재를 하는 중에 말하고 싶었으나,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국제연대 부분이다. 이에 대한 이해가 얕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국제인권운동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언급하도록 한다. 일상적인 국제연대는 불가능한가? 한국사회 인권운동이 국제연대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1993년의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 국제연대는 특정한 종교나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1993년 이후에 다양한 국제인권조직들과 연락하고, 유엔의 각종 회의에 참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아직 인권운동에서 국제연대는 우리 사회 인권문제를

[월간 사람]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 알몸으로 쫓겨나

[월간 사람]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 알몸으로 쫓겨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 알몸으로 쫓겨나 한미FTA 반대투쟁, 울산지역단체 비상시국회의 열려 울산소식-울산인권운동연대 지난 2월 26일부터 울산과학대 동구캠퍼스 본관 지하를 점거하고 농성하던 울산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울산과학대 직원들에 의해 알몸으로 쫓겨났다. 울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오전 울산과학대 교 직원들이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던 본관 지하에 몰려와 집기를 건물 밖으로 치워버리고 연대하고 있던 남성노동자들을 건물 밖으로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이에 김순자 지부장을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이 옷을 벗으며 저항했지만 교직원들은 여성노동자들을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고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월 교직원들의 기습침탈 때 발을 밟혀 한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있던 한 여성노동자는 머리채를 한 움큼 뽑히는 부상을 입었다. 또한 김순자 지부장 등 다수의 조합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울산과학대 측은 아직까지도 도급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에 이후의 문제는 여성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주)한영 측에 알아보라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국 각계각층의 지지와 연대 속에 이들은 3월 23일 현재까지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현재 울산과학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에게

[월간 사람] 차별금지와 인권옹호 운동의 새 출발점

[월간 사람] 차별금지와 인권옹호 운동의 새 출발점

세상의 어느 법이나 제도든, 만들어 내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나는 데에는 그만한 필요성과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가장 큰 배경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장애인 차별의 현실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이자, 육체적,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장애인은 비장애인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 2003년 통계에 의하면 장애인의 73.7%가 차별 받은 경험이 있고, 66.1%가 차별의 가장 큰 이유를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생존, 노동, 교육, 소비자 생활, 공공시설 및 건축물의 이용 및 접근, 대중교통 및 교통시설의 이용 및 접근, 정보통신의 이용 및 의사소통, 여성장애인 및 모성, 형사절차, 생활시설 등 모든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발생하고 있고, 학교, 직장은 물론 장애인 시설 및 가정에서도 일상화되고 있다. 심각한 장애인 차별의 현실로부터 장애인 차별이 심해질수록 장애인에 의한 반작용 혹은 저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장애인 운동으로 구체화되는데, 차별받는 사회 현실로 인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 인권의 회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계적인

[월간 사람] “조사권한을 달라. 원하는 결과를 주겠다!”

[월간 사람] “조사권한을 달라. 원하는 결과를 주겠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은 여론조사가 만든 작품이라는 기사(오마이뉴스 ‘여론조사가 만든 손학규 탈당 드라마’)가 눈길을 끈다. 사연인 즉은 올해 초 유력 경제일간지가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하면서 손학규 전 지사를 고건, 정동영, 김근태, 강금실 등과 함께 문항에 넣었고 손 전 지사는 고건 전 총리(30.0%)에 이어 2위(11.9%)를 차지했다. 그리고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의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마침내 1위를 차지했는데 범여권의 애타는 러브콜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1년 미국에서 생존 중인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인기도를 물었는데 지지율 낮기로 유명했던 카터 전 대통령이 닉슨과 포드는 물론 재직 중에 높은 인기를 누렸던 레이건까지 제치고 1위를 한 것이다. 『여론조사의 덫』의 저자 다니오카 이치로의 분석은 이렇다. 카터는 민주당이고 나머지 세 명은 공화당이니 민주당 표는 모였고 공화당 표는 세 갈래로 나뉘었다는 것. 불순한 의도에서였거나 멍청했거나, 어쨌든 하나마나 한 조사였던 셈이다. 사회조사학 외에도 범죄학, 캠블사회학이란 독특한 학문을 전공한 저자는 이런 여론조사를 거침없이 (죄민수 버전으로) ‘쑤레기’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 “조사기획 권한을 주면 무엇이든

기사 674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