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혐오발화는 어떤 힘을 갖고 있나
인터넷이 공론장의 기능을 한다지만, 그것은 공적 이성의 사용을 통해 수평적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낙관적인 담화민주주의의 장이기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수평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다양한 권력벡터들의 담론에 의한 수행적 힘을 갖고 있는 혐오발화가 난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론장에서 펼쳐지는 혐오발화의 향연은 대부분 근거 없는 편견에서 기인한 ‘역사적인 것’을 발화자가 차용하고 되풀이하면서 생산·증폭된다. 이를테면 짱깨, 검둥이, 빨갱이, 병신, 등신, 문둥이, 화냥년(환향녀), 꽃뱀과 같이 오랜 전통을 가진 익숙한 것이 있는가 하면, 보슬아치, 된장녀, 병맛, 지잡대, 전라디언, 좌빨, 보징어, 좌좀, 촛불좀비, 패륜녀처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어원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신조어도 있다. 소수자에 대한 고전적인 혐오발언들이 주로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최근에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우후죽순처럼 탄생하여 남용·오용되는 혐오발화들은 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용어라는 것이 특징이다. 여하튼 혐오발화의 대부분은 발화자가 수신자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모욕을 주고, 자신들의 쾌락을 소수자들이 빼앗았다는 식의 사고이거나 혐오발화를 통해 발화자의 의도대로 수신자를 좌지우지하려는 목적을 띄고 있다. 언어라는 것은 사람이 쓰기도 하지만, 언어가 사람을 쓰기도 한다. 혐오발화는 그 자체로 ‘호명(呼名)이라는
유민석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1.03.15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