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월간 사람] [특집] 인권조례제정 이대로 좋은가

[월간 사람] [특집] 인권조례제정 이대로 좋은가

지금까지 중앙정치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인권의 제도화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지역 차원의 기본인권조례가 제정되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인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나 논의되는 시기를 지나고 지역 차원에서 논의되고 제도화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의 의무당사자가 되고, 지역 주민들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권리의 주체로 서는 계기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크나큰 지각변동이 아닐 수 없다.

[월간 사람] [특집] 삶을 바꾸는 조례제정운동

[월간 사람] [특집] 삶을 바꾸는 조례제정운동

조례제정운동에 대해 몇 가지 곱씹어볼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조례제정이 운동의 종결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체로 관건은 조례가 제정된 이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례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그 조례 내용이 곧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가치 지향을 뜻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는 추상적 표현이다. ‘국민이 곧 권력’이라는 것은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규정되거나 권력자가 선언하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운동의 과정을 거칠 때 획득된다. ‘국민은 곧 권력’이라는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국민이 제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일상 속에서 경험되고 축적됨으로써 문화가 형성될 때 가능한 일이다. 대체로 법체계는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화려한 언어로 장식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니 현실 위에 발을 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헌법이나 법률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도 예외는 아니라서 좋은 말과 어휘들로 포장되어 있다. 예컨대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관한 조례는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 프로그램

[월간 사람] [人터뷰] 누가 민주주의의 적인가

[월간 사람] [人터뷰] 누가 민주주의의 적인가

천안함 관련한 패러디 동영상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수사를 받은 노루귀(고창규, 54)님을 인터뷰 하러 가던 날,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의혹 하나가 사실로 밝혀졌다.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과 관련하여 그가 “우리 군이 쏜 총에 맞았을 수 있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 애초 네티즌들의 문제제기에 국방부와 한나라당은 허위사실,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간첩의 소행” 운운하며 네티즌들을 강하게 질타하던 차였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이 연이어 “석 선장이 맞은 4발 중 1발은 해군 총탄”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언비어는 불과 열흘도 안 돼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밝혀졌다. 만약 일이 그리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지는 않았을까? 인터넷에 퍼진 공포바이러스 “지난해 5월 26일 경찰이 큰 아들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인터넷에 쓴 글 때문에 조사할 게 있으니 아빠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아들이 안 가르쳐주니까 그러면 니 애비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협박을 했대요. 그런데 어떻게 아들 번호는 아는데 제 번호를 모를 수가 있겠어요? 결국 아들 입을

[월간 사람] [人터뷰] 풀을 누이고 일으키는 바람

[월간 사람] [人터뷰] 풀을 누이고 일으키는 바람

인내하고 배려하는 사람을 달리 표현하면 베푸는 사람이다. 문제는 베풀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아님에도 인내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삶을 조금 더 고달프게 만든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인지상정이 아니어도, “침묵하는 자에게 인권은 없다”라는 명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말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무시되고 억압당한다. 그가 약자일 땐 더욱 무자비하다. 자신을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말하는 신인기 씨가 그렇다. 백일 무렵 열병을 앓고 뇌신경이 손상된 인기 씨는 현재 목 아래는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남의 손을 빌지 않고 살 수 없는 그는 그럼에도 배려와 인내가 녹슬지 않았다. “오시는 분들(활동보조인 ‘활보’로 줄여 부름)한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해야 하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해주는 편이에요. 2007년부터 2년 넘게 활보로 일하신 분은요, 오셨을 때 내가 누워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그분도 옆에 같이 누워요. 그러면 누워서 쉬게 해드려요. 그러다가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면 밥 먹고 씻고 나가고 그랬어요.” 불편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조금 뜸을 들이던 그는 “조금 불편하지요. 그땐 쓰레기통을 거의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아랍 혁명과 불가능한 꿈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아랍 혁명과 불가능한 꿈

예측불허의, 모두의 예상을 간단히 뛰어넘는 아랍 민주주의의 전진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가 물러나고 군부가 권력을 이양받자 1980년 서울의 봄과 5월 광주, 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흐리르 광장에서의 시위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튀니지 민중은 혁명의 과실을 가로채려했던 총리까지도 물러나게 했습니다. 각본 없이 시작된 드라마는 세계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입니다. 정치적 지도자도 조직도 없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폭발한 이 저항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이자 희망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시위를 조직하고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2008년 촛불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아랍 혁명은 우리의 어제가 아니라 다가올 내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랍 민중의 봉기는 독재정권에 대한 반대와 함께 전 지구적인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한 경제상황의 악화와 그로 인해 가장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절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십여 년간 아랍 국가들의 복지체계가 말할 수 없이 망가졌으며 여기서 국가는 제 역할을 전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뒤늦게 들려옵니다. 이 혁명이 어떻게 폭압적인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획득하는가와 함께 새로운 경제질서를 요구하고 또 만들어갈 것인가를 주의 깊게 봐야겠습니다.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주름잡는 시간

[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주름잡는 시간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지구과학이란 과목이 있었습니다. 문과를 지망한 학생들은 대입시험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같은 과학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봐야 했죠. 그 지구과학 첫 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대뜸 칠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선을 쭉 긋고는 그 위에 점을 하나 딱 찍는 겁니다. 그리고는 이 선이 인류의 역사라면 우리의 일생은 이 점보다도 짧다고 그럽니다. 또 이 선이 우주의 역사라면 지구의 역사 또한 이 점보다도 짧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은 다단계 회사 대표나 사이비종교 교주의 ‘포스’를 물씬 풍기던 분이셨습니다. 결론인 즉은, 이처럼 방대한 범위에서 대입시험에 나올 20문항을 뽑으니 문제가 그 얼마나 쉽겠나, 그러니 다들 지구과학을 선택하라는 것이었지요. 물론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구과학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전혀 ‘과학’같지 않았던 지구과학 수업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놈의 입시만 아니라면 물리, 화학, 생물, 심지어 수학까지도 아주 흥미로운 학문이란 사실을 십 수 년이 지나서야 깨닫고 있지요.

[월간 사람] [人터뷰] 끝나지 않은 용산

[월간 사람] [人터뷰] 끝나지 않은 용산

용산참사로 시아버지(고 이상림)를 잃고 남편(이충연 용산4구역 상가공사철거대책위원장)을 감옥에 보낸 기구한 새댁이라 세간에 오르내린 여인 정영신(39). 그가 용산참사 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내 앞에 서있다.

[월간 사람] [특집]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월간 사람] [특집]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하지만 이런 희망사항들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멀리 있다. 고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바라보아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그냥 하나의 꿈이거나 아니면 또 다시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 지난한 과정일 따름이다. 그래서 지금은 꿈꾸기보다는 꿈을 깨는 것이 더 절실해 보일지도 모른다. 더 나빠지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권한다툼을 벌이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일, 인권이라는 숭고한 이름이 그들의 탐욕으로 더 이상 오염되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살처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먼 미래에 그 나마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재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월간 사람] [특집]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월간 사람] [특집]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1.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안건을 각하했다. 2010년 7월 7일 국무총리실의 불법적인 사찰로 인해 전 인생이 파탄 난 김종익 씨 측의 호소를 6개월이 넘게 유기하고 있다가 종국에는 심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국을 뒤흔들었던 민간인 사찰 사건은 역사의 뒤안길로 떠밀리게 된 것이다. 민간인 사찰은 국가폭력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최고의 장치다. 일반추상성을 지향하는 법과는 달리 폭력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행사된다. 그래서 법과 폭력, 이 두 개가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발생된다. 여기에다 잔혹한 폭력이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누구에게나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위협이 모든 사람에게 인식될 때 그 폭력은 만능의 위력을 갖게 된다. 민간인 사찰은 그 밀행성·잠행성으로 인해 마치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말하는 판옵티콘(Panopticon)처럼 공포를 일상화시키고 폭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든다. 자기가 감시의 대상인지 여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일상 모두를 폭력의 주체에 종속시켜 버린다. 이런 민간인 사찰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간이 경과되었다는, 그리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형식상의 이유로 방기해버렸다. 진정인

[월간 사람] [특집] 인권위의 타락과 남겨진 숙제

[월간 사람] [특집] 인권위의 타락과 남겨진 숙제

양날의 인권전선-공권력 감시와 시민사회의 내면화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군사독재 등 권위주의 체제를 겪었다. 이 경험은 사회 곳곳에 전근대적인 비민주성과 비이성적인 폭력성, 야만의 인권유린, 강압과 획일적 병영문화를 일상화, 구조화시켰다. 이런 까닭에 오늘에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의 사회적 내면화 과정이 그만큼 지체되고 있다. 비록 1980년 광주항쟁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시민적 요청이 제한적이긴 하나 시민참여의 정치공간을 넓혔고 그와 함께 헌정사상 초유의 평화적 정권교체로 한 때 빛을 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재 사회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는 온갖 퇴나행적인 모습들을 보면 아직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로 자리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파경도 본질적으로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미성숙한 인권운동 역량의 반사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퇴행적인 이명박 정권이나, ‘조중동’ 등 일부 정치언론, 개념 없는 인권위원장 따위에게 책임을 묻고 이들을 패퇴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호락호락 사태가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신의 기본적 책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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