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청, 종교자유 나 몰라라
7일 미션스쿨종교자유, 종교자유정책연구원(준) 등 관련 단체들은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씨를 원고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온 학교법인 대광학원과 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7일 열린 손해배상소송 추진 기자회견 |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 류상태 실행위원(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대부분의 종교재단 설립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종교 강요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의 개선의지는 희박해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만 희생되고 있다"면서 "종교교육에 관한 명시적 기준이나 실효성있는 규제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사법심판을 통해 제도 보완의 정당성을 획득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형식은 개인의 민사소송이지만, 대다수 종교재단 설립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법률의 입법 보완'을 요구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소송의 목표다. "헌법소원이 가능한 재학생의 경우 모교를 상대로 소송 당사자로 나서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민사소송을 통해 위헌법률심판청구 절차를 밟기로 했다"는 것.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어 강 씨 혼자로는 헌법소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이를 대신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길을 택했다. 만약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학내 종교 자유, 아직도 요원"
지난해 강의석 씨 사건을 계기로 학내 종교 자유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종교재단 설립학교들의 종교강요 행위는 여전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준)이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종교재단 설립학교 가운데 특정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의 92%(38개교 중 35개교), 고등학교의 86%(64개교 중 55개교)에 달했다. 종교과목 외에도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복수편성하라는 교육부지침(교육부고시 제1997-15호)을 어긴 학교 역시 중학교 50%, 고등학교 33%에 이르렀다. 연구원은 "종교의식 참여나 종교과목 수강에 대해 학생 동의를 얻는 과정이 요식절차에 불과하거나 이마저도 거치지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005년 서울시교육청 답변자료 [출처] 종교자유정책연구원(준) |
실제 강 씨가 졸업한 대광고등학교만 해도 지난해 예배선택권 보장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종교의식 강요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학교를 찾아가 재학생들에게 확인한 결과 아무런 조사절차도 없었다는 게 강 씨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은 현재 피해 당사자인 재학생들의 참여 없이 또다시 강 씨의 외로운 싸움이 됐다. 학생 신분으로 모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가 어려운 현실부터가 학생 인권이 극도로 제한돼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단체들은 이후에도 소송인단을 꾸준히 모집하고, 침해 사례별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 선택권 보장인가, 학내 종교의식 금지인가
한편, 학내 종교자유 보장 운동의 궁극적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번 소송은 종교의식과 종교과목의 '강제'가 위법하다는 점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고려할 때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은 남아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입학식이나 졸업식처럼 학교의 공식 행사에서 종교의식이 진행된다면 학생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학내에서 종교의식이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지만 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다면 그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손상훈 사무국장은 "학교 내에서 종교의식이 전면 불허되어야 하는지 여부는 예민하고도 핵심적인 문제"라면서 "향후 헌법학자 설문 조사 등을 거쳐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인권하루소식